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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풋볼프리즘] 이청용이 돌아왔다 '역시 클래스는 EPL급'

크리스탈 팰리스, 24번 이청용, 대한민국, 27세. 프리미어리그 중계화면에서 그의 얼굴을 자막과 함께 보는 것은 3년 만이다. 더 이상 앳띤 소년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우리가 한때 '블루 드래곤'이라 불렀던 천부적인 재능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

2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런던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14/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크리스탈 팰리스와 헐시티전을 통해 이청용이 1부 리그 경기에 공식 복귀했다. 전 소속팀인 볼튼이 강등 당하기 전에 뛰었던 2011/12 시즌 최종전이 EPL 마지막 경기였으니 3년 만이다. 그 경기가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곤 그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악몽 같았던 부상 그리고 2부 리그 생활.

이청용이 2009년 FC 서울을 떠나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했을 때 한국은 물론 현지 팬들을 열광시켰던 이유 중 하나는 공통적으로 명확했다. 축구를 즐겁게 보게 만드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 2부 리그서 승격해 올라 온 팀이었던 볼튼은 저 멀리 아시아에서 이청용이라는 선수를 영입한 덕분에 창조적인 패스워크를 신무기로 장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때로는 강팀들을 상대로도 파괴력 있는 공격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재미 있는 팀이 됐다. 여기 멀리 한국의 팬들도, 그 곳에서 볼튼의 팬들도 입을 모아 'EPL을 보는 것이 즐겁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몇 안되는 선수였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는 전세계에서 선수들을 영입하며 산업 자체'글로벌화'한 리그다. 하지만 그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제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언제나 선수의 능력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최정상급 선수이든, 볼튼에서 뛰는 이청용이든 마케팅과는 별도로 선수들이 진짜 가치를 발휘하는 순간은 그라운드 위에서 능력을 입증할 때다. 그 사실은 아무리 EPL의 제도가 바뀌고, 규제가 강화되고,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청용의 3년이 아쉬웠다는 사실에 더 공감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시아에 그런 재능을 가진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설령 그가 월드 클래스급 선수는 아닐지라도, 매주 주말이면 'EPL을 즐겁게 해주던 선수'가 너무나 중요한 시간을 제 무대에서 꽃 피워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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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무나도 같은 이유로 앞으로의 3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들에 다시 기다림을 갖게 된다. 그 곳 크리스탈 팰리스의 팬들이나, 여기 멀리 한국의 팬들이나 이번에도 아마 같은 이유일 것이다. 비록 이청용의 공식 복귀전에서 팀은 0-2로 패했고, 이청용은 마지막 골을 헌납하는 빌미도 제공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실수보다 그의 복귀 그리고 그가 보여줬던 날카로운 패스에 더 감탄하고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청용은 여전히 '프리미어급' 선수였다는 안도감은, 크다.

세상에 이런 선수, 아니 우리에게 이런 선수는 많지 않다. 어떤 선수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재능으로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큰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실수는 괜찮다. 당신은 잘 할 수 있을테니 응원하겠다'는 말은, 쉽지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격려는 아니다. 물론 여론이나 대중이 그렇게 호락호락 한 것만은 아니다. 기복이 심해지면 부상 이후 줄곧 그를 따라다니는 트라우마, 소녀슛 같은 단어들은 또 다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좋은 재출발이다. 이청용은 공식 복귀전에서 31분을 교체로 뛰었지만 여전히 그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선수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한때 그것을 만화축구라 불렀던 때도 있었고, 혹자는 '지더라도 재미있는 축구'가 보고 싶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주 짧게는 후반 종료직전 단 한 번에 사노고에게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대범함 같이 번뜩이는 순간 같은 것.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보기 전까지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보는 사람들은 감탄하게 만드는 '청용 리'의 축구 재능. 크리스탈 팰리스라는 팀과, 알란 파듀라는 감독과 만난 블루 드래곤이, 3년 전 매주 주말이면 그랬던 것처럼 EPL이 조금 더 재미있는 이유가 되기를. 이청용이 돌아왔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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