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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고의 지성' 하버마스가 메르켈 총리를 공개 비판한 이유는?

[취재파일] '최고의 지성' 하버마스가 메르켈 총리를 공개 비판한 이유는?
● '유럽이 낳은 최고의 지성' 하버마스, 작심하고 메르켈 총리를 비판하다

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번 쯤 이름은 들어봤을법한 철학자가 바로 독일의 하버마스입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대표 철학자로 현대 유럽이 낳은 최고의 지성이라 꼽히는 하버마스는 현재 86살이지만, "철학은 비판으로서의 철학이 될 때 훨씬 큰 역할과 할 일이 주어진다"는 자신의 신념처럼, 당대의 논쟁적인 현안에 대해  날 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40년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존 철학자로 꼽히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원로로 추앙받는다고 해서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하지 않는 하버마스가 이번에는 작심한 듯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독일 최고의 지성은 왜 독일 역사상 최고의 총리로 꼽히는 메르켈을 비판하는 걸까요?

● 하버마스 , "유로존 탈퇴를 무기로 그리스를 협박한 것은 정말 치졸하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를 통해 하버마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독일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유럽의 규율반장 역할을 자임했기 때문이다" 하버마스가 언급한 '유럽의 규율반장 역할'은 바로 메르켈 총리가 이번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서 보여준 태도를 뜻합니다. "부채 탕감은 한 푼도 해줄 수 없다"며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여 얻어낸 협상안은 독일이 그리스 좌파정권을 처벌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하버마스의 주장입니다. 하버마스는 이번 협상안은 이미 탈진상태나 마찬가지인 그리스 민중의 기를 완전히 꺾고 그리스가 그나마 자립할 수 있는 싹마저 완전히 밟아 없애는 독극물 같은 것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도 말이 안되는 조처라는 겁니다.
● 유럽 연합의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 하버마스, '유럽연합의 여제' 메르켈을 비판하다

사실 다른 사람도 아닌 하버마스가 이렇게 메르켈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하버마스는 유럽연합, EU의 성립의 철학적,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대표적 학자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공공영역의 구조 변화 이론 등 유럽의 정치적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연구들이 결국 EU 성립의 핵심적인 이론적 토대가 됐을 뿐 아니라 2000년대 초 유럽 헌법의 구성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 또한 하버마스였습니다. 

유럽 통합에 대해서 그 어떤 누구보다 깊게 고민했던 지성인으로서 하버마스는 지금처럼 그리스를 범죄자 다루듯 몰아붙이는 독일의 태도가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으며 나라 간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유럽으로선 애초 유럽연합을 만들때 평화로운 유럽을 만들자는 뜻이 컸습니다. 때문에 소속 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통합을 이루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은 유럽연합에서 독일처럼 독불장군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EU 설립의 기본 취지를 뒤흔드는 행위라는 겁니다.

물론 하버마스를 비롯해 메르켈을 비판하는 이들이 무조건 그리스가 잘했다고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경제가 파탄에 빠질 때까지 그리스 스스로의 잘못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체격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유로존에 그리스를 합류시킨 것, 그리고 유로화를 쓰지 않았다면 경제가 이토록 나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유로화로 화폐가 통합되면서 가장 크게 경제적 이득을 얻은 곳은 독일이고, 막강해진 경제력 덕분에 독일은 EU 시스템 하에서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하버마스는 바로 이런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럽연합의 근간은 유럽이 다 함께 연대해서 잘 살자는 것인데 지금 그리스를 대하는 독일의 태도는 이런 유럽연합의 기본 정신을 부정하는 형국이라는 겁니다.

● '유럽 연합 탄생의 사상적 기원'이 된 독일, '유럽 분열의 장본인' 되나?

유럽 전역을 비극적 참상에 몰아놓은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유럽이 연대해야 한다는 자각끝에 결국 유럽연합이 탄생했는데, 나치 만행의 원죄가 있는 독일이 다시 유럽 연합의 근간을 흔드는 잔인한 행태를 보이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하버마스. 메르켈은 지금 하버마스의 비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겨우 디폴트 위기에서 숨통을 돌린 그리스는 앞서 구제금융안보다 한층 더 가혹한 3차 구제금융안에서 얼마나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리스가 더 상황이 나빠진다면 유럽연합의 맹주인 독일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훗날 역사에 독일이 '유럽 연합의 사상적 기원'이 된 국가로 계속 남을지, 아니면 '유럽 분열의 장본인'으로 기록될지는, 메르켈의 향후 행보에 상당 부분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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