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는 좀 다른 케이스입니다. 이상화는 지난해 12월 중순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서는 금메달을 땄지만 2차 레이스에서는 3위에 그쳤습니다. 이상화가 월드컵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해가 바뀌어 지난 2월 15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이상화는 5위에 그쳐 7년 만에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에서는 각종 분석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 이상화, 7년 만에 메달권 실패…흔들리는 이유) 피로가 누적된 것인지, 고질적인 왼쪽 무릎 통증이 원인이었는지, 무릎 수술을 해야 하는지 등 부진의 근본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설 기사를 실었습니다. 하지만 팬들이 정작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이상화의 직접 답변이었습니다. 여자 500m 경기 직후 네덜란드 헤렌벤 빙상장에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국내 언론사를 대표해 파견한 취재진(풀 기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화는 현장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이상화가 원래 인터뷰를 하지 않는 선수라면 그나마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박주영은 과거에 빼어난 활약을 한 뒤에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화는 다릅니다. 지난해 11월22일 태릉국제스케이장에서 열린 월드컵 2차대회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현장에서 비교적 장시간 언론 인터뷰를 했습니다. 결국 이상화의 태도는 ‘성적이 좋으면 하고 나쁘면 안 한다’로 볼 수밖에 없고 어찌 보면 인터뷰는 ‘내 맘대로’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어느 한 언론사가 공식 대회에 상관없이 개별 인터뷰 요청을 했을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선수가 이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표의 자격으로 다른 동료들과 함께 국제 대회에 출전한 뒤 공항을 통해 입국해 국내 여러 언론사들과 합동 인터뷰를 할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국가대표는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는 일종의 공인입니다. 공인이 공식 대회가 끝난 뒤에 자신의 경기 내용에 대해 몇 분 정도 밝히는 것은 팬들에 대한 일종의 도리입니다. 공항에서 실시하는 스탠딩 인터뷰에 사적인 질문이 나올 리 없고 시간도 대개 3~4분이면 끝납니다.
▶ 이상화, 7년 만에 메달권 실패…흔들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