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2009년 양적완화 결정때 "루비콘강 건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최악의 경제 상황에 빠졌던 지난 2009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양적완화를 결정하면서 "루비콘 강을 건넌다"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그때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였던 재닛 옐런 현 의장은 '비둘기파' 답게 경제 전망을 비관하면서 출구 전략을 조기 단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연준은 2009년 한 해 이뤄졌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발언 등 2천 쪽 분량의 회의기록 사본을 공개했습니다.

5년이 지나 발표하게 돼 있는 이 사본에는 연준이 금융위기가 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난상토론 및 의사 결정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009년은 3월 S&P500 지수가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그해 10월 실업률은 10%대로 치솟았습니다.

사본을 보면 2009년 3월 FOMC 회의에서 버냉키 당시 의장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찾아온 최악의 경기후퇴에서 벗어나고자 채권 매입, 즉 양적완화 규모를 급격히 늘리면서 연준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선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이 앞으로도 필요하면 더 많은 부양책을 쓸 의지가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채권 매입액을 1조1천500억 달러까지 늘리느냐를 놓고 토론이 이뤄지던 자리였습니다.

연준은 당시에도 양적완화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비둘기파와 이를 자제하면서 통화 정책 정상화를 위한 출구 전략에 돌입해야 한다는 매파로 나뉘어 격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연준은 결과적으로 세 차례 양적완화를 단행해 지난해 10월 종료했으며 채권 매입 액수가 4조5천억 달러로 당시보다 세 배나 늘었습니다.

버냉키 전 의장과 마찬가지로 비둘기파인 옐런 현 의장도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해 경제 전망을 비관하면서 연준이 너무 빨리 출구 전략을 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