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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회계원' 재판 시작…"도덕적 공범" 인정

과거 나치 정권 시절 집단수용소인 아우슈비츠 경비원으로서 30만 명의 학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93살 오스카 그뢰닝에 대한 재판이 독일에서 시작됐습니다.

현지 언론은 '아우슈비츠의 회계원'이란 별칭을 가진 그뢰닝의 공판이 뤼네부르크 지방법원에서 개시됐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그뢰닝은 2차 세계대전 기간이던 1942∼1994년 나치 정권이 폴란드에 세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비원으로 2년 남짓 일했습니다. 그는 수용자들이 도착하면 짐을 압수하고 금품을 따로 계산해 독일로 보내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독일 검찰은 그를 가스실 집단학살을 자행한 나치 정권의 공범으로 간주하고 기소했습니다.

그뢰닝은 나치 치하 수용소 생활 등을 거치고도 생존한 몇몇 이들이 참석한 공판에서 "나 역시 '도덕적' 공범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자신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부임했을 때 유대인 가스실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 형사적 유죄 여부 판단은 여러분이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그동안 학살 공범 혐의에 대해 "나는 큰 기계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며 직접적 연루 혐의만큼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10년 전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이들에게 내가 실제로 본 가스실과 소각장을 증언하는 게 내 책임"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앞서 프랑크푸르트 검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그뢰닝에 대한 기소를 포기했지만, 뮌헨 지방법원이 2011년 폴란드 '소비보르 절멸 수용소'의 전직 간수 존 뎀야뉴크에게 금고 5년 형을 선고한 것을 계기로 독일 검찰의 기소 방침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수용소 경비원 인사 기록 카드가 실물 증거로 채택된 뎀야뉴크 사건 기소 이후부터 '학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의 구성원'에 대해서도 혐의를 물어 단죄하는 쪽으로 사법 정책이 변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 기관인 '나치 범죄 조사 중앙본부'는 강제수용소에서 일한 간수들과 관련해 새로운 12건을 다루고 있다고 밝히는 등 독일의 나치 범죄 단죄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뢰닝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최소 3년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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