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국회 대정부질문 신중한 '데뷔전'

이완구 국무총리가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첫 출석해 데뷔전을 치렀다.

이 총리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밝혔지만 민감한 현안 질문에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여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기보다는 소통과 협상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총리가 신임 총리로서 한층 더 조심스러운 언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으로부터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의향이 있는지 질문을 받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있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재차 입장을 요구하는 이 의원의 질의에 이 총리는 "이번을 저의 마지막 공직기회로 삼고 모든 걸 바쳐서 하겠다는 말씀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피해갔다.

이 같은 신중한 태도는 북한 문제에 대한 민감한 질의에서 더욱 뚜렷해졌다.

이 총리는 북한이 요구하는 키리졸브 훈련 축소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의 질문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남북대화를 열기 위해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가 이어지자 "고도의 정치적 결단과 군사적 측면에서의 판단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이 총리는 심 의원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우는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은데 대해선 "가정을 전제로 답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 문제는 적절한 기회에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북한 붕괴 여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도 "단언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한 문제다.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견해 가진 분들의 말씀이 있었지만 이 문제에 답하는 건 적절치 않아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에는 "총리가 된 지 며칠 안 돼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대북전단 살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데 대한 심 의원의 비판에 대해서도 "그러면 안 되겠죠"라면서도 "취임한 지 얼마 안돼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좀 더 깊이 파악해서 추후에 보고하겠다"고 답을 미뤘다.

이 총리는 그밖에 의원들의 제안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 "유념하겠다" 등 표현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이 총리는 과거 서독이 금전적 대가를 내고 동독 내 정치범을 송환받은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우리나라 납북자 가족에 적용해야 한다는 심 의원의 제안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북한 인권증진을 위해 민간이 아닌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서는 "유념하겠다.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개선에 도움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지원 내지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