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방사성 폐기물을 보유한 대전 유성 지역에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변변한 지원책도 없는 데다 지난 3월 국회에서 발의된 정부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예단할 수 없어서 주민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24일 대전시와 유성구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대전 유성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1만9천832드럼, 한전원자력연료에 7천73드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3천193드럼 등 총 3만98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보관돼 있다.
부산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연구용 원자로 시설인 '하나로'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함께 보관 중이다.
'임시'라는 꼬리표를 달고 1985년부터 이곳에 보관돼 있던 방사성 폐기물은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으로 차례로 옮겨질 예정이다.
그런데 이 폐기물을 모두 이송하기까지는 앞으로 십수 년이 더 걸릴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애초 연간 800∼1천 드럼이 대전에서 옮겨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국에서 반입되는 양이 조절되면서 애초 계획보다 이송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성 방사성 폐기물 보관 시설 반경 3㎞ 안에는 초등학교를 비롯해 대규모 주거 지역이 밀집해 있다.
유성구의회 구본환 의원은 "지역 주민은 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며 "변변한 안전 대책도 없거니와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도 관련 법규가 없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건 지역 주민 스스로였다.
이달 초 주민이 중심이 돼 구성한 '대전 유성 민간원자력환경안전감시기구 조례제정청구운동본부'는 원자력안전감시기구 설치 조례제정을 청구하며 9천명 넘는 시민의 이름이 담긴 명부를 유성구청에 냈다.
강영삼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대규모 거주지역과 밀접한 곳에 있는 위험시설에 대한 감시는 주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유성구의회 구본환 의원도 "이미 유성의 방사성 폐기물 보유 상황은 경주처럼 거의 영구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임시 저장소라는 명목 때문에 법적 지원 근거가 없다는 설명을 이해하는 주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회에서는 지난 3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행법은 경주 같은 영구적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유치 지역에 대해 국공유 재산 대부 특례와 국고보조금 우선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전은 이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한 논의와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실제 통과 여부도 알 수 없어서 주민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성구에 20년째 산다는 박연숙(42·여)씨는 "관련 법이 빨리 처리됐으면 하는 게 (주민) 대부분의 심정일 것"이라며 "부디 이곳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잔뜩 쌓인 유성의 방사성 폐기물…전국 두번째로 많아
주민·정치권 "안전·지원책 마련 시급"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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