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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실향민 '주인없는 유산 13억' 가로챈 일당 덜미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 국고로 환수되려던 유산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 중에는 망자의 5촌 조카도 끼어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공·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강 모(66)·김 모(69)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공범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월남, 실향민이 된 평양 출신 여성 A씨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정착한 뒤 삯바느질부터 시작해 억척스레 돈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생고생을 한 A씨는 시가 7억 원짜리 집과 8억 원이 넘는 은행예금을 남기고 88세가 되던 2007년 세상을 등졌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생겼습니다.

그의 재산이 공중에 붕 떠버린 것입니다.

A씨에겐 월남한 5촌 조카(65)가 있었지만, 법정상속인은 4촌 이내 친족으로 제한되는 데다 생전 특별한 친분이 없었던 탓에 상속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인을 통해 이를 알게 된 공문서 위조 사기 전과자 강 씨가 그냥 넘어갈 리 없었습니다.

강 씨와 공범 3명은 2009년 4월 서울 서초구청에서 A씨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제적등본을 발급받아 전문가를 동원해 공범들이 A씨의 친아들인 양 서류를 위조했습니다.

이들은 이 서류로 시중은행 3곳에서 A씨의 예금 8억5천100만 원 전액을 찾았습니다.

수사 당국이 추적하더라도 주범이 누군지 알기 어렵게 서로의 계좌로 수차례 입출금을 반복하고 수표나 현금으로 바꿔 나눠갖는 수법도 썼습니다.

상속자가 아닌 A씨의 5촌 조카도 욕심을 냈습니다.

정상적으로는 상속받기 어렵다고 생각한 그는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인 김씨 등 공범 2명과 짜고 2008년 5월 자신이 제3자에게 진 빚에 대해 A씨가 연대보증을 선 것처럼 대물변제 약정계약서를 위조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A씨가 남긴 주택을 4억5천만 원이라는 헐값에 팔아 나눠 가졌습니다.

A씨의 조카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A씨가 예금을 물려주기로 했다는 유언장을 위조해 2012년 법원에 유언 집행자 선임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변호사를 유언 집행자로 선임했지만, A씨가 남긴 예금은 이미 강 씨 일당이 모두 빼내간 뒤였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변호사가 검찰에 신고하면서 예금을 빼내간 강씨 일당뿐 아니라 5촌 조카 일당도 유산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조카가 유언 집행자 선임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완전범죄로 끝났을 수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검거 당시 이들이 빼돌린 13억 원은 대부분 탕진된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현재 피의자들을 상대로 재산반환소송을 추진 중이며, 매각된 주택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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