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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끝까지 과거사 외면한 아베…부릅뜬 세계의 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 외교는 화려했습니다.

예포에서 만찬까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은 국빈급으로 환대했습니다.

아베 총리 고향에서 난 사케로 건배를 청하고 일본말도 여러 차례 입에 올렸습니다.

미일 동맹을 재편한 외교·국방장관의 '2+2 회의'와 백악관 정상회담, 일본인으로는 전후 70년 만에 처음인 상·하원 합동 연설까지 굵직굵직한 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베 총리의 관심은 안보에 있었지만 세상의 눈은 역사에 쏠렸습니다.

하버드 대에서도,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왜 사죄하지 않느냐는 비판과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앤드류 베티/AFP 기자 : 아베 총리는 일본 제국군이 20만 명의 여성을 노예화한 것을 포함해 2차대전 중 일본의 행동에 대해 완전한 사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사죄하시겠습니까?]

아베 총리는 미국을 의식한 듯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며 조금 달라진 표현을 썼지만, "위안부는 인신매매의 희생자"라는 답변은 되풀이했습니다.

때마침 몰아친 돌풍에 준비해둔 원고가 날아가 당황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의회 연설 원고에 위안부 문제는 없었습니다.

미국에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태평양 전쟁에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아시아의 과거사 문제는 두루뭉수리 한 차례 거론했을 뿐입니다.

[아베/일본 총리 : 우리의 행동은 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 고통을 가져왔습니다.]

아베 총리가 박수 갈채 속에 영어 연설을 이어가는 동안 의사당 앞에선 사죄를 요구하는 거센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재미 동포, 국제 연대 활동가들까지 아베의 외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노가 끌어올랐습니다.

아베 총리는 결국 한국, 중국과의 과거사는 외면하고 미국과의 안보만 챙긴 채 워싱턴을 떠났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멀리서 역사학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아베 총리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방미 기간 위안부 문제를 끝내 외면하자 세계 역사학자 187명의 이름으로 공개 연명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에스라 보겔과 브루스 커밍스 등 내로라하는 역사학자들이 서명했습니다.

연명 서한을 주도한 코네티컷대의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위안부 제도 운영을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주도한 것은 이론의 여지 없는 역사적 사실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알렉시스 더든/미 코네티컷대 역사학 교수 : 다수의 증거들을 보면 일본군이 곳곳에 위안소 운영을 지시하고 조직한 데는 역사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위안부 여성 이송과 위안소 관리에 일본군이 관여했음을 증명하는 수많은 문서들을 역사학자들이 발굴했다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이라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다만 위안부 문제가 민족주의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국제적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며 경계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화려한 외교는 끝나고 다시 역사와 마주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든 교수는 아베 총리에게 서한을 읽고 마음에 새겨둘 것을 당부했다고 밝혀 종전 70년 담화를 앞둔 일본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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