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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갈 길 먼 홍준표식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취재파일] 갈 길 먼 홍준표식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경상남도는 올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상급식을 폐기했습니다. 당장 4월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되어 학부모들이 급식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 파장은 경남도를 넘어 전국으로 번졌습니다. 급기야 무상복지 전반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홍준표 도지사가 있습니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 폐지를 주도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정치적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지지기반인 보수세력을 결집하고 선택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우세한 여론을 의식한 승부수라는 겁니다.
 
홍 지사가 내놓은 대안 카드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입니다. 무상급식에 지원하던 예산 전액을 서민 자녀 교육지원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겁니다. 소요 예산은 총 643억 원입니다. 도내 초·중·고 서민 자녀에게 1인당 연간 50만 원 안팎의 교육복지 카드를 지급해 학력 향상 및 교육 경비 지원에 사용토록 한다는 것입니다. 수혜 대상은 전체 학생의 24% 정도인 10만 명 안팎이 될 걸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경남도가 제시한 서민 자녀 교육지원 대상은 최저생계비 250% 이하 가정(실제 소득액 4인 가구 기준 250만 원 이하)입니다. 지급된 카드로 EBS 교재비 및 수강료, 온라인 수강, 보충수업 수강 학습교재 구매 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취재파일] 송성준
경남도는 지난 16일부터 도내 18개 시 군에서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3일 현재까지 8천826명이 신청한 걸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수혜 대상자의 10%도 되지 않는 저조한 성적입니다. 그나마 신청자 대부분은 최저생계비 130% 이하인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한 부모 가족보호대상자, 차상위 계층 등입니다. 도 내 최저생계비 130% 이하 대상자는 4만 8천여 명(2014년 기준)입니다. 경남도는 이들 대부분은 신청할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경남도교육청의 교육지원을 받는 층이기 때문에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읍, 면, 동에 가서 간단한 신청서만 작성하면 됩니다. 두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연간 백만 원 안팎의 교육복지 카드를 지급받게 됩니다.
 
● 수혜자 중복지원 불가피
[취재파일] 송성준
그런데 이들 계층은 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교육 바우처 사업에서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방과 후 자유수강권 지원, 학비 지원, 학교급식 경비 지원, 교과서 구매비, 수학여행 경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남도는 직접 현금과 같은 카드를 지급하는 것이고 또 수강 대상이 학교 안이 아닌 외부에서 인터넷 강좌 등을 수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 계층은 도교육청은 물론 도에서도 연간 백만 원 안팎(2자녀 기준)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혜자에 대한 중복지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출 서류 과다…개인정보 유출 우려, 대상자 선정 객관적 검증 방법 없어
[취재파일] 송성준
두 번째로 경남도가 바우처 지원 대상은 최저생계비 250% 이내인데 이들의 소득수준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경남도교육청에서 최저생계비 150%까지 객관적인 개인별 근거자료를 가지고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정작 150~250% 구간의 대상자는 검증 자료가 없고 검증할 방법도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경남도는 신청 대상자에게 최소 20가지가 넘는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발급기관만 해도 최소 10곳이 넘습니다. 지원하려면 신청서는 물론이고 개인정보 수집 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 개인정보 이용. 제공 사전 동의서, 금융정보 제공 동의서, 소득 재산 신고서, 고용. 입금 확인서 등 6가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또 건강보험료 납부증명서,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 예금 적금 부금 보험, 및 수익증권 등의 잔액증명서나 통장 사본을 곤 내야 합니다. 게다가 소득과 재산 확인을 위해 일용근로소득 사실확인서, 소득금액 증명원, 월급명세서나 고용임금확인서, 근로소득 원천징수서, 임대권 계약서 연금소득 증명서, 무료 임대확인서, 휴폐업 확인서, 임대차 계약서, 차량 보험 가입증서, 부채 증명원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취재파일] 송성준
제출 서류가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학부모들이 50만 원 내외의 교육지원금을 받기 위해 복잡한 증빙서류를 챙겨 자신의 경제상황을 공개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라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또 인터뷰에 응한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너무 많고 복잡하고 무엇보다도 개인 통장까지 다 공개해야 하느냐?"라며 "차라리 무상급식을 해주지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교육복지 카드를 받더라도 개인적으로 사교육을 받고 있는데 또다시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일선 읍 면 동 사무소도 고충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김해시 내외동사무소 신종기 총무계장은 "신청자들이 개인 금융 소득 가운데 일부만 서류로 제출하거나 누락시킬 때 이를 검증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라며 지급 대상의 객관적 검증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만약 사후 복지카드를 지급한 뒤 적발되더라도 당사자 반발과 지원금 회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검증 방법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윤인국 경남도 정책기획관은 개인정보 보안문제에 대해 "검토가 끝나면 관련 서류를 폐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대상자 선정을 위한 객관성 확보를 위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취재파일] 송성준
[취재파일] 송성준
4월부터는 무상급식에서 유상급식으로 전환됩니다. 도내 28만여 명의 학생 가운데 최저생계비 130% 이내 저소득층 자녀와 특수학교 학생 등 6만 6천여 명은 무상급식비 전액을 지원받게 됩니다. 하지만, 21만 8천여 명의 학생들은 월 4~7만 원의 급식비를 내야 합니다. 2인 자녀를 둔 가정은 매달 10만 원 안팎의 급식비를 내야 하다 보니 부담이 꽤 크다고 하소연합니다. 급식비 납부고지서를 받아본 학부모들이 SNS 상에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상경투쟁과 함께 관련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지자체 내에서도 파열음이 보입니다. 김해시 의회는 지난 23일 서민 자녀교육지원 조례 제정안 심사를 보류했습니다. 홍준표식 무상급식 폐기의 파장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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