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도가 지나친 신입생 환영회… 알고보니 오래된 '악습'

도가 지나친 신입생 환영회… 알고보니 오래된 '악습'
 최근 서강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아이러브 유방 · 작아도 만져방' 등의 성희롱 문구가 붙은 숙소가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드셉니다. 하지만 이는 올해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신고식


2011년, 세종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행사장에서 불을 껐다가 켰을 때 가장 야한 포즈를 취하는 커플에게 상을 주는 게임을 했습니다. '야동' 수준의 사진이 외부에 유출되면서 많은 이들이 경악했습니다. 

신고식
 그리고 2013년에는 인하대에서 선배가 신입생을 각목으로 구타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성희롱과 폭력 등 문제가 매년 벌어지는 신입생 환영회.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때는 고려 말, 권문세족들의 어린 자제들이 관직에 나서면서 현재의 신입생 환영회와 같은 '면신례(免新禮)'가 시작됩니다. 선배들이 사회의 신입생들의 교만함을 꺾어버리기 위해서 만든 '면신례'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집니다.

*면신례 (免新禮) : 조선시대 벼슬을 처음 시작하는 관원이 선배 관원들에게 성의를 표시하는 의식.

신고식
(사진 출처_ KBS 역사스페셜)
 
거의 대부분 기관에서 행해졌던 면신례.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그 당시 선배들은 신입생들에게 자신이 싼 똥을 끼얹고, 그들을 때리고 나아가 잔칫상까지 차리게 했습니다. 15세기 학자 허백당 성현의 <용재총화>에서도 면신례의 면면을 볼 수 있습니다.

신고식
(사진 출처_ KBS 역사스페셜)
 
 큰 나무를 들어보라고 하고 들지 못하면 순서대로 신입생을 구타하기까지 했습니다. 단종 1년, 승문원에 파견된 신입 관리 정윤화는 선배들의 매질에 죽고 맙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산 정약용 선생도 면신례의 피해자입니다. 그가 남긴 편지에는 자신이 어떤 굴욕을 당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고식
 "절름발이 걸음으로 게를 줍는 시늉을 하고 수리부엉이 울음을 흉내 내는 일 따위는 제가 직접 하는 것입니다. 시키는 대로 해보라고 애를 썼으나 말소리는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고 발걸음은 발에서 떨어지지 않는 걸 어쩌겠습니까?"

 
신고식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던 면신례. 조선의 검찰 격인 사헌부에서도 이를 없앨 것을 임금에게 건의합니다. 중종도 '백 번 옳다.'며  '사대부부터 군졸까지 모두 신고식을 없애라.' 명했지만 끝끝내 면신례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신고식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런 악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시험은 수능으로, 면신례는 신입생 환영회로 탈바꿈했지만 변한 게 없어 보입니다.

중종실록에서는 정도를 넘은 면신례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오랑캐의 나라에서도 이 같은 미개한 풍속은 없으며,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다.”


(SBS 스브스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