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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압승 카자흐 대통령 '경제위기 극복' 다짐

97.7%의 경이로운 득표율로 다섯 번째 대권도전에 성공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현 경제위기 극복을 천명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대선을 치른 지 하루만인 27일 첫 일성을 경제에 집중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터키 등 40여개 국가가 '유라시아경제연합'(EEU)에 관심을 보인다며 운을 떼고서 "교역량이 급감하지만, EEU는 꼭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나자르바예프는 또 국내에서 가장 민감한 사항인 통화 평가절하에 대해 "절하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며 "변동환율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기존의 대내외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자르바예프는 옛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카자흐를 이끌고 있다.

장기집권에 따른 야권 및 인권 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도 사지만, 고도성장을 이뤄내며 국민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그가 국민들의 재신임을 받게 된 것도 카자흐 경제위기가 큰 몫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카자흐 국민의 이번 선택이 위기극복을 위한 묘수가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옛소련권 경제통합체인 EEU는 애초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제안했다.

이후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는 지난해 창설조약을 맺고 올해 본격 출범했다.

EEU 체재는 회원국 간 무관세, 단일 노동 및 자본시장 구축을 골자로 한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최근 경제위기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카자흐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루블화 급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러시아산 제품이 카자흐로 쏟아져 들어왔다.

카자흐에서는 올해 1분기 신차판매량이 27.3% 급감했으며 작년 한 해만 자영업자 82%가 급감했다.

급기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국산품을 애용하자"고 국민에게 호소했으나 이미 시중에는 저가 러시아산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성급했던 통화정책은 국민의 불안만 키웠다.

카자흐 중앙은행은 작년 2월 자국통화인 텡게화의 달러당 환율을 하루 새 약 19% 올리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사전예고 없었던 평가절하는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및 물가급등을 일으키며 서민경제를 흔들었다.

중앙은행은 당시 세계 경제악화와 루블화 약세를 이유로 들었으나 일부에서는 금융권을 살리기 위한 섣부른 조치라는 우려가 일었다.

이후 우려는 현실이 됐다.

평가절하 당시 31.4%이던 시중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반년 만에 33.7%로 올라섰다.

또 작년 하반기 루블화가 급락세를 보이자 카자흐에서는 당국이 추가 평가절하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시중에서 달러사재기가 나타나고 소규모 대출이 중단되는 등 금융시장은 홍역을 치렀다.

앞서 2월에 단행한 평가절하의 이유를 루블화 약세로 든 탓이다.

현 카자흐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잠정 중단한 신규유전 개발의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카자흐는 중앙아시아의 최대 산유국이다.

하지만, 이는 저유가 지속과 핵협상 타결을 앞둔 이란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자칫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이란은 핵협상 타결 때 원유 생산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란의 생산가는 카자흐의 절반 수준이다.

더불어 카자흐의 중단된 신규 유전은 생산라인 문제로 최소 40억 달러의 추가비용이 들며 지금의 저유가 시대에 생산가를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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