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가뭄이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이후 강원 영동에는 평균 37.4mm의 비가 내려 평년 강수량의 31%에 그치고 있다. 강릉은 1911년 기상 관측이래 다섯 번째로 적게 비가 내렸고, 속초도 1968년 기상 관측이래 두 번째로 적은 강수량을 보였다. 강원 영서지역도 평년 강수량의 76%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4년 강원지역의 평균 강수량이 평년의 65% 수준이었던 상황에서 겨울까지 가뭄이 이어지자 강원도 산간마을 곳곳에서 이처럼 식수난을 겪고 있다.


극심한 가뭄에 국내 최대인 소양강댐도 수위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계획홍수위 198m 가운데 현재 수위가 159.65m로 지난 12월 이후 3달 사이 8.16m나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8.83m나 낮아진 것으로 74년 댐 담수 이후 4번째로 낮은 수위다. 소양강댐은 요즘도 하루 388만 톤의 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는데 6월 중순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장마철에도 비가 적게 되면 식수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가뭄 때문에 걱정인 것은 식수만이 아니다. 겨울 동안 내린 눈이 적다 보니까 산위에 쌓인 눈이 거의 없어서 각 지자체마다 벌써부터 산불 걱정이 태산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의 51%가 3~4월에 발생했다. 산불 피해 면적으로 치면 3~4월 두 달에 발생한 피해가 84%에 달한다. 봄철 대형 산불피해가 잦았던 강원도는 예년 같으면 2월부터 시작하는 산불비상근무를 동해안에 한해 25일이나 앞당긴 1월 초부터 실시했다. 그런데도 이미 지난 9일 강원도 삼척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52만 제곱미터의 산림피해가 발생했다. 10년 전에는 양양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천년고찰 낙산사가 불타고 보물 제479호인 동종까지 녹아버렸다. 더 앞선 2000년에는 유례없는 대형 산불로 동해안의 2만 ha가 넘는 산림이 불타 버렸다.


지난 2월 23일 발표한 기상청의 봄철 기상전망에 따르면 강원지역에는 올 봄에도 가뭄을 해갈할 만한 비 소식이 없다. 기상청은 3월 강수량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을 수 있고, 4월에도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와 같이 대형 산불이 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 감시하고, 그래도 날지 모를 산불에 대비해 진화계획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가뭄이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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