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11월 30일, 호주 시드니의 마러브라 해변에서 놀던 소년들이 모래 밑에 묻혀 있던 작은 여자 아기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한참 따뜻한 엄마 품에 안겨있어야 할 시기에 홀로 낯선 모래사장에 묻혀있던 아이. 낯선 곳에서 엄마를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사람들은 아기의 죽음을 함께 안타까워했습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아기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기를 추모하기 위해 마러브라 해변을 찾았습니다. 덕분에 아기의 시신이 발견된 모래사장은 꽃과 인형들로 가득했습니다.

경찰은 아기의 신원을 알아보려 했지만 결국엔 아기의 이름도 부모 신원도 알아내지 못 했습니다. 결국 이 가엾은 아기는 이름도 가족도 없이 공동묘지에 묻힐 위기에 처했습니다.

마러브라 해변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필로메나는 신문을 통해 이 사연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빌 그린에게 말했습니다. "이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돼요."

이미 세 아이의 부모였던 부부는 이 아기의 사연을 모른 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부는 이 아기를 위한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아기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아기가 세상을 떠나 얼굴을 볼 수도, 안아주지도 못하지만 말입니다. 부부는 경찰에 연락해 정식 입양 의사를 밝혔고, 경찰관은 흔쾌히 입양 절차를 도왔습니다.

필로메나와 그의 남편은 이름 없던 아기를 위해 '릴리 그레이스'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이름 하나 남기지 못할 뻔한 이 작은 아기는 필로메나의 막내 딸 릴리 그레이스가 됐습니다.

2015년 4월 29일, 릴리 그레이스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장례식에는 필로메나와 그의 남편, 그리고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아기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은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세상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하고 장례도 치르지 못할 뻔했던 릴리 그레이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그녀는 세상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