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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朴정부 2년', 각계 안착한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당(黨)에서 보냈습니다"- 박근혜 정부 2년 낙하산 318명 취재기

[취재파일] '朴정부 2년', 각계 안착한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 원자력회사 감사 대표경력이 봉사단체장?
대전광역시 외곽 한전원자력연료 주식회사.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이곳은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쓰는 원자력연료를 전량 생산해 공급한다. 공공기관 낙하산 실태를 취재해 온 SBS탐사보도팀은 8명의 임원명단에서, 이 분야와 인연이 없어 보이는 인사의 이름을 발견했다. 조은숙 상임감사다. 지난달 9일 조 감사를 만났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전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전공은 교육학. 회계나 감사와 관련한 일 역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 분야에 문외한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대전시에서 작은 기관이지만 기관을 운영하면서 운영방법을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감사 업무를 보고 있는 그는 “회계의 전문성도 필요하고 또 원자력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감사도 경영인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기관장 경험이란 대전시 청소년수련원장을 일컫는 거였다. 대전 출신인 그는 2006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대전시의원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인 지역 정당인 생활을 시작한 걸로 보인다. 이 무렵 대전시당 여성위원장과 뉴라이트 대전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른바 ‘로컬 정(政)피아’로 볼만한 당료였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회사 홈페이지와 공공기관 정보공시 사이트 알리오에 공개된 그의 대표 이력이었다. 대전희망포럼 공동대표 즉, 국민희망포럼 대전지부다. 얼마나 중요한 활동 경력이기에 이력 맨 위를 차지한 걸까. 당시 활동에 대해 물었다. 국민희망포럼은 2007년부터 정치인 박근혜를 공개 지지한 선거 외곽단체다.

기자 : 지금 그 단체는 어떻게 됐나요?
조은숙 :  2013년 대전 같은 경우는 다 정리됐죠.
기자 : 단체가 없어졌다는 건가요?
조은숙 :  그렇죠.
기자 : 국민희망포럼 성격은 아무래도 박근혜 후보 지지와 대통령 당선을 위한 거 아닌가요?
조은숙 :  박근혜 당시 후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봉사 기록을 보면 그 봉사활동이 상당히 위주로 됐었어요.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조 감사 말대로라면, 봉사활동단체 전직 대표 직함이 자신의 주요 이력이란 얘기다. 한전원자력연료 감사 자리와 도무지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희망포럼의 실체는 뭘까.

● 대선 캠프, 국민소통위, 국민희망포럼
국민희망포럼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경북 김천에서 2012년 대선 직전 촬영된 사진이다. 조 감사처럼 희망포럼 지부 대표로 보이는 인물이 깃발을 힘차게 흔들고 있다. 깃발엔 ‘박근혜의 김천희망포럼’이라고 수를 놓아놨다.
깃발 뒤에 놓인 화환에 적힌 이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이성헌 의원이 보낸 화환이다. 취재 도중 만난 희망포럼 출신 지역 인사들은 이 의원과 자주 소통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직전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출범한 국민희망포럼 지부 창립대회는 물론, 크고 작은 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았다.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그는 조직본부와 연결된 국민소통위원회를 이끌었다. 이성헌 의원의 국민소통위는 캠프와 국민희망포럼을 잇는 허브였던 셈이다.

국민희망포럼의 진짜 성격은 뭘까. 대답은 전남 나주로 이전한 한국전력공사 감사실에서 얻을 수 있었다. 한전 안홍렬 감사는 16대와 17대와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충남 보령서천과 서울 강북을에 출마했다. 국회 입성은 못했지만, 두 차례 대선에서 캠프 수도권 대책본부장을 맡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희망포럼 서울대표를 지냈다. 초창기부터 희망포럼 간부로 활동한 그는 조직 성격을 이렇게 정의했다.

“대통령 만들기 해서 자발적인 어떤 팬클럽 비슷하게 그게 이제 뭐 전직 구청장들, 전직 국회의원들, 위원장들이 모여가지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같이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조직을 결성해서 이런 모임을 가져왔던 거다.”

국민희망포럼은 새누리당 대선 캠프와 연결된 외곽 선거운동 단체였다는 얘기다.

● 국민희망포럼이 지원서 대표 이력

취재팀이 처음부터 국민희망포럼의 존재에 주목한 건 아니다. 우리가 희망포럼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 알리오였다. 우리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의심이 드는 임원 경력에서 ‘희망포럼’이란 이름이 자주 발견된 거다. 알리오나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력은 임원 본인 또는 해당 기관이 본인의 지원 서류를 근거로 기재한다. 임원 본인이 선임 과정에서 해당 경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알려지기 어렵다.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 사이트 알리오에 게재된 해당 임원들의 대표 이력. 위에서부터 농어촌공사와 한전KDN, 전북대병원, 한전원자력연료(주)에 임명된 감사들의 경력이다. 하나같이 국민희망포럼 경력을 주요 경력으로 공개해 놓았다.

한국농어촌공사 김종훈 감사 역시 전북희망포럼(온고을희망포럼) 대표를 지낸 인물이었다. 그는 한나라당 때부터 10년 가까이 정당인 생활을 해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17대엔 부대변인과 조직특보, 전북도당 언론대책위원장을 지낸 뒤, 2008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전북 고창ㆍ부안에서 18대 총선에 출마했다.

2012년 새누리당 이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지냈고, 18대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선 양대 조직인 조직총괄본부에 몸담았다. 농업 분야 조직을 이끌거나 회계 감사 업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정치권에서 왔기 때문에 더 겸허한 자세로 좀 낮게 있어야 한다. 특히, 저는 실력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죄송하다.”라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취재 과정에서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꿰찬 국민희망포럼 출신은 13명으로 확인됐다. 희망포럼 활동을 하고도, 이력을 공개하지 않은 인물도 많기 때문에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을 걸로 추정된다. 이들이 임명된 기관은 금융과 주택, 산업, 농어업, 연금은 물론 의료 분야까지 광범했다.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당(黨)에서 보냈습니다”

전북희망포럼 여성국장 출신 최옥선 씨는 전북대학교병원 상임감사다. 그는 자신은 전문성이 없다면서도, 여성 특유의 꼼꼼함으로 감사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시절 지방선거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면서, 현재 새누리당과 인연을 맺은 그는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과 전북희망포럼 국장을 맡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지역에 있는 전북대병원에 늘 봉사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희망포럼의 각 지부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해당 지역 공기업 임원으로 선임된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북 부안 출신 정치인 김종훈 씨는 전남 나주에 위치한 농어촌공사 감사. 전북대병원 최옥선 감사 역시 전주 출신이다. 대전에 있는 한전원자력연료 조은숙 감사 역시 대전 출신의 이 지역 정치인이다.

국민희망포럼 출신 임원들은 대부분 새누리당(또는 한나라당) 당적이나 공천(신청) 경력, 대선 캠프, 혹은 지지선언 이력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 수도권 이외 출신지에서 정당 또는 선대위 활동을 해온 공통점이 있었다. 일종의 지역 안배가 있는 건 아닐까.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충청권에 출마한 이력이 있는 한 공기업 감사는 광범위한 낙하산 인사의 실체를 인정했다. 그는 “정치권은 은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엔 대기 순번이 없다는 얘기다. “은행 번호표를 뽑는다고 순번대로 가는 게 아니라, 위에 누군가와 친하면 먼저 자리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먼저 순번을 받기 위해선, 정당이나 캠프 활동 지역이 있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실제 한 감사는 기자에게 새누리당으로부터 먼저 자리를 제안 받았다고 시인했다. 대전지역에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지구당 활동을 하고, 대전지역 공기업 감사로 임명된 조은숙 감사 얘기다.

기자 : 아무래도 이쪽(원자력분야)으로 쭉 일해오신 분은 아니시니까 지역을 생각해서 지원하신 건가요?
조 감사 : 지역적으로 좀 그런 게 있어요. 지역이니까. 네.
기자 : 그럼 어떻게 좀 이렇게 안배를 당에서 먼저 제안을 “이쪽이 어떠냐?” 이렇게 제안을 하신 건가요?
조 감사 : 그런 측면도 있고요. 네.
기자 : 아무래도 이쪽 활동을 해오셨으니까.
조 감사 : 네.
기자 : 먼저 제안을 7월(지난해 임명 직전) 그쯤에 받으셨던 겁니까?
조 감사 : 네.

많은 낙하산 인사가 새누리당에서 먼저 어느 공기업 어떤 자리로 갈지를 통보받고, 거기에 ‘국민희망포럼’이력을 앞세운 지원서를 냈다는 얘기다.

● 희망포럼, 소임은 끝나지 않았다?

이처럼 화려한 낙하산 성적을 획득한 국민희망포럼은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라는 본래 소임이 끝난 지금, 대전처럼 활동을 중단한 곳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문패를 내리지 않은 채 언제든 왕성히 활동할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국민희망포럼 낙하산
▲ 전북희망포럼 송년회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 (사진: 전북신문)

지난해 12월 27일, 전북 전주 한 예식장에선 전북희망포럼 송년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참석해 송년사를 했다. 김 대표는 당시 송년사에서 “위기에 처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전북도민과 당원 여러분들이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이 자리엔 농어촌공사 감사인 김종훈 전 대표와 정운천 전 장관, 새누리당 소속 지역 정치인 등 5백여 명이 참석한 걸로 알려졌다.

● 박근혜 정부 2년 낙하산, 이렇게 찾았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 2주년. 전국 303개 공공기관에선 임원 물갈이가 86%이상 진행됐다. 당연직 제외 1,858명 가운데, 정치권 등 낙하산 인사는 318명. 전체 임명직 임원의 17.1%였다. 이명박 정부 동기 대비 29.8% 많은 규모다. 실제 이들 318명의 이력에서 공통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코드는 ‘정(政)피아’. 약 93%가 국회의원 출신이나 그 보좌관, 당료 또는 정치인 박근혜의 싱크탱크로 분류할만한 전문가 그룹에 속했다. 정치권 또는 대통령과의 인연 없이 대선 직전 지지선언 등 당시 캠프와 인연을 맺은 학자 등은 7%에 불과했다. SBS 탐사보도팀은 2월 24일 SBS뉴스토리에서 취재 내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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