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그들의 마지막을 보았다'…'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사이코패스 '시'

'그들의 마지막을 보았다'…'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사이코패스 '시'
'끝을 보았다. / 눈물을 보았고 / 슬픔을 보았고 / 공포를 보았고 / 운명을 보았다. / 그들의 / 마지막을 보았다.'

누군가를 관찰하는 시선으로 쓰인 이 시는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합니다.

사실 이 시의 작자는 다름 아닌 연쇄살인범 유영철입니다.

'마지막'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유영철이 살인 등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진 이후인 2004년 10월15일 썼습니다.

당시 유영철은 한 월간지 객원기자와 32통에 이르는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여기에 그가 쓴 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희대의 사이코패스 유영철의 시에서는 어떤 내면이 감지될까.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시 치료'라는 특이한 분야를 연구하는 권성훈은 자신의 저서 '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에서 유영철의 시를 매개로 한 '심리적 프로파일링'을 시도했습니다.

저자는 유영철의 시 '마지막'을 해부하고서 "생명의 '끝'을 보기까지 '눈물' '슬픔' '공포' '운명' 등이 확장식 은유로 사용되는데, 병치된 시행 속에서 압축과 리듬이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 화자는 살인자가 아닌 심판자로 죽음을 바라보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낸다"고 분석합니다.

이를 "신비주의적인 분열된 쾌락의 도착증세"로 본 그는 슬라보이 지제크를 인용해 유영철이 "관조하는 자신의 눈을 신의 눈과 혼동하는 것은 도착적 희열의 성질을 갖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유영철은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좌절, 우울, 불안, 공포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모든 이가 사이코패스의 길을 걷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유영철과 성장 배경이 비슷한 시인 이승하의 글을 유영철과 대조하면서 글쓰기를 통한 억압 극복과 승화, 자기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