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체코 교통사고 여대생' 기적같은 회복…"많은 분께 감사"

"많은 분이 저를 도와주신 걸 알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느리고 어눌한 말투지만 힘줘 해낸 감사인사였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인 김효정(21·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양은 1년 2개월 전 체코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맬 때와 비교하면 이 정도 말을 하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재활 치료가 한창인 김양을 이달 15일 병원에서 만나 가장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묻자 "몸이 빨리 나아 다시 학교에 가고 싶다"면서 "졸업하고 취직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작년 2월 교회 신도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체코의 한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골반, 갈비뼈 등이 부러지고 머리를 심하게 다쳐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다.

당시 가정 형편상 김양을 한국으로 데려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가족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연합뉴스가 그의 사연을 처음(2014년3월2일) 보도했고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각계의 도움을 받아 김양은 귀국해 수술을 받고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김양은 요즘 매일 오전에 3시간, 오후에 3시간 정도를 재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김양은 현재 부축을 받으면 서 있거나 천천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상태다.

양치질이나 빗질 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고 간단한 대화도 느리지만 가능하다.

그러나 왼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이며 시력이 남아 있는 오른쪽 눈은 자력으로는 뜨지 못해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올려야 미약한 시력으로나마 앞을 볼 수 있다.

청력도 온전하지 않다.

오른쪽 귀는 들리지 않아 왼쪽 귀의 청력에 의지해야 한다.

머리를 다친 후유증으로 호르몬 조절 기능에도 문제가 있고 단기 기억력도 약한 편이라고 의료진은 전했다.

경북 영양 집을 떠나 딸 곁을 지키는 어머니 조미자(51)씨는 "사고 직후 효정이가 살아날 확률이 1%도 안 된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정도라도 회복한 건 기적 중의 기적"이라며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딸이 살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사고 당시 대한항공이 무료로 항공편을 제공, 항공기 좌석 6개를 들어낸 자리에 침대를 설치해 김양을 한국까지 옮겼고 현대오일뱅크 1% 나눔재단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각각 1천만원을 지원했다.

외교부는 긴급구난비 명목으로 200여만원을 전했고 김양이 졸업한 고교 동문들도 모금을 하는 등 힘을 보탰다.

김양의 고향인 경북 영양군에서도 입원비의 절반을 지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가족들은 김 양이 기적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시력을 되찾지 못해 영영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

아버지 김송학(53)씨와 어머니 조씨는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이건 정말 큰일"이라며 "효정이 눈을 뜨게 하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가족에겐 3∼4주마다 병원을 옮겨다니며 '메뚜기 생활'을 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조씨는 "국내에 재활병동을 갖춘 대형병원이 많지 않다 보니 한 병원에서 장기 입원을 받아주지 않아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꼴로 10번 정도 병원을 옮겨다녔다"면서 "다음 병원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도 큰일이고 효정이와 잘 맞는 재활치료 선생님과도 오래 있을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당장 입원 3주차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도 퇴원을 권해 경기도 성남에 있는 병원으로 김양을 옮기야 하는 처지다.

이런저런 상황에도 김양이 좌절하지 않고 씩씩하게 몸을 추스르는 게 가족에게는 희망이다.

김양이 몸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진은 김양이 재활 의지가 강해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