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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성인 여성을 위한 19금 신데렐라 로맨스

[리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성인 여성을 위한 19금 신데렐라 로맨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데렐라 스토리는 수많은 여성을 매료시켜 왔다. 완벽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대리만족 등은 리얼리티의 부재라는 이야기로서의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빠질 수 밖에 없는 절대적 이유가 됐다.  

그렇다면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는 사랑의 밤을 어떤 식으로 채웠을까. 영국 출신의 여성 작가 E.L 제임스는 2005년 신데렐라 이야기에 19금 상상력을 더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제목의 책을 발표했다.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와 섬세한 성애묘사로 가득한 이 소설은 여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전세계 1억부 판매 신화를 세운 소설은 발간 10년 만에 영화로 완성돼 관객들의 마음을 사냥할 예정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모든 것을 다 가진 CEO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 분)와 아찔한 사랑에 빠진 순수한 여대생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 분)의 본능을 깨우는 파격 로맨스. 영화는 총 3부작, 6권으로 구성된 원작 소설 중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여대생 아나스타샤 스틸은 27세의 억만장자 크리스찬 그레이를 인터뷰하며 처음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든다.

두 사람 사이에 튄 사랑의 불꽃은 금세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레이는 아타스타샤에게 "사랑 따윈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건 섹스야"라고 선언하고 자신의 섹스 방식을 담은 계약서를 내민다. 정서적 교감보다는 육체적 쾌락을,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사이가 아닌 도미넌트(Dominant:주인)와 서브미시브(Submissive:하인)의 종속 관계를 원한다는 말에 아나스타샤는 갈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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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포르노'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원작 소설은 '트와일라잇'에서 영향을 받아 신데렐라 이야기를 골격으로 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매력적인 뱀파이어와 여고생의 첫사랑을 다룬 판타지 로맨스라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마성의 억만장자와 순수한 여대생의 사랑을 그린 19금 영화라는 점이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1편답게 첫 만남과 사랑의 출발이라는 단촐한 이야기 틀에서 그레이와 아타스타샤 두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부와 명예, 뛰어난 외모를 가진 그레이는 외로움과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다. 가학적인 성적 취향 역시 개인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린다. 그레이의 내면에 드리운 50가지 그림자는 여성들의 모성본능과 보호본능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1편이라 그런지 이 부분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부족하다.

아타스냐사는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사랑하는 영문학도답게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가진 여대생이다. 이야기 안에서 아타스냐사의 처녀성이 드러나고, 이는 그레이의 성적 호기심을 작용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소설 속에 묘사된 가학적 성애 묘사는 상당 부분 순화됐다. 영화가 포르노그래피가 아닌 할리퀸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것은 보다 많은 관객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총 4차례 등장하는 정사신도 수위가 기대 이상으로 세거나, 그 묘사가 직접적인 편도 아니다. 

대신 시작하는 연인들의 밀당을 담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우연을 가장한 의도된 만남, 상대방을 사로잡는 언어 유희 등은 과한 감이 없지 않아 때때로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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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 여성 감독 샘 테일러 존슨이 맡았다. 포토그래퍼 출신인 존슨은 '존 웨어 비긴즈-노웨어 보이'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았다. 영상과 음악을 잘 다루는 그의 특기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도 두드러진다.

광고 촬영장처럼 도회적이고 미니멀하게 꾸며진 그레이의 저택, 오락실로 불리는 섹스룸의 기묘한 분위기는 시각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우리의 귀에 익숙한 비욘세의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과 '헌티드'(Haunted)가 OST에 삽입돼 극적인 장면에서 에로틱한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몇차례 캐스팅 논란 끝에 최종 낙점된 그레이 역의 제이미 도넌과 아타스타샤 역의 다코타 존슨은 남녀 관객의 성적 판타지를 잘 충족시켜 주는 편이다.

매력적인 얼굴과 조각같은 몸매를 가진 제이미 도넌은 2% 부족한 연기력을 눈빛과 수트발로 보완하고,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자의 불만을 샀던 다코타 존슨은 당돌한 매력과 아름다운 몸매로 활자 속 아나스타샤를 스크린에 불러냈다.

전반적으로 안일한 각색과 아쉬운 연출, 미흡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북미를 비롯해 전 세계 39개국에서 개봉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역대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세우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미국에서만 1억 2천만 달러(약 1,300억)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으며, 속편 제작도 확정된 상태다.

엄청난 반항을 불러일으킨 소설의 후광, 오랜만에 등장한 19금 성애 영화에 대한 관객의 소구, '트와일라잇'에 열광했던 여성 관객이 연쇄 관심 등에 힘입은 결과로 보인다.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25분, 개봉 2월 26일.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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