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기지 직원들은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지난 1999년부터 이런 아이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1년 내내 운영되는 기지 내 구내식당에 아이들을 불러 밥을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부터는 아예 초등학교에 공부방을 차리게 됐습니다. 밥만 먹일 게 아니라 공부도 시키자는 뜻이었지요. 처음엔 학교 주차장 옆에 있는 조그만 건물을 빌려 아이들을 공부시키다가 당시 교장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교실을 제공받아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됐습니다.
공부방의 정식 명칭은 은정 지역아동센터입니다. 근처의 다른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구청의 지원을 받고 있지요. 프로그램이 워낙 다양한데다 아동센터의 센터장과 직원의 월급, 또 저녁 식사까지 아이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6천만 원 정도의 운영비가 들었습니다. 절반 정도는 차량기지 직원들이 매달 5천~1만 원 정도 내는 후원금으로 충당했고 나머지는 구청이나 기업들의 지원으로 운영했지요.
공부방을 후원하는 차량기지 측에서는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차원에서 종합보험을 가입하고 있고 1박 2일 캠프 등을 갈 때는 여행자 보험도 든다며 아이들 안전은 공부방 차원에서 담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5년 동안 운영하면서 방과후 학교 모범 사례로 선정될 정도로 운영이 우수하다면서 폐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들 역시도 공부를 위주로 하는 돌봄 교실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 ‘지하철 공부방’에 있고 싶다고 말했지요.
학교 측과 공부방 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결국 서울시교육청과 구청까지 나섰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첫 회의를 했는데 서울시교육청은 공부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의 돌봄 교실까지 지역아동센터가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돌봄 교실 운영 예산까지 주면서 확대 운영하는 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학교 측이 이 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내일 학교 측과 공부방 측이 모임을 갖는다고 하는데 아무쪼록 서로가 받아들일만한 합리적인 접점을 찾길 바랍니다.
▶15년 동안 이어온 '지하철 공부방' 폐쇄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