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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쿠거’ 극장문 나설 때 1cm 자란 자존감의 키

[리뷰] 뮤지컬 ‘쿠거’ 극장문 나설 때 1cm 자란 자존감의 키
뮤지컬 ‘쿠거’의 노우성 연출은 개막 전 열린 프레스콜에서 “두 달 간 여자에 대해서 공부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여성들도 그들이 원하는 걸 모르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뮤지컬 ‘쿠거’는 여성들도 몰랐던 여성들의 욕망의 중심을 꿰뚫는다. “결국 내가 사랑이다”란 평범한 진리를 말하는 ‘쿠거’의 목소리는 억지 세련됨도 없고, 교조적이지도 않다. 그저 따뜻할 뿐이다.

‘쿠거’는 한국판 ‘섹스앤더시티’를 표방한다. 여성 미국드라마의 원조 격인 ‘섹스앤더시티’가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미묘하고 정교한 여성들의 심리를 ‘캐리’라는 여주인공의 언어로 솔직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쿠거’는 ‘섹스앤더시티’와는 전혀 다른 소재를 가졌지만 전체적 분위기는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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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쿠거’는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세 중년 여성을 무대에 오른다. 쿠거 바에 모인 세 여성은 하나 같이 완벽하지 못하다.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자기애가 과잉이거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성적매력으로만 확인 받으려고 하는 등 각각이 가진 결핍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쿠거’라고 인정하면서 남자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게 과정을 보여준다.

‘쿠거’에는 “개X”이라는 걸쭉한 욕설이 나오기도 하고, “46번 체위” 등 야한 농담이 수시로 나오지만, 성인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위다. 오히려 오르가즘, 갱년기, 연하남, 섹스어필 등 매체에서 금기시 되다시피 했던 19금 코드가 솔직함과 웃음의 요소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김선경은, 어릴시절 부모의 사랑에 대한 결핍으로 자아를 잃은 릴리 역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해냈으며, 클래리티의 최혁주는 사랑을 통해서 새로운 자아를 깨닫는 건강한 지성미를 보여준다. 남주인공이자 멀티맨 역의 이주광은, 청일점으로 여성천하의 작품 속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쿠거’에서 그 어떤 배우보다 주목을 받는 건 메리 마리 역의 김희원. 그는 ‘쿠거’에서 절반 넘는 19금 대사와 연기를 홀로 감당한다. 극 초반부터 성인용 대사를 쏟아놓지만 그녀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쿠거’ 극장 문을 나설 때 대부분의 관객들이 김희원의 이름을 휴대전화기에 검색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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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거’는 사랑을 통해서 자아를 확인하는 게 아닌, 스스로를 먼저 사랑해 타인의 사랑과 이별을 주체적으로 마주하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그녀들의 유쾌한 입담과 거침 없는 농담에 빠져들다 보면 관객석에서도 어느덧 “세이! 예스(Say Yes!)”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결핍있는 불완전한 중년 여성들이 건네는 솔직한 위로에, 관객들은 극장문을 나설 때 1cm 자라난 자존감의 키를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시작으로 2년간 300회 이상 장기공연을 한 ‘쿠거’의 아시아 초연은 오는 7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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