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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취재파일] 특집 - 2부 TV에 나가기 싫어하는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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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방담록 포함)

SBS 보도본부 팟캐스트 <오디오 취재파일>이 최근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독자와의 대화 이벤트에 대한 특집 방담을 마련했습니다.

뉴미디어부 이주형 기자의 사회로 하루키 마니아인 문화부 유성재 기자, 1Q84 등 하루키 책 10여 편의 편집자인 김영사 장선정 편집장(문학담당)이 출연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거처'(신쵸사가 개설한 대화 사이트)에서 펼쳐지는 소설가와 독자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방담에서 장선정 편집장은 '늘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로 작가 소개글을 썼다가 하루키측으로부터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던 이야기, "방한 계획은 없다"는 하루키가 춘천 마라톤에는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 등 하루키 책 출간 막전막후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뒷얘기도 털어놓았습니다.

또 원래 ‘커다란 순무 어려운 아보카도’였던 하루키 에세이집의 제목을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로 바꿨던 일화 등도 소개했습니다.

20년 동안 하루키를 읽어왔다는 유성재 기자는 하루키가 독자와 대화를 통해서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현대 사회를 취재하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공개석상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2006년 이후 9년 만에 인터넷에 한시적으로 독자와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독자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아 다음 달까지 차례로 답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아베에 대해 "너 따위"라고 한다든지,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답변들이 최근 국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방담은 SBS 뉴스 모바일/ 웹사이트와 팟캐스트 포털인 팟빵과 아이튠즈를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검색창에서 <오디오 취재파일>로 검색하면 됩니다.
하루키
 ▶ ‘오디오 취재파일’ 하루키 특집 <2부> ‘TV에 나가기 싫은 하루키’ 방담 전문

이주형 기자 : 네 잘 들으셨죠? 어떠셨습니까? 역시 재즈를 좋아하는 하루키 얘기를 하다 보니까, 재즈 듣는 게 새롭네요. 다음 질문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건 TV에서 일하는 방송기자들, 유 기자나 저나 굉장히 관심 있는 질문인데요. 제목은 "TV에 나오고 싶지 않으신 건 아닌지?" 

"예전에 무라카미 씨는 TV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요 몇 년 사이 TV 보도 등에서 무라카미 씨의 모습을 뵙습니다. TV에 나오는 걸 그다지 싫어하시는 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루키는 이렇게 답변했네요. "저는 TV에 출연한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습니다. 나가고 싶지 않아서 출연의뢰는 모두 거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찍히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찍혀서 뉴스 같은 데 영상이 나간 적은 몇 번인가 있습니다. 그런 건 제 의지가 아니고 결코 기분이 좋지도 않습니다. 제가 좋아서 즐기면서 얼굴을 내는 건 결코 아닙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불쾌합니다. 저는 보통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거리를 설렁설렁 산책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다지 얼굴을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 말을 걸어오는 것도 별로고요."

아... 하루키가 아마 예루살렘에서 그 ‘벽과 알‘ 얘기 하고 그럴 때, 사진이 찍히고 TV에 영상들이...

유성재 기자 : 영상들이 유튜브에도 조금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때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을 받는 입장이니까 본인이 싫어도 찍히는 거 당연히 알면서도 준비한 수상 소감을 얘기하고 감사합니다. 뭐 이렇게 상을 받고 이런 걸 이제 일본에서도 언론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 상을 받았다 하면서 단신 뉴스라든가 이렇게 나가지 않겠습니까? 이런 상황이 싫다는 거죠. 하루키는.

이주형 기자 : 그걸 찍히면서 하루키가 속으로 얼마나 열불이 터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 이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근엄한 자리에서... 싫은 티를 낼 수도 없고. 근데 하루키 씨는 보통 얼굴은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이렇게 버스나 지하철 타고 거리 설렁설렁 산책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장선정 편집장 : 그런데 의외로 또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못 알아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주형 기자 : 그리고 또 일본 사람들은 왠지 말 안 걸 것 같은 느낌이 살짝 있네요. 설마 저기 하루키가 간다고 하더라도...

유성재 기자 : 일단 좀 평범하게 생겨서 좀 긴가 민가 할 것 같아요, 제가 봐도. 제가 길 가다가 마주친다고 해도...

장선정 편집장: 아, 다른 분이 질문한 것 중에 그런 게 있었는데, 간사이 공항에서 하루키 씨를 만났었는데 자기는 마주쳤는데 그때 정말 악수를 하고 싶었는데, 그걸 안해서.. 이런 이런 얘기들을 에세이에서 봤기 때문에 본인이 그냥 참았는데 그게 평생의 천추의 한이다! 이런 식으로 했었어요. 그랬더니 대답은 아 그건 살짝 피해가시고, 그게 좋았다 나빴다에 대한 건 피해가시고, "그런데 저는 간사이 공항에 간 적이 없습니다."라는 게 답이었어요.

이주형 기자 : 자, 다음은 여고생이 하나 보냈네요. "제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때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합니다. 근데 저는 가고 싶은 대학은커녕 이다음에 되고 싶은 게 뭔지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매일 아무런 목표도 없이 헐렁헐렁 지내고 있는 게 무척 힘듭니다. 저는 성적도 딱 중간정도고요. 이렇게 무라카미 씨에게 편지를 쓸 때도 분명 다른 친구들은 공부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여기서 무라카미 씨에게 질문 드립니다. 무라카미 씨는 왜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셨습니까?" 라고 질문을 했고요. 고로로 라는 여고생이네요.

하루키가 이렇게 답을 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이 지망 대학을 결정할 수는 없겠죠. 곤란한 마음도 이해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아니라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입니다. 그릇이 아니라 내용물입니다. 먼저 그것을 정하지 않으면 안돼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것도 모르는 채로 어느 대학에 가고 싶으냐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 따위 한 적이 없고,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되어가는 대로 된 것뿐입니다."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그저 되어가는 대로 됐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 따위 한 적도 없다. 물론 하루키가 소설을 왜 쓰게 됐느냐 그랬더니 진구구장 외야석에 앉아가지고 아무개가 친 볼이 쭉 날아가는데 '아 갑자기 소설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하는데, 그 얘기에 대해서 혹시 하루키가 그 말이 맞다 아니다 좀 다르다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나요?

장선정 : 아니요, 그건 중복해서 얘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늘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가다 보니 나는 여기에 있더라. 그러니까 그 답변이 아까 글쓰기는 약간 타고 나는 게 있다는 것과도 조금은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나의 천재성을 약간...

이주형 기자 : 자랑인가요?

장선정 편집장 : 살짝은 있지 않나...

유성재 기자 : 그런 것 같습니다.

이주형 기자 : 근데 약간 하루키는 그런 자세가 있는 것 같아요. 뭔가 막 자기가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건데 그걸 또 본인이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노력을 안 하는 거는 아닌데, 그렇다고 죽자 사자 내가 이걸 꼭 해야 된다 이런 것도 아니고.. 하여튼 묘한 구석이 있어요. 근데 어쨌든 하루키로서는 고등학생이라서 그런지 이렇게 좀 진지하게 충고를..

장선정 편집장 : 네. 굉장히 정석적인 글을...

이주형 기자 : 정답에 가까운 글을.. 앞부분은 굉장히 하루키스럽지 않은 답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근데 고교생도 하루키한테 메일을 보낸 것 보니까 하루키랑 나이차이가 거의 60년 가깝게 날 텐데...(계산해보니 50년 쯤) 이게 몇 갑자야 도대체 이게... 하루키가 인기 작가는 인기 작가인 모양이에요.

이제 조금 가벼운 질문 몇 가지 해보겠습니다. 45살 여성의 질문인데요. "고등학생 때부터 팬입니다. 저의 이 질문을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읽어주신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 합니다. 하루키 씨의 책은 대개 목욕을 하면서, 물론 완전 알몸인 상태로 반신욕을 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질문도 웃기죠? "이런 팬이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도 웃깁니다. 맨 앞부분이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언제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이라도 상관없으니까 자유롭게, 즐겁게 읽어 주십시오. 전라, 반라,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목욕을 하면서 책을 읽으신다니 대단하시네요. 저는 그게 안 됩니다. 금방 책을 적셔버리니까요. 그래도 체형은 가능한 한 고등학생 때와 다르지 않도록 노력해주세요."

아... 이건 또 무슨 얘기일까요. "실제로 제가 볼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뭐 아무래도 관계없는 일이지만요." 이 질문한 사람의 직업이, 이 번역을 유 기자가 이렇게 해놨는데, '접객업' 입니다. '접객업' 이게 도대체 뭔가요? 접객업이라는 게?

유성재 기자 : 그냥 '접객업'으로 돼있습니다. 실제로.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주형 기자 : 한자로?

유성재 기자 : 예 한자로 '접객업.'

장선정 편집장 : 뭐 식당에서 서빙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이주형 기자 : 주로 이건 어떤 의미로.. '접객업'은 다른 뉘앙스는 없나요?

장선정 편집장 : 네 굉장히 광범위한...

이주형 기자 : 우리 식으로 하면 '종업원'? 그런 느낌?

유성재 기자 :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신 건 아니세요? (웃음)

이주형 기자 : 아니, 다른 생각은 전혀 아니고요 (웃음)

장선정 편집장 : 그것도 포함입니다.

이주형 기자 : "무라카미 씨의 몸을 보고 싶습니다." 이건 '모시모시'라는 49세라는 남성인데요. "런닝, 수영, 트라이애슬론 등으로 몸을 단련해 오셔서 꽤나 훌륭한 몸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무라카미 씨의 알몸 사진을, (상반신만으로도 좋으니까요), 공개해 주실 수는 없습니까?" 뒤에 또 있어요. "역시 안 될까요?"

하루키가 사실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거기 커버에 보면, 러닝셔츠 입고 벗은 그 등 모습이 있죠?

장선정 편집장 : 달리는 모습. 앞모습이 있는 것도 있는데요.

이주형 기자 : 앞모습도 있나요?

장선정 편집장 : 네.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진 않았는데, '더 스크랩' 저희가 이번에 개비해서 새로 낸 책이 있는데요. 그거에 원서에는 그게 1980년대에 하루키가 스포츠 잡지에 연재를 하면서 모은 글인데요. 거기에 하루키가 서핑을 하면서 서퍼 보드를 들고 어디 미국 해변에서 찍은 독사진이 있었어요. 그런데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저희가 살릴 수가 없어서 일러스트로 대체를 했는데요, 그게 굉장히 일본에서도 귀한 사진이라고 하더라고요.

유성재 기자 : 레어템이군요.

이주형 기자 : 그런데 그렇게 달리기하는 사람 몸은, 사실은 무슨 근육이 울퉁불퉁하거나 그렇진 않잖아요? 그냥 배가 안 나왔다, 그런 정도겠죠. 하루키 본인은 이렇게 얘기 합니다. "그 표지는 17년 전 사진이므로 그 이후는 다소 '갱년열화'된 부분이 있습니다. 운동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심한 열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근데 그 스포츠지 연재했다는 얘기 하니까 생각이 나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정말 그 하루키의 이 생산력은 너무너무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람이 글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많이 써댈 수 있을까.

장선정 편집장 : 그리고 프리랜서로서 매일매일 출근하듯이 이렇게 글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놀라운 것 같아요.

이주형 기자 : 거기에 대해서 혹시 질문이 있거나, 답변이 있거나 혹은 이번 건이 아니더라도 책에 나오거나 이런 부분이 혹시 있습니까?

장선정 편집장 : 매일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본인은 꼭.

유성재 기자 : 시간을 정해놓고.

장선정 편집장 : 네.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고 난 다음에 하루 일과를 시작 한대요. 그거 자체가 어마어마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도 9시에 출근을 하고...
    
이주형 : 그래요. 보통사람들도 직장인들이 대개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뭐 7시 반, 8시, 7시 이렇게 와가지고 하루에 12시간 씩 회사에 있고 말입니다. 이렇게 사는데, 똑같이 하루키도 그렇게 산다고 쳐도 생산성이 정말 엄청나고 더구나 잘 쓰잖아요.

장선정 : 거기다 이거 답변한 것만 해도 지금 이렇게 올라오는 걸 보면 하루에 정말 2, 30개 씩 이렇게 끊임없이 답변을 하는 것만 봐도 기본적으로 굉장히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거에다가 타고난 것에 플러스해서 이렇게 정말 주목받는 작가가 된 게 아닌가... 결론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이주형 : 몸과 관련된 질문 하나만 더 들려줄 텐데, 유성재 기자가 이건 꼭 답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누가 했냐면, 히로시마의 22세 남자대학생인데요.

"안녕하세요. 무라카미 씨가 전철이나 버스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엄청난 글래머 여성에게 '저기 등쪽에 지퍼를 좀 올려주시지 않겠어요?' 라고 부탁을 받고 지퍼를 올려줬다고 합시다. 그 뒤에 둘 중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까지 무슨 생각을 하실 건가요?"

자, 하루키 씨가 이렇게 답변을 했네요. "그런 상황을 상상해보려고 해도 좀처럼 정경이 떠오르지 않군요. 그러다보니 거기서 무엇을 생각하면 좋을지 전혀 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의 여자라면 스스로 지퍼 정도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에 부탁을 한다면 그녀는 저에게 그런 부탁을 함으로써 저를 도발하려고 하는 걸까요? 수수께끼는 깊어만 갑니다. 저라면 아마 그 시간에 부정관사의 확대 용법에 대해 생각할 것 같습니다." 뭐 이렇게 대답하고는 "그건 그렇고 참 이상한 질문이네요"하고 끝을 내셨어요. 이거를 사실은 하루키가 굳이 답을 안해도 될 질문이었는데 답을 왜했을까요, 근데?

장선정 : 이런 게 많지 않았을까요? 편집부에서 앞에 약간 게시글로 한걸 보면, 굉장히 많은 중복되는 질문들이 있을 텐데, 그래서 모든 것에 대답을 못하고, 대표적인 질문을 추려서 하는 걸로 방향을 정했다 식의 게시글이 있는데요, 혹시 그런 일환에서 이런 군락을 하나 카테고리를 하나 짜서 엉뚱한 질문 중에 대표적인 것들을 계속 ...

유성재 : 특히 여성과 연관된..

이주형 : 그러니까요. 전 궁금한 게 특히 하루키한테만 이런 질문이 가는 건지, 아니면 일본 사람들이 인기 작가나 뭐 하여튼 작가들한테 질문한테 이런 질문을 많이 하는지? 이건 뭐 우리나라에선 사실은 이런 질문은 잘 안할 것 같은 질문들이 많이 있단 말이죠?

장선정 : 근데 뭔가 하루키는, 젊은 남녀 주인공들이 많이 나오면서 또 뭔가 연애에 대한 얘기라든지, 특히 남자가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추억하는지, 어떻게 꼬드기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얘기가 꼭 하루키 소설에는 들어가다 보니까, 뭔가 연애의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이주형 : 하루키의 연애관은 어떤 건가요?

유성재 : 하루키의 개인적인 연애관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하루키라는 사람의 연애관?

이주형 : 네. 하루키라는 사람의 연애관.

유성재 : 무라카미 요코, 그러니까 부인과는 학생 때 만나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함께, 소설을 쓰기 전부터, 학생 결혼을 했고 졸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한 거고요. 그리고 까페를, 까페도 아니고 술집이죠. Bar를 하면서 같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하루키는 하루 일을 끝내고 새벽 1, 2시까지 카운터에 앉아서 글을 쓰고 그랬던 시절을 함께 봐왔기 때문에, 저는 굉장히 지고지순한? 뭐랄까요 굉장히 스트레이트한 연애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구요. 그리고 사람이 상상으로 할 수 있는 그 스트레이트한 바깥에 있는 모든 것들은 모두 하루키가 소설에 쓰지 않았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던가..

이주형 : 그런데 '먼 북소리' 보면요, 제가 비교적 굉장히 열심히 읽은 하루키의 기행문인데. 기행문이라고 하기도 좀 뭐 하죠? 근데 거기보면 항상 그 부인한테 뭔가 그렇게 눌려 사는 듯한..? 그리고 부인이 이렇게 한 단계 위에 있는 것 같은 그래서 뭔가 타박을 하는 것 같은...물론 하루키가 농반진반으로 썼겠지만, 그런 느낌이 좀 있어요.

장선정 : 근데 약간 컨셉화되어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요. 뭔가 왜 우리나라의 어떤 시상식 같은 것만 봐도. 시상을 하는 사람들이 꼭 어떤 부인이나 어떤 파트너에게 그런 멘트들을 하잖아요? 그런 하루키의 어떤 방식이 아닌가. 부인에게 어떤 고마움을 표하는,

이주형 : 애정표현의 또 다른?

장선정 : 네. 그런 게 아닌가 하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유성재 : 실제로 현실적인 모든 문제들은 뭐 젊을 때. 지금이야 에이전시도 있고 사무실도 있고 하지만, 부인을 통해서 많이 해결을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아주 어렸을 때 이제 소설을 처음으로 시작 했을 때..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파트너겠죠? 그러니까 '먼 북소리'에도 있었지만, 있었나요? 아니면.. 그 일본으로 쓴 원고를 보내거나, 그 다음에 그쪽 일본 출판사와의 협의를 한다던가, 뭐... 교정을 한다던가.. 그러면 부인을 통해 연락을 하고... 자기는 이런 거 좀처럼 못해서 부인이 다 해준다. 그런 식의 어떤 표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주형 : 다음은 직장인들이 좀 관심을 가질만한 질문인데요. 32세 남성 회사원이네요. "무라카미 씨에게 상담 드리고 싶은 것은 후배를 대하는 방법에 관한 겁니다. 저는 회사에서 종종 선배들에게 함께 식사를 하자는 말을 듣습니다만, 제가 후배에게 제의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후배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고 어떻게 말을 꺼낼지도 모르겠고, 혹시 식사라도 하게 되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이유 없는 공포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계속 나이를 먹을 테니 후배들과도 좋은 인간관계를 구축해갈 필요성은 높아집니다. 어떻게 하면 저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어드바이스를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자, 하루키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에게 선배라던가 후배라던가 그런 관계가 전혀 없어서 당신에게 도저히 어드바이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그런 것이 하고 싶지 않다면, 그러니까 후배와의 관계 증진이 하고 싶지 않다면 의무적으로 할 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그런 인간관계를 원래부터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이내 쿨하게 생각해 버리고 맙니다. 아 그럼 회사생활에선 통하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뭐 당분간은 이대로 쿨하게 해나가면 어떨까요?" 그러니까 계속 그냥 후배들한테 식사하자고 말 하지 말자 뭐 이런 얘기죠. "뭔가 문제가 생기면 거기서 다시 생각하면 될테고요."

자, 두 분 다 직장인이시니까. 이 질문과 답변에 대해서 굉장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후배들하고 자리를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밥자리 뭐 이런 거?

장선정 : 그거는 후배들한테 물어봐야지 대답이 정확할 것 같은데요.

이주형 : 그럼 하루키의 답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선정 :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의식이 뚜렷한 사람? 뭔가 그 존재감에 대해서 분명히 어떤 뭐랄까요... 타인에 대해서 의지를 많이 하지 않는다던지, 오롯이 설 수 있는 사람 같은 경우는 사실은 점점 그래도 괜찮아지는 분위기로 회사가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굉장히 그룹문화와 이런 것들이지만, 이제는 밤에 있는 회식같은 경우도 삼삼오오화 된 것 같구요.

이주형 : 이젠 (술 대신) 차 마시러 가기도 하구요.

장선정 : 예, 그쵸. 그리고 아예 점심으로 해결하기도 하고요.

이주형 : 근데 이 남성은 점심도 못 먹겠다는 그런 얘기 같은데... 유 기자는 어떻습니까? 본인은 어떤 타입인가요?

유성재 : 저도 사실 이 32살 회사원과 같은 그런 상황이고요. 저도 왠지 제가 개인적으로 장남이라 그런지 형이나 누나들을 제가 따르는데, 남동생이 있거든요? 특히 후배들 이런 경우에는 살갑게 못 챙기는 것 같아서. 조금 가끔씩 좀 이 분처럼.

이주형 : 죄책감도 오고 그러죠? 부담감도 있고.

유성재 : 공포도 있습니다. (웃음) 근데 하루키의 답변은 하루키가 예전부터 많이 해왔던 스타일의 답변이구요. 그리고 하루키 개인적으로도 전공투시대에 대학을 다니고...

이주형 : 그 얘기도 자주 나오는데, 본인은 근데 전공투 활동을 특별히 한건 아니죠?

유성재 : 한 건 아니라고 하죠. '상실의 시대' 같은 데도 보면 종종 그런 얘기도 나오긴 하는데. 본인이 굉장히 이런 권위랄까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권위라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그 피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직업도 어디 회사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카페를 하고 바를 하고 소설을 쓰고... 소설을 쓰는 게 가장 이런 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이주형: 저는 이런 자세는 좋은 것 같아요. “당분간은 이대로 쿨하게 해나가면 어떨까요? 뭔가 문제가 생기면 거기서 다시 생각하면 될테구요.” 이런 자세요.

유성재 : 없는 문제를 미리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거죠

이주형 :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어떤 삶의 자세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여기까지 제가 대충 간추린 질문들이구요. 나머지는 이제 장 편집자님께서 또 준비를 많이 하셨으니까, 몇 가지라도 혹시 괜찮은 문답이 있으면 혹시 기억에 남는 것 있으면, 메모를 하신 것 있으면 좀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선정 : 저는 그러니까 아무래도 이제... 사리사욕이랄까?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오나 그런 게 또 인연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아무래도 많이 하게 되서 사실은 저도 질문을 보낼까 라고 생각을 했다가 너무 사리사욕이 빛날 것 같아서 참았거든요. 그리고 이런 재밌는 질문들이야 어차피 엄청나게 올테니까. 3만 통 이상이 왔다고 하더라구요.

이주형 : 3만 통?

장선정 : 네.. 그래서 안 거들어도 충분하게 오니까. 저는 이제 올 하반기에 기행문? 여행 관련한 책이 한권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 예고가 있어서 그게 되게 반가웠구요.

유성재 : 소설도 쓰고 있다고...

장선정 : 네. 소설도 써야겠다... 쓰고있나... 이런 식으로 약간 애매하게 예고를 간단히했구요. 항상 이렇게 하루키가 많이 애기하는 게, 본인은 소설가고, 그 소설과 소설 사이의 빈 시간에 번역도 하고 에세이도 쓰고 이런 작은 일들을 처리를 하게 되는 셈인데.

이주형 : (하루키가 말한) 맥주회사에서 만드는 우롱차?

장선정 : 네. 그렇게 되면 이 일도 그런 과정이라면, 아 또 좋은 작품이 하나가 나오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서 되게 즐겁게 인터뷰를 봤습니다.

이주형 : 혹시 이걸(독자와 대화) 간추린 거로 혹시 김영사에서 노리고 계신가요?

장선정 : 네 재밌을 것 같아요.

유성재 : 이거 나오겠죠. 당연히

장선정 : 네. 나올것 같아요. 신쵸사에서 문고판으로라도 적어도 나오지 않을까

이주형 : 그러면 그거는 저쪽에서 먼저 오퍼가 오나요? 저쪽 그 에이전시 통해서 '이거 한번 해볼래? 하루키 이번에 이거 나오는데?'

장선정 : 하루키 정도면, 이제 그쪽 출판사에 이미 한 달 정도 전부터 이게 작업이 되고 있다. 쨘 하고 나오게 되니까요. 그걸 보고 저희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아직까지 오퍼 기간이 아니다' 라든지 '좀 참아라' 그러다가 오히려 이제 출간이 되면, 요이 땅! 해서 언제까지 마감. 이렇게 해가지고.

유성재 : 그렇게 되면 인세로, 인세란다 뭐라 그러죠?

장선정 : 선인세.

유성재 : 공개는 아니고 입찰! 같은 경쟁이 붙고 그렇게 되나요?

장선정 : 네, 그렇죠. 서로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근데 하루키가 늘 말은 하는데요. 선인세만 보지는 않는다 라고 항상 주장을 하는데요. 선인세도 보죠...

유성재 : 출판사의 히스토리나 이런 것도 보는 건가요?

장선정 : 네네. 백리스트들도 보고요.. 그렇다고 항상 하죠.

이주형 : 항상 그 부분은 좀 의문인 게, 하루키가 무슨 지금 돈이 없을 것도 아니고. 그래서 조금 뭐라 그럴까 선인세가 우리나라에서 사실... 이것 때문에 지탄을 많이 받았잖아요? 이 부분을 무리해서 하루키 사무소 쪽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고 좀 그렇습니다.

장선정 : 저도 그런 생각도 반쯤 가지고 있구요, 또 실무를 하면서 진행을 하다보면요. 선인세라는 건 어차피 줄 인세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팔리지 않는데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을 한다면 그거는 정말 바보같은 짓이긴 한데요. 후인세를 충분히 더 훨씬 더 줄만큼 앞으로 더 지불할 만큼의 어떤 작가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면, 사실은 그거를 좀 미리 주나 좀 늦게 주나 별 의미가 없어요.

이주형 : 뭐... 조삼모사긴 해요.. 조삼모사긴 한데... 지난번에 민음사에서 했던 거는 생각만큼 또 안됐다고 해서... 손해를 봤니 뭐니..

장선정 : 진실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주형 : 근데 우리 '비채'(김영사 브랜드)에서 나오는 거는 소설은 없죠? 이게 아무래도 선인세 문제 때문에 그런가요? 에세이를 좀 많이..

장선정 : 네 '도쿄기담집'이 처음이었구요. 그거는 또 구간을 다시 개정해서 내는 편이었으니까요. 뭔가 이렇게 하루키 작가 입장에서 한국어 판권을 조금 정리하고 있는 입장이지 않나 하는 막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워낙 저작이 많다 보니까. 비채 쪽으로는 약간 에세이 쪽으로 무게중심을 조금 더 많이 주고 있지 않나...

유성재 : 아 그런 식의 무게 조절을 일본에서 하고 있지 않나?

장선정 : 네. 무게 조절을 일본에서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고.. 솔직하게 얘기를 안 해주니까요.

유성재 : 번역가도 그럼 그쪽에서(하루키 측) 다 보시는 건가요?

장선정 : 번역가를요. 셀렉트를 하지는 않아요. 왜냐면 한국어를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은 아니구요. 이제...

이주형 : 그 사람이 뭘 번역했나를 보겠죠.

장선정 : 네. 어떤 이력을 미리 좀 알려줄 수 없겠냐 정도의 어떤 그런 정도의 협조안을 요구를 하죠.

유성재 : 그럼 예를 들어 비채에서 하루키의 이런 저작을 번역을 하고 싶다고 오퍼를 하실 때, 번역가까지 세트로 오퍼를 하시는 건가요?

장선정 :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는 않구요. 출간을 준비를 하면서 '우리는 이런 이런 사람과 작업을 이렇게 할 거다' 라는 작업 시작 전에 그렇게 안내를...

유성재 : 그럼 출판이 결정 되고 번역가가 결정 되는 거죠?

장선정 : 네. 어떤 작가들은 아예 그거를 오퍼장에 써달라고 하는 (분들도 계세요.)

유성재 : 아 누가 번역할지를?

장선정 : 네 그런 작가도 있구요. 최근에는 출판사에 따라서 장정을 어떻게 할 건지 까지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이주형 : 제가 경제경영서 많이 번역하시는 안진환 선생님하고도 옛날에 '스티브 잡스' 한참 번역할 때 잠깐 인터뷰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쪽(스티브 잡스)에서도 굉장히 번역가를 디테일하게 봤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이정도 급의 작가들은 아마 그것도 굉장히 고려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근데 우리 김영사에서 나왔던 것 중에,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이건 원제가 '커다란 순무, 어려운 아보카도' 인가요? 이렇게 제목을 이렇게 바꾸는 경우도 있나요?

장선정 : 그건 참 늘 딜레마인 것 같아요. 편집자로서. 특히 문학 편집자로서는 작가가 다 이유가 있을 텐데... 왜 이거를 바꾸는 것인가? 에 대한...

이주형 : 허락을 안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하루키 정도면...

장선정 : 그래서 막... '커다란 순무, 어려운 아보카도'가요, 그 당시에는 어떤 생각을 했냐면 어쨌든 표제작이 되는 거잖아요? 근데 커다란 순무 에피소드가 일본에서는 굉장히 널리 알려진 구전동화? 전래동화? 에서 모티브를 따서 쓴 거라서 되게 모두가 뭐랄까 같이 하하호호 할 수 있는 수치가 굉장히 높은 글이라고 판단을 했어요. 근데 그 재미를 우리 한국어로 번역 했을 때 오롯이 느끼기에는 그 글이 부족한 게 아니라 소재적으로 조금 적합하지 않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구요.

그래서 그리고 순무라는 것 자체도 순무가 딱 뭐랄까 제목으로 썼을 때, 이미지화가 바로 안 되는 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또 조금 했었구요. 그래서 그 제가 지을 건 아니었고. 그 안에 있는 소제목들 가운데 뭔가 하루키의 글처럼 둘이서 만났을 때 상관은 없지만 스파크가 예쁘게 튀는 글을 두개를 찾아서 제안을 했고, 왜 이렇게 바꾸게 됐는지에 대해서 비슷하게 설명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오케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이주형 : 의외였습니다. 제목은 둘 다 좋은 것 같아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도 좋고. 저는 개인적으로 '커다란 순무, 어려운 아보카도'도 좋은 것 같아요. 

장선정 : 저도 지금 생각하니까 굉장히 좋아요

이주형 : 왜냐하면 도대체 아보카도가 어렵다는 표현을 쓴다는 게 사실은... 일반적인 상식적인 차원에선 잘 이게 결합이 안 되는 그런 거잖아요? 유 기자는 혹시 오늘 언급되지 않은 질문 답변 중에 생각나는 거 혹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거 있으면 하나 얘기해 주실래요?

유성재 : 제가 개인적으로 한 1년 반 전부터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데, 사실 고양이를 기르는 게 그 하루키 팬으로서 상당히 꿈 중에 하나에요.. 하루키가 뭐 여기도 이제 제가 읽을 거에도 있지만, 고양이를 굉장히 작품에서 많이 다루고 또 중요하게 다루기도 하고 이러기 때문에 언젠가는 고양이를 길러야지 길러야지 하다가 한 일 년 반 전부터 고양이 2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그래서 보니까 이 글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번역을 했는데, 뮌헨에서 일본식당의 요리사로 일하는 분이 질문을 보낸 건데 기니까 조금만 간단하게 할께요. "무라카미 씨의 책을 몇 번이고 읽던 어느 날 제가 엄청나게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무라카미 씨의 책에는"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고양이들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했더군요.

직업이 요리사라서 반려동물은 키우지 않기로 했는데, 이 저만의 규칙 때문에 아직 키울까 말까 고민만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스스로 만들어버린 규칙을 갈기갈기 부셔서 던져버리고, 고양이와 뺨을 부비부비해버리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라고 질문을 했는데, 하루키는 다른 소리를 하더군요.

"뮌헨에는 4년 쯤 전에 갔었습니다. 저는 뮌헨에서 엄청나게 맥주를 마시고 하얀 소시지를 먹었습니다. 제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습니까? 요리사는 고양이를 길러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래도 일하기 전에 샤워를 하고 깨끗하게 손을 씻는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요? 고양이로부터 뭔가 전염병이 옮겨오지도 않을 텐데요.

저도 음식점을 경영한 적이 있습니다만, 고양이는 꼬박꼬박 길렀습니다. 고양이를 기르고, 좋아하는 만큼 쓰다듬어준다면, 그게 뭐 어떻습니까. 인생이 즐거워진단 말이죠."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요즘 고양이를 볼 때 마음을 그대로 하루키가 써준 것 같아서 굉장히 블로그에 올리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주형 : 그러네요. 하루키. 일본 사람들도 고양이 좋아하고. 일본사람들 자체가 고양이를 좋아하고. 상징물 중에 하나고, 하루키도 좋아하고 우리 유 기자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근데 하루키가 혹시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데 아이가 없잖아요? 그게 무슨 고양이하고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거기에 대해서 언급한 글이 있나요?

장선정 : 질문에서도 있었는데요, 혈연관계가 아닌 가족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어떤 남자 분이었던 것 같은데, 본인이 아버지가 이제 새 아버지였었는데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기 때문에 본인도 이혼을 했는데 새로 만약에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자녀가 있는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 이렇게 말씀을 하셔서 어떻게 생각하냐?

그랬더니 하루키가 약간 피해가면서요, 아이에 대한 얘기는 피해가면서 "아 당신은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사시는 군요" 이런 식의 답변으로 얼버무리더라구요. 그러니까 아이에 대한 얘기는 되게 구체적으로나 못들은 것 같아요. 그리고 소설에도 굉장히 아기가 안 나오지 않아요? ‘해변의 카프카’에 14살 정도가...

유성재 : ‘댄스 댄스 댄스’의 유키가 있죠. 후카에리도 있네요.

장선정 : 후카에리가 몇살이었죠?

유성재 : 한 여중생 정도..?

장선정 : 그래도 10대였죠?

유성재 : 유키는 한 10살 정도

장선정 : 가장 어린 것 같은데요.

유성재 : 이런 마니악한 대화를... (웃음)

이주형 : 자 벌써 시계를 보니까 두 시간이 다 와가고 있네요. 아쉽지만 이쯤에서 슬슬 마무리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두 분께서 이번 하루키 독자와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든 감상이랄까? 생각이랄까? 하나씩만 간략하게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먼저 편집장님부터 해주실래요?

장선정 : 저는 일단 너무 반갑구요. 일단 에세이를 읽어가면서 기존의 에세이들을 통해서 하루키의 맨 얼굴을 이렇게 계속 만나고 있지만, 에세이라는게 너무 얇고 금방 끝나버리기 때문에 '아 요즘에는 뭐하나?' 라고 되게 문득문득 궁금할 때가 있는데요.

아 요즘에 하루키 씨가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 곧 어떤 글을 쓰겠구나. 그리고 아 미드는 이게 재밌구나. 뭐랄까요 약간 셀렉트 숍? 같은 느낌의 어떤 취향이 좋은 어떤 선배가 해주는 조언 같은 느낌을 굉장히 지금 많이 메모를 해 둔거에요. 아 드라마 이걸 봐야지. 음반은 이걸 사야 되겠구나 뭐 이런 식의 뭔가 하루의 즐거움이 좀 생긴거 같아서 굉장히 개인적으로도 좋고 반갑고 그렇습니다.

이주형 : 네. 유 기자는 어떻습니까?

유 : 네 저도 편집장님 말씀에 백퍼센트 동감을 하구요. 그 에세이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하루키의 소설을 집에 팬이니까 다 갖고 있구요. 책장에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를 하루키 책으로 채워놓고 쭉 읽는데요. 이게 읽다보면 좀 지루할 때가 있단 말이죠. 아무리 하루키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이제 뭔가 좀 새로운 읽을거리를 항상 찾게 되는데, 그래서 이제 수상소감도 취미삼아 번역도 하고, 얼마 전에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 한 거 이런 것도 마이니치 홈페이지에 가입해서 찾아보고 막.. 이렇게 막 읽을거리를 무한히 최근에 엄청나게 많이 내보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거는 아마 제가 초반에도 말씀드렸지만 하루키도 나름 레크리에이션이 아닌가 생각을 해요. 많은 사람들, 자기의 필요도 있겠지만 이러면서 스스로도 마음을 좀 비우는 것 같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깨닫기도 하고. 어떤 것은 하루키가 소설의 소재로 꿍쳐놓기도 한 게 있을 수도 있고 이런 여러 가지 작업들을 굉장히 하루키답게 뭐랄까 좀 꼼꼼하고 치밀하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좋은 시도고 팬으로서 독자로서도 굉장히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주형 : 네 그렇군요. 제 개인적으로는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늘 가볍지만 진지하게, 또 진지하지만 늘 가볍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내고 있다, 그 자신의 세계를. 그 점이 가장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두 분 나와 주셔서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믿고 듣는 팟캐스트’ SBS 오디오 취재파일, 오늘은 '하루키 독자와의 대화' 특집이었습니다. 들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 심석태, 편집 이병주, 진행 이주형이었습니다.
다음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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