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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행 '불사조' 박철순 "뜨거운 곳에서 뜨겁게"

스리랑카행 '불사조' 박철순 "뜨거운 곳에서 뜨겁게"
류현진(28·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선동열(전 KIA 타이거즈 감독), 고 최동원(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이 등장하기 전,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한 투수는 박철순(59)이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에이스로 불리는 '불사조' 박철순이 코치가 되어 야구 불모지 스리랑카로 향합니다.

박 코치는 "내일(4월 1일) 스리랑카로 떠난다"며 "그곳 기온이 오전에도 섭씨 28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뜨거운 곳에서 뜨겁게 일하고 오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코치는 한 달 동안 스리랑카 대표팀을 가르친 후 5월 4일부터 10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제11회 아시안컵에도 스리랑카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합니다.

그는 "조용히 떠나고 싶었는데 어떻게 소문이 났을까"라고 쑥스러워하면서도 "걱정도 많이 되지만, 가슴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가 태동한 1982년, 박철순은 가장 뜨거운 사나이였습니다.

1979년 미국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해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박철순은 한국 프로야구가 탄생한다는 소식에 트리플A 입성을 약속한 팀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OB 베어스(두산 전신)에 입단했습니다.

그리고 단일 시즌 22연승의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정규시즌에서 224⅔이닝을 소화하며 24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84를 기록한 박철순은 심각한 허리 부상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박철순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섰고 1승 2세이브를 거뒀습니다.

프로야구 원년 챔피언이 결정된 한국시리즈 6차전, 박철순은 완투승을 거뒀습니다.

우승의 영광을 위해, 미래를 포기했습니다.

박철순은 1996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지만, 한 번도 시즌 10승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박철순이 마운드에 오르면 모두가 열광했습니다.

부상과 재활, 기나긴 터널을 수차례 건너면서도 박철순은 포기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고 팬들은 그를 '불사조'라고 불렀습니다.

"나는 정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고 과거를 떠올리던 박 코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사랑을 되돌려 줄 기회를 얻었다"고 스리랑카행 배경을 전했습니다.

그는 "일주일 전에 윤정현 대한야구협회 전무이사께서 직접 전화를 하셔서 '좋은 일 하자'고 말씀하셨다"며 "배명고 대 선배께서 하신 말씀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더구나 야구를 가르치는 일이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을 더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에 스리랑카와 '교환경기 시행, 코치·심판 및 스포츠전문가 등 기술임원 교류, 국가대표 선수 우호교류, 스포츠장비 지원 등을 시행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체육회는 2015년 스포츠동반자프로그램의 하나로 야구 지도자를 파견하기로 했고, 박철순 코치를 파견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박 코치가 파견자로 선정되기까지는 '한일 야구의 미묘한 경쟁심'이 작용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두 명의 프로 출신 지도자가 스리랑카에서 야구를 가르친다. 한국도 '커리어'를 갖춘 지도자를 보내야 자존심을 세울 수 있지 않은가"라고 전했습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박 코치는 "스리랑카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긴 한가"라고 껄껄 웃으면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스리랑카는 야구 불모지여서 당연히 국제 규모의 야구장도 없습니다.

박 코치는 "스리랑카 야구 대표팀 수준이 한국 중학생 수준이라고 한다. 환경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면서도 "불편한 부분이 많겠지만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놀러 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박 코치는 은퇴 후 OB 투수코치로 일하다 1998년 코치직을 사임하고 야구계를 떠났습니다.

이후 스포츠 용품 사업 등을 하던 그는 가끔 잠실 구장을 찾아 몰래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조용히 갔다, 조용히 돌아오려고 했는데"라며 웃다가 "알려졌으니 더 잘하고 오겠다. 예전에도 떠들썩한 경기에서 더 잘 던진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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