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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미용계 열정페이 "월급 70만 원에 지각벌금 분당 1만 원?"

* 대담 : 000 미용노조 대표

▷ 한수진/사회자:
패션계에 만연한 이른바 ‘열정페이’ 문제, 얼마 전에 전해 드렸는데요. 청년들 울리는 열정페이, 패션계뿐만이 아닙니다. 미용계 역시 기술을 가르친다는 명목 하에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데요. 미용계 종사자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패션노조처럼 SNS에 미용노조를 만든 분이세요. 익명으로 인터뷰하는 점, 청취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미용노조 대표님, 나와 계십니까?

▶ 000/미용노조 대표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미용노조라는 것도 정식노조는 아닌 거죠?

▶ 000/미용노조 대표
예.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만들게 되셨어요?

▶ 000/미용노조 대표
이 일에 종사하면서 제가 오래 전부터 정부 발표를 믿고 개선될 걸 기다렸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어가지고,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미용계에서 일하신 지는 얼마 되셨어요?

▶ 000/미용노조 대표
일한 지는 1년이 좀 안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년이 좀 안되셨고요. 그러면 막내 스태프 정도로 볼 수 있는 거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 000/미용노조 대표
샵의 잡무부터 시작해서 커트를 제외한 모든 작업에 다 관여를 하고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디자이너 보조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 000/미용노조 대표
예예.

▷ 한수진/사회자:
월급은 얼마 받으세요?

▶ 000/미용노조 대표
80만 원에서 세금을 떼고 하면 70만 원 중후반 대 정도 받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70만 원대 중반? 이게 시급으로 계산하면 얼마나 될까요?

▶ 000/미용노조 대표
미용계 평균 시급은 2,800원이라고 보도된 바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일하는 시간이 좀 짧아서 3,200원 정도 될 것 같네요.

▷ 한수진/사회자:
3200원 정도. 최저임금 시급이 5580원인데, 여기에도 못 미치는 거네요?

▶ 000/미용노조 대표
네, 절반 수준인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근무시간은 얼마 정도 되죠?

▶ 000/미용노조 대표
대부분 미용 스태프들은 하루 12시간 정도 근무를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11시간 정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전에 몇 시부터 하시나요? 9시부터?

▶ 000/미용노조 대표
한 8시, 9시까지 하고. 손님이 늦게 오거나 추가로 정리할 일이 남았다면 추가근무는 일상이죠.

▷ 한수진/사회자:
추가근무는 일상이다, 근데 추가수당 같은 건 지급이 되나요?

▶ 000/미용노조 대표
추가수당 같은 건 전혀 지급되지 않고요. 오히려 지각하면 지각비를 받죠.

▷ 한수진/사회자:
지각비를 받아요?

▶ 000/미용노조 대표
예예.

▷ 한수진/사회자:
지각비를 얼마나 받나요?

▶ 000/미용노조 대표
그건 샵마다 다 다른 부분인데, 제가 받은 제보 중에 가장 심한 곳은 1분에 만 원씩 받는 곳도 있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1분에 만 원씩?

▶ 000/미용노조 대표
네.

▷ 한수진/사회자:
시급은 3천 원 꼴인데, 1분에 지각비를 만 원씩이나 받는다고요?

▶ 000/미용노조 대표
예.

▷ 한수진/사회자:
뭐 10분만 지각해도 70만 원 남짓 월급 받는데 큰일 나겠어요?

▶ 000/미용노조 대표
네. 지각하지 말자는 그런 취지로 한 거긴 한데. 그건 추가수당을 먼저 챙겨주면서 그런 걸 요구해야 된다고 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교육비도 따로 받는다, 이건 또 무슨 얘기일가요?

▶ 000/미용노조 대표
매장에서는 ‘우리가 너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니까 너희는 교육비를 내야 된다, 그래서 80만 원, 90만 원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그럼 실질적으로 받는 월급은 교육비를 떼고 받는 거다, 이 말씀이세요?

▶ 000/미용노조 대표
네. 80-90만 원이 교육비를 뗀 금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육비를 떼고 받는 거다, 그러니까 사실상 이게 배우는 거니까 우리가 가르치는 것만큼 다시 받겠다, 하는 그런 얘기예요?

▶ 000/미용노조 대표
그렇죠. 그렇지만 모든 업계, 모든 곳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업무보조 하는 거 말고 따로 정식으로 교육을 시켜주긴 하는 건가요?

▶ 000/미용노조 대표
이건 해주는 곳도 있고, 안 해주는 곳도 있는데. 안 해주는 곳도 옆에서 조금씩 가르쳐주는 그런 것만으로도 교육비를 받고 있습니다. 교육비는 제가 볼 때, 월급을 적게 주기 위한 명목상 받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냥 월급을 깎아서 적게 주기는 뭐하니까, 교육비 제하고 주는 거다, 이런 식으로 해서?

▶ 000/미용노조 대표
예. 그럼 모든 직업은 다 처음 들어오면 교육비를 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처음부터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없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뭐 기자들도 수습기간 거치는데, 그때 교육비 내고 수습을 받지는 않으니까요.

▶ 000/미용노조 대표
예예.

▷ 한수진/사회자: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미용계 일반적인 막내 스태프의 근무환경이라고 봐도 될까요?

▶ 000/미용노조 대표
예, 객관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객관적으로 말씀하신 거고. 조금 이름난 곳들 있잖아요? 강남 같은 곳들은 처우가 좀 낫지 않을까요?

▶ 000/미용노조 대표
그런 데일수록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명목 하에 열악한 금액을, 더 열악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더 낮게 준다?

▶ 000/미용노조 대표
네. “너희는 더 좋은 걸 배우기 때문에 더 감수하고 일을 해야 된다” 이런 식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한 달에 80만 원 정도면 서울에서 살기 쉽지 않죠? 월세라도 내고 그러면 사실상 생활이 어렵겠어요?

▶ 000/미용노조 대표
네. 주변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친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제일 가장 저렴한 방값도 40만 원부터 있는데, 거기에 아침, 저녁도 해결해야 되고. 점심값을 받는 샵도 있고 이러다 보니까 혼자서는 의식주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무리 열정이 있고 그야말로 헤어디자이너가 꿈이라고 해도 버티지 못하고 이 업계 떠나는 경우 많이 있겠어요?

▶ 000/미용노조 대표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이 제일 크죠. 학자금 대출을 받았거나 집이 어려운 친구는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죠. 그게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보통 이런 생활을 몇 년 정도 해야 될까요?

▶ 000/미용노조 대표
평균 미용업계에선 2-3년 정도 소요되는데, 강남 이런 지역 같은 경우는 5년 이상 소요되기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가요? 이렇게 낮은 페이로 시작을 하지만, 나중에 디자이너 되면 어느 정도 보상이 되는 건 아닌가요?
 
▶ 000/미용노조 대표
그 부분에 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대개 디자이너들은 30~50% 사이의 퍼센티지를 받습니다. 천만 원을 벌면 3백만 원에서 5백만 원 정도의 수익을 갖고 가는 거죠. 그렇지만 자신이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직원이라고 해도 150만 원 정도만 가져간다고 보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웬만한 그야말로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면 능력별로 되는 거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도 없다?

▶ 000/미용노조 대표
네, 보장되는 건 전혀 없습니다. 자기하기 나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매출의 30~50% 정도. 이렇게 능력별로 갖고 가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된다고 해도 다 과거의 고생을 보상받는 것도 아니다, 이런 뜻이네요?

▶ 000/미용노조 대표
다 잘 될 거야, 생각하고 버티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막내 스태프를 ‘금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면서요?

▶ 000/미용노조 대표
예.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취업을 했다가도 금방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고 워낙 열악한 현실 때문에 취업을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직원을 구해지지 않아서 ‘요즘 애들은 힘든 일 안 하려고 한다. 열정이 없다.’ 이런 식으로 대부분 청년들 탓으로 돌리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요즘 보면 미용 관련 학과들 참 인기 있는데, 미용계 내에서 이런 문제의식 좀 갖고 있지 않을까요? .
 
▶ 000/미용노조 대표
제가 봤을 때 겉보기에 좀 화려하고 그런 직업이어서 요즘은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데. 미용 고등학교나 대학교 교수님들,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아무도 이 현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아요. 오히려 학생들한테 떠넘기고 당연시하다고 말을 하는데, 이게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 분들은 왜 목소리를 안 낼까요?

▶ 000/미용노조 대표
아무래도 자신의 위치와 이런, 그분들도 사회에서 원장님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피해 받는 걸 원치 않아서.

▷ 한수진/사회자:
현실적으로 다 관여돼 있고, 현실적으로 또 본인도 다 운영을 하기도 하고, 과거에도 그랬었고 하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좀 당연한 걸로 여긴다, 이 바닥이 워낙 그렇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거죠?

▶ 000/미용노조 대표
예예.

▷ 한수진/사회자:
정부에서 근로감독도 좀 확실히 돼야 될 것 같은데요. 그런 점도 바라고 계시는 건가요?

▶ 000/미용노조 대표
수년 전부터 근로감독이 이쪽에 나온다는 기사를 여러 번 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걸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안 잡는 거다?

▶ 000/미용노조 대표
정부를 언제까지 믿고 있어야 되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미용계 열정페이, 현직 미용계 종사자 이야기를 익명으로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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