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딸과 저녁 약속을 해놓고도 저녁밥을 지어 놓은 엄마, "외식하러 가야지"라는 딸의 말에, "어머, 그랬지. 내가 깜빡했네"라고 답한다면 건망증이고요, "우리가 약속을 했었니?"라며 약속 자체를 까맣게 잊은 반응이라면 치매를 의심해야 합니다.
치매의 현실과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 건망증과 다른 치매의 특징들을 알아봅니다.
김경희 기자입니다.
<기자>
3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70대 환자입니다.
지난 주말 자녀가 집에 찾아왔느냐고 의사가 물었는데 제대로 답하지 못합니다.
[70대 치매 환자 : 많이 왔다 갔기 때문에 그런 건 기억 안 해요.]
반면 이 70대 할머니는 검진 중 딸의 도움을 받아 어제저녁 반찬을 하나둘 기억해냅니다.
[(어제저녁, 돼지고기 넣은 찌개가 뭐였지?) 아, 김치찌개. 맞아.]
하지만, 5분 이상 검진이 이어지자 울먹이기 시작합니다.
[70대 환자 :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니까… 아, 나 자신도 이렇게 한계에 이르렀구나…]
이 할머니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상태로 진단됐습니다.
이처럼 어떤 일을 잊었더라도 힌트를 주면 기억해 낼 수 있느냐가 치매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또 기억력 감퇴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거나 시간이 흐를수록 상태가 나빠지면 치매일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질문이나 행동을 반복하거나 최근보다 과거를 더 또렷하게 기억할 때도 치매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김희진/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 성격 변화가 있든지 기계 같은 게 조금 서툴러지셨다든지 그거는 치매를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치매 가족력이나 고혈압, 당뇨, 우울증이 있으면 발생 위험이 더 높습니다.
[김기웅/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 적극적으로 모두 잘 관리할 경우에 자신이 노년에 치매에 걸릴 확률을 약 50% 정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은 치매, 10명 중 3명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경도 인지장애 3분의 1가량이 치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 영상편집 : 조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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