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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어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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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등장한 한 오랑우탄. 붉은 털을 가진 이 덩치 큰 오랑우탄은 어쩐지 좀 이상합니다. 어기적어기적 네 발로 걷는 모습이 영 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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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상한 오랑우탄, 그는 사실 사육사 김진목 씨입니다. 그는 대체 왜 탈까지 뒤집어 쓴 채로 오랑우탄 흉내를 내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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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새끼 오랑우탄 '축복이' 때문입니다. 작년 여름에 태어난 아기 오랑우탄, '축복이'는 배고픔에 허덕이며 하루 종일 울기만 합니다. 어미 오랑우탄이 나이가 많은 탓에 젖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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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는 사육사가 직접 젖병을 물려줘도 축복이는 잘 먹지 못 합니다. 소심하고 수줍은 성격 탓인지, 아님 제 어미 품에서 젖을 물던 기억이 남아서인지... 어르고 달래가며 겨우 몇 모금씩 먹여보지만 그마저도 절반은 뱉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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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은 태어난 뒤 보통 5년까지는 어미의 품 안에서 자랍니다. 그런데 젖이 안 나오는 어미와 떨어져 지내는 아기 오랑우탄 축복이는 아직 사람의 품과 젖병에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어미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육사 김진목 씨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바로 그 스스로 '축복이 엄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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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SBS 특수분장팀의 도움을 받아, 오랑우탄의 겉모습과 아주 비슷한 의상이 제작됐습니다. 천연재료로 한 땀 한 땀 붙이고 칠한 끝에 2주 만에 완성된 100% 수제 오랑우탄 의상입니다. 게다가, 이 탈의 가슴 부위에는 축복이가 어미의 젖을 물듯, 우유를 빨아먹을 수 있도록 호스를 연결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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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사육사, 김진목 씨는 이 탈을 입고 새끼 오랑우탄 축복이의 엄마 되기에 도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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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탈을 쓴 진목 씨가 축복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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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축복이는 낯선 오랑우탄의 등장에 놀란 듯 털을 바짝 세우고, 선뜻 다가오지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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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동안이나 축복이가 마음을 열길 기다렸지만 아무래도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사육사 진목 씨는 좀 더 친근감을 주기 위해 축복이 어미의 땀과 배설물을 오랑우탄 탈에 잔뜩 묻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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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축복이가 생활하는 방의 온도는 25도. 김진목 씨는 그 방에서 두꺼운 털을 뒤집어쓰고 있어야 해서 금방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게다가 어미 오랑우탄의 배설물을 묻힌 탈에서 고약한 냄새까지 납니다. 하지만 그는 아기 오랑우탄 축복이의 '엄마'가 돼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 모든 걸 참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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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오랑우탄 엄마의 진심이 통한 걸까요? 마침내 축복이는 경계심을 풀고, 탈을 쓴 사육사의 품에 꼭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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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가짜 엄마의 젖을 물기 시작했습니다. 오랑우탄 복장의 가슴에 연결된 호스로 우유를 먹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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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경기도 용인 'E' 동물원 사육사: (오랑우탄 복장) 쓰면 땀 흠뻑 젖어가면서 이렇게 준비를 했는데 정말 그 고생들이 한 번에 싹 날아갔어요. 사실 팔도 저리고 다리 아팠는데 이 순간만큼은 정말 누구보다 편안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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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말라가는 축복이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전해본 사육사의 오랑우탄 변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제작진의 정성스러운 분장 실력도 한몫했지만, 진짜 성공의 원동력은 실제 오랑우탄 엄마만큼이나 축복이를 아끼는 사육사의 진심 어린 사랑 아니었을까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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