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사드 - 오바마의 선택은?

[월드리포트] 사드 - 오바마의 선택은?
주한미군이 사드(THAAD) 도입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비공식 부지 조사를 했다는 입장 자료를 냈다고 한다. 주한미군 사령관이자 한반도 유사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연합사령관인 커티스 스카파로티 대장의 의중이 실린 조치다.

미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의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게감도 있어 보인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일부 언론이 슬그머니 분위기를 띄우고 정치권이 호응하면서 사드는 국민적 문제, 국민적 상식이 됐다. 그러나, 사드는 굳이 국민들이 알아야 할 상식이 아니라 고도의 군사 용어다. 해석도 어려운 '종말 단계 고고도 미사일 지역 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체계의 줄임말이다. 미국이 개발한 사드를 미국 국민들은 얼마나 알까?

▶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도 보러가기 (자료: 미 미사일 방어국)

어느 나라건 군사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은 다층적이고 복잡하다. 작전과 전략, 국방 정책, 그리고 유관 국가 간 조율이라는 3중 4중 구조다. 물론 옛날처럼 최고결정권자가 "하라면 하라"는 식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치 않다.

사드 배치, 도입 문제가 바로 그렇다.
 
첫째, 작전적 차원을 보자. 스카파로티 사령관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본국에" 사드 배치를 요청했다. 야전 사령관의 소요 제기다. 배치 후보지 조사는 주둔국인 한국과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했단다.
 
지난 해 5월 27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촉발된 '1차 사드 파문' 뒤 얼마나 진전된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입장 자료를 통해 배치 희망을 다시 피력하며 '2차 사드 파문'에 불을 붙였다.
 

▶ [8뉴스] "주한미군 MD 추진"…독자MD 멀어 기사 보러 가기

(1차 사드 파문으로 이어진 미군의 구상은 SBS 8뉴스의 보도로 처음 국내에 알려졌다.)
 
둘째는 전략적 차원이다. 사드 논란이 증폭되면서 마치 그것이 미사일 방어(MD) 체계의 전부인 양 부각됐지만 그렇지 않다. 말 그대로 '종말(terminal) 단계' 즉 발사 뒤 치솟다가 정점을 찍고 포물선을 그리며 하강하는 미사일을 끝 단계에서 맞춰 파괴하는(hit-to-kill) 요격 미사일이다. 같은 끝 단계라도 저고도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보다는 훨씬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기 때문에 종말 단계 '고고도' 이름이 붙었다.
 
당연히 미군은 (*주한미군이 아니다) 상승, 중간, 종말 단계로 이어지는 전체 MD 구성 요소의 일부인 사드를 어디에 배치할지 검토를 거쳐 판단을 내려야 한다. 엄청난 가격에 몇 기 되지 않는 사드가 주한미군에 요긴하다면 그만큼 다른 지역의 미군, 또 미국 본토 방위에도 긴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GBI 같은 중간 단계 요격 미사일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만큼 사드는 사실상 최후의 보루다.

여기에는 미 육군 8군 뿐 아니라 전투사령부인 태평양사령부, 또 다른 사드 배치 후보지인 중동의 중부사령부, 사드와 패트리엇 등 제한된 MD 자원을 운용하는 미 육군 미사일 사령부, 그리고 육군 윗선인 합동참모본부의 검토가 필요하다.


 

▶ [8뉴스] 美 "사드, 동맹국들도 비용을 분담해야" 강조
 
(SBS가 워싱턴에서 미 육군 미사일 사령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셋째는 정책적 차원이다. 군사 작전상 필요하고 전략적으로 가치가 있더라도 그것이 국방 정책상 바람직하고 실현가능한지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 사드 (그리고 함께 배치되는 AN/TPY-2 레이더) 같은 강력한 전략 자산인 경우엔 동맹국과 조율 뿐 아니라 적국, 인접 유관국의 예상되는 대응과 파장까지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방위산업 진흥 정책까지 염두에 두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미군의 사드를 배치할 것인가 아니면 FMS라는 대외군사판매를 주선해 미군 군수업체로부터 동맹국이 직접 구입하도록 할 것인가의 선택이다.
 
이렇게 보면 사드를 배치해 달라는 주한미군 사령관의 건의는 군사 작전 수준에서는 중요하지만 전체 의사 결정 과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전략적 수준에서 제한된 자원을 미 본토와 전 세계 미군, 동맹국 방위를 위해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검토를 거쳐야 한다. 현재 미 본토와 하와이, 괌에 실전 배치된 사드가 3개 포대(battery), 육군이 넘겨받아 곧 실전 배치할 사드가 1기, 앞으로 넘겨받을 사드가 3기 등 10년 내 미군이 보유하게 될 사드는 7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전략적 검토를 거쳐도 마지막 남은 관문은 국가 정책적 수준의 결단이다. 이는 고도의, 아니 '고고도'의 정치적, 국제정치적 판단을 요한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핵에 핵으로 맞서는 공포의 균형보다 핵무기 의존을 줄이면서 최악의 경우 핵미사일도 막을 수 있는 MD가 끌릴 것이다. 억지(deterrence)에서 방어(defense)로의 전환이다.
 
그러나, 사드가 방어용 요격 미사일이라지만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미-중간의 전략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다. 오직 북한만 겨냥한 것이고 중국과는 무관하다고 이야기한들 이를 그대로 믿을 중국의 정책결정자는 없을 것이다. 미 본토 텍사스에서 하와이와 미국령 괌을 거쳐 한반도까지 사드가 ‘진출’한다니 달가울 리 있을까? 역내 현상변경 행위로 받아들이고 상응하는 조치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일부 무기 애호가적인 언론 매체의 제언처럼, 사드에 따라 붙는 레이시온 사의 AN/TPY-2 레이더 탐지 거리를, 중국의 군사 전략 자산이 노출될 위험을 배려해서, 모드를 조정해 늘이냐 줄이냐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미군 사드 배치가 어렵다면 한국 정부가 록히드 마틴에서 직접 구매하고 미군이 '한미일 MD망'을 조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결국 최소 1조 수천억 원에서 7~8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은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가고 운용은 미군에 의존하는 최악의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 '자주 국방'을 기치로 개발에 착수한 중장거리 지대공 요격 미사일 M-SAM, L-SAM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의 국방장관에 취임한 애쉬턴 카터가 곧 동북아 순방에 나설 것 같다. 전장인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을 둘러봤으니 그 다음 차례다. 야인 시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보이면 선제 타격하라는 제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인준 청문회에선 MD를 강조했다. 당장 그의 서류 가방에 사드 파일이 담길지 관심이다.
 
좀 더 내다보면 반년 뒤인 올 9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다. 서로 간에 협력이 필요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또 그 뒤에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라는 강수를 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