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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16년 전 참혹했던 그날

[스브스] 태완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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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당시 9살 김 군의 일기장은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동생과 아침에 통화를 했다. 동생이 '골드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서 자신감을 갖고 울면서 불렀다. 
동생 태완이가 "내 빨리 나아서 형아랑 놀자"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슬펐다. 
7월에 방학이 되면 태완이에게 가서 한번 안아 주어야겠다.]


- 故 김태완 군 형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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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故 김태완 군의 형

하지만 동생을 한번 안아주고 싶다던 형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동생 태완이는 49일의 힘겨운 투병 생활 끝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故 김태완 군 형: 태완아, 너 혼자 (먼저) 가서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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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 6살 김태완 군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참혹한 일을 당했습니다. 누군가 태완이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입을 벌리게 한 뒤 얼굴에 황산을 부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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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코와 입안이 모두 녹아내렸고, 두 눈까지 잃은 태완이는 전신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태완이는 병상에서 3살 터울인 형을 그리워했지만, 형에게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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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6년이 지난 지금, 가족들은 아직도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정숙/ 故 김태완 어머니: 제일 후회스러운 거는 (그날 학원에) 왜 보냈느냐부터 시작을 해서 그 집 앞에 골목길 달랑 내가 데려다 줬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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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밝혀내지 못한 채, 지난 2005년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2014년, 공소시효를 3일 남겨두고 태완이 부모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면서 공소시효는 일시적으로 정지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대구고법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을 내렸습니다. 

태완이를 이렇게 보낼 수 없는 가족들은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습니다. 만약, 대법원에서 재항고마저 기각된다면 태완이 사건은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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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완이 부모님은 직접 거리에 나섰습니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법안, 일명 '태완이 법' 통과를 위해 시민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어머니는 시민 한 명씩 붙잡고, 힘겹게 16년 전 기억을 끄집어 냅니다. '황산 테러 사건' 태완이를 기억하시냐고, 제가 그 태완이 엄마라고... 다행히도, 태완이 어머니의 절박함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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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완이 부모님은 무려 4만 명의 서명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4만 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국회에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이른바 태완이 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에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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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완아, 아빠가 태완이 아프게 한 사람 잡아서 혼내줄까? '응']

가족들은 죽음과 사투를 벌이던 태완이와 마지막 약속 하나를 했습니다. 태완이를 아프게 한 아저씨를 꼭 잡아서 혼내주겠다고 한 약속... 그런데 가족들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괴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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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난 작은 아이 태완이는 작은 절 한편, 이름 모를 나무 밑에 뿌려졌습니다. 오늘도 엄마는 태완이 대신 '태완이 나무'를 끌어안습니다. 현재 태완이 가족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공소시효의 폐지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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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故 김태완 어머니: 우리 태완이도 컸으면 이만큼, 이 아름드리나무만큼 컸을 텐데. 내가 왜 태완이 대신해서 이 나무를 껴안아야 되는지... 다음에는 좋은 소식 가지고 올게.]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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