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군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직원까지 데려와서 꾸린 사상 최대 합수단의 100일 성적표입니다. 장황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을 보면 합수단 스스로 100일의 성과를 대견스럽게 여기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낙제점입니다. 합수단의 규모와 질을 감안하면 최악의 성적입니다.
합수단이 적발한 부정 사업의 액수 1981억원 중 합수단이 적발해낸 성과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검찰과 군 검찰이 과거에 덮었던 사건입니다. 검찰과 군 검찰의 수치스러운 역사가 확인됐을 뿐입니다.
통영함 비리 관련 사업비도 합수단이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하면 안됩니다. 일찍이 차려져 있던 밥상이었습니다. 합수단 출범 전부터 감사원과 검찰이 감사했고 수사를 벌였던 사건입니다. 그러면 남는 액수는 전투기와 방상외피, 방탄복의 274억원입니다. 합수단이 기소한 23명 가운데 전투기와 방상외피, 방탄복 관련자는 10명뿐입니다. 이 역시 합수단의 순수 작품은 아닙니다.
근거 제시하겠습니다. 2011년 5월 말 MBN을 비롯한 몇몇 매체는 “정옥근 전 총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요트 앤 컴퍼니’가 STX 측으로부터 7억원을 받아서 대전지검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검찰발 기사들을 내보냅니다. 최근 문제된 정옥근-STX 사건이 4년 전에 토씨 그대로 보도됐었습니다.
2011년의 바로 이 사건이 1035억원 규모의 해군 정보함과 유도탄 고속함, 호위함 비리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4년 전에 뿌리 뽑을 수 있는 사건을 검찰은 덮었습니다. 언론이 지켜보고 있었는데도, 국회가 수사를 촉구하는데도 검찰은 뻔히 아는 비리를 없던 일로 해버렸습니다.
243억원 규모의 공군 전투기 비리 사건도 서울 남부지검이 2012년 하다가 멈춘 사건입니다. 방탄복 비리도 지난 해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던 사건입니다. 합수단이 순수하게 자신들 힘으로 수사해서 잡아낸 방산비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합수단이 100일 성과를 거창하게 발표하자 앞으로는 정관계 로비쪽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관측입니다. ‘진짜’ 방산 비리, 새로운 방산 비리를 캐야 합니다. 또 2011년 왜 사건을 덮었는지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런 대단한 사건을 덮자고 한 쪽과 그 지시를 따른 쪽, 그리고 그 과정에 청탁과 금품수수는 없었는지를 수사해야 합니다. 또 당시에 정옥근-STX 사건과 함께 면죄부를 받은 다른 사건들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드라마 ‘펀치’는 드라마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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