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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부시'는 잊어달라는 세 번째 '부시'

[월드리포트] '부시'는 잊어달라는 세 번째 '부시'
● '부시' 성(姓)은 잊어주세요

반 년 넘게 출마를 저울질해오던 부시 가문의 둘째 아들 젭 부시가 'Jeb 2016'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15일 대선 레이스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8년간 주지사를 지낸 자신의 정치적 고향 플로리다에서 마치 민주당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히스패닉과 흑인들이 대거 지켜보는 가운데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워싱턴을 뜯어고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전날 그가 출마 동영상에서 예고한 'Making Difference'가 의미하듯 젭 부시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입니다.
미국 대권 출마

미 동부시간 오후 3시부터 예정된 출마선언은 1시간이 지나 시작됐으며 그의 홍보 동영상에 출연한 플로리다 주민들이 등장해 그의 주지사 시절 업적을 설명하며 지원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부시란 이름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는 'Bush fatigue'를 의식해 아버지와 형은 자신들의 뒤를 이으려는 그의 출마선언현장에서 찾아 볼 수 없었고 멕시코 출신인 그의 부인 콜룸바와 자녀들은 자리를 지켰습니다

● 3부자 대통령을 꿈꾸며

난립하고 있는 공화당 잠룡 가운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젭 부시의 출마선언으로 내년 11월 백악관 주인을 향한 미 대선 레이스가 뜨겁게 달아오르게 됐습니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지만 '부시 가문'의 막강한 인맥과 후광덕에 1억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정치 명문가 출신의 강점인데 현실적으로 거액의 후원금 모금은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란 조사결과도 있어 부시 캠프는 흐믓해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권 출마

그가 내년 여름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후보가 되고 이어 백악관 주인까지 된다면 41대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 43대 형 부시에 이어 45대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42대 빌 클린턴, 44대 버락 오바마를 빼면 약 30년간 공화당 출신 대통령을 부시 가문 3부자가 독차지하는 셈입니다.

● 신통치 않은 반응…부동산 재벌이 더 관심

하지만 너무 뜸을 드렸을까요 그에 출마선언에 대한 반응은 아직 뜨뜻미지근합니다. 출마선언 이후 하루동안 페이스북애 댓글을 단 경우는 49만 3천명, 공유한 경우는 84만 9천건에 그쳤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의 각각 470만, 천 10만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물론 SNS의 반응이 표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젭이 출마선언을 한 다음날 역시 공화당 후보로 대권출마를 선언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페이스북의 반응은 각각 340만,640만 건이나 됐습니다. 평소 그의 화법대로 독설을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권 출마

트럼프는 멕시코에 대해 "성폭행범이나 마약딜러 같은 범죄자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며 국경에 울타리를 쌓고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승리한 적이 없다며 언제 이겼는지도 모른다면서 중국은 무역으로 미국을 죽일 것이고 일본은 자동차로 공격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빨리 물러나 골프라 치길 바란다"고 몰아부치기도 했습니다.

트럽프가 당내 후보가운데 3%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10%안팎의 지지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젭 부시를 이길 것이라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다만 트럼프의 출마로 상대적으로 당내 경선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후보들은 주판알을 튕기며 유불리를 따져볼 것입니다. 앞으로 며칠안에 미국언론에 여론조사가 결과가 나오면 출마선언 효과가 지지율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을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겁니다.

● 중도보수…험난한 여정

젭은 공화당내에서도 중도 보수로 분류됩니다. 히스패닉계가 주요 지지층인 그는 이민개혁과 교육개혁에 찬성하고 있고 당내 극우세력인 티파티와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스윙스테이트인 플로리다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히스패닉까지 표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은 본선에선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경쟁자를 따돌리고 당내 후보가 되기 위해선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치 명문가라지만 미국인들에게 식상한 부시 가문 출신이 또다시 공화당 후보가 된다면 힐러리에 대한 상대적인 비교우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한 가문에 세 번이나 대통령 후보를 허락하는데 대한 당내 반감과 이를 이용하려는 경쟁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젭은 출마선언 뒤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젭 부시인게 축복이지만 성공하려면 자신만의 길을 가야하고 누구도 가문을 앞세워 대선을 이길 수 없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플로리다 주지사를 마친 뒤 8년간 정치공백기에 무엇을 했나? 가난한 멕시코 출신 부인의 사치행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형이 시작한 이라크전을 평가하며 말을 바꿔 구설에 오르기도 했으며 우유부단한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대권 출마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벌써부터 힐러리와 젭이 내년 본선에서 대결할 것을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논조로 전하고 있습니다. 본선 흥행이나 다른 어떤 이유로 1992년 아버지 부시와 빌 클린턴 후보에 이어 24년만에 두 정치명문가의 재대결이 이뤄지길 희망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요,
 
2016년 11월 8일, 미국 유권자들은 누구를 선택할 지 그리고 그 대상이 누가 될지를 예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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