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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풋볼프리즘] 9번째 월드컵, 슈틸리케호 긴 싸움의 시작

[이은혜의 풋볼프리즘] 9번째 월드컵, 슈틸리케호 긴 싸움의 시작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이 약 두 달 뒤에 시작됩니다. 아직 조금 먼 일이고, 2018년은 더 멀게 느껴집니다. 아시아 지역 2차예선 첫 경기 미얀마전은 6월 16일. 미얀마는 지난해 U-20 대표팀 경기 도중 관중 난입을 제재하지 못한 이유로 FIFA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1차전은 중립국에서 치르게 돼 유리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모든 것이 미지수일 뿐입니다.

우리 대표팀과 같은 조에 속한 쿠웨이트, 레바논, 미얀마, 라오스는 모두 한 수 아래의 나라들입니다. 'FIFA랭킹'상으로는 말입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조주첨 행사 직후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쿠웨이트는 아시안컵서 우리에게 0-1로 패했던 팀입니다. 설욕전을 벼르고 있을 것이 분명한 데다 중동 원정길은 언제나 녹록치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2013년 조광래 감독 경질의 도화선이 된 레바논 원정 1-2 충격패가 그랬죠. 전임 최강희 감독 역시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레바논을 만나 1-1 무승부를 거두는데 그쳤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레바논 원정에서 이기고 돌아온 것은 1993년 미국월드컵 1차 예선. 지금은 아주대 감독으로 있는 하석주의 골로 거둔 1-0 승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20년 넘게 못 이겼으니 이제 제발 이겨주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니 하실 수 있을 겁니다'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20년 넘게 이기지 못했으니 이겨야 했고, 국내 감독이라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더 가슴이 아파 오니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월드컵 예선 조추첨이 끝나면 대체로 감독들은 "모든 팀들이 어렵다.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가 준비를 잘 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러니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느냐, 아니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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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던 한국 축구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To be or Not to be'의 모토로 달려 들었던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멋진 성과를 올려서 한 편의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가 앞으로의 대표팀에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는 공교롭게도 온전히 대표팀의 몫이 되었습니다.

월드컵 예선이 시작되는 6월부터는 정말로 길고 지난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속된 말로 이것은 '리얼'입니다. 한 경기라도 삐긋하면 (더군다나 상대가 FIFA랭킹상 엄청나게 약체이기 때문에) 언론은 끊임없이 대표팀을 흔들 것이고, 슈틸리케 감독을 전방위에서 압박할 것입니다. 팬들의 감정 기복도 있을 거고, 실제로 심각한 위기가 닥칠지도 모릅니다. 20년 넘게 이겨보지 못한 레바논 원정 충격패 같은 일이죠.

물론 6월 16일 중립국에서 치를 미얀마와의 첫 경기는 중요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일이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이후 대표팀은 9월 3일에 라오스와 우리 안방에서 경기를 치른 뒤 9월 8일 문제의 레바논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얼핏 듣기에도 빡빡한 일정인데다 9월 초는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유럽 선수들에게 시즌 초반에 해당합니다. 몸 상태가 최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 K리그 클래식은 9월 한 달 리그 상-하위 스플릿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경기들을 치릅니다. 10월 4일 33라운드를 끝으로 상위 6개팀, 하위 6개팀의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0월 8일에 있을 쿠웨이트 원정은 선수 구성에 고민이 커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레 걱정부터 하기 보단 슈틸리케 감독이 최대한 많은 K리그 자원들을 미리 파악해 두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정협을 찾아내셨던 것처럼요.

사실 이래저래, 뭐니뭐니 해도 슈틸리케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이겠죠. 감상에 젖은 미래에 관해서 보다 당장의 할 일을 하고, 결국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누군가 반박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월드컵 진출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축구라는 거대한 산업 자체를 지탱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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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이상 축구협회도 팬들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월드컵만 나가고 보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아니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지난해 여름 엄청난 압박 속에서 그 자리를 수락한 뒤 "러시아 월드컵이 외국인 감독으로 나가는 마지막 월드컵이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던 점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국가대표팀에는 수석코치가 없습니다. 물론 많은 지도자들이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을 쌓고 있고, 슈틸리케 감독과 9번째 월드컵을 향한 도전이 성공하면 그 유산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제는 예전처럼 무조건 나가고 보는 월드컵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절망 뿐인 본선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티켓은 4.5장. 세대교체를 한 이라크, 축구계 전체가 쓴 잔을 마신 일본,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 호주와 무섭게 성장한 중국은 우리 만큼이나 독하게 월드컵 본선 티켓을 노릴 겁니다. 북한이나 이란, 태국,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와 2022년 월드컵을 주최하는 카타르도 월드컵을 꿈꾸겠죠. 꿈의 특권은 자유입니다. 2002년에 우리가 그랬듯이요.

9번 연속이나 월드컵에 나간 나라가 전세계에도 몇 나라 없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 큰 욕심 같기도 하지만, 한국 축구와 슈틸리케 감독이 지금부터 하게 되는 도전은 매 순간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니 꼭 성공했으면 합니다. 부디 인내심을 갖고 싸워주세요. 설령 실패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이번에는 후회하는 싸움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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