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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서 납품 따내려 자전거·카오디오 '뇌물공세'

한국전력과 자회사 임직원들이 통신장비사업을 발주하면서 수백만원대 외제 자전거부터 고급 차량용 오디오까지 백화점식 로비를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납품업체 대표는 회삿돈을 빼돌려 로비자금으로 쓰는가하면 경찰 간부에게도 뇌물을 주면서 경쟁업체에 대한 수사를 진행시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영섭 부장검사)는 통신장비를 둘러싼 IT업체 K사와 한전 및 자회사 임직원들의 뒷거래를 적발해 K사 김모(56) 대표, 강승철(55) 전 한전 상임감사 등 10명을 구속기소하고 한전KDN 팀장 신모(46)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K사 대표 김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전과 자회사인 한전KDN·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 10명에게 3억5천69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를 받고 있다.

K사는 한전KDN을 통해 한전에 상황실용 고해상도 모니터와 통신네트워크 스위치 등 각종 전기통신장비를 납품하는 회사다.

로비대상에는 강씨처럼 사내 최고위층부터 사업발주 실무를 담당하는 팀장급 직원까지 망라됐다.

김씨는 현금과 수표·상품권 제공 등 전통적 수법과 함께 '맞춤형' 뇌물공세를 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출신인 강씨는 제네시스 렌터카, 전 한전 전력IT추진처장 김모(60)씨는 독일산 뉴비틀 승용차를 받았다.

한수원 본부장 김모(59)씨는 아들 골프레슨비를 K사에 대납시켰다.

한전KDN 팀장 고모(54)씨는 현금 2천만원과 함께 360만원짜리 독일제 자전거를 챙겼다.

로비에는 시가 990만원 상당의 고급 차량용 오디오와 중고 모닝 승용차도 동원됐다.

K사 대표 김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두 차례 파견근무한 경력이 있는 강모(45) 경정에게도 3천800만원의 뇌물을 줬다.

부인이 K사 직원인 것처럼 급여를 주는 수법이었다.

강 경정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근무하는 등 수사분야에 잔뼈가 굵은 경찰 간부다.

강 경정은 K사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거나 경쟁업체의 비위를 청와대에 접수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겼다.

실제로 강 경정이 청와대 근무할 당시 수집한 경쟁업체의 비위첩보가 경찰청에 이첩돼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김씨는 친인척을 비롯한 60명을 허위직원으로 등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 38억8천여만원을 빼돌려 로비자금으로 썼다.

돈을 받은 임직원들은 입찰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K사에 평가점수를 몰아줬다.

발주단계부터 구매규격을 K사에 유리하도록 정하기도 했다.

K사는 2006년 설립된 신생업체지만 이런 전방위 로비 덕분에 최근 6년 동안 63건 412억원어치의 한전 납품사업을 따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한전 안팎의 비리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제품검수·발주 담당자부터 IT사업 총괄책임자까지 금품비리를 저질렀는데도 이를 적발해야 할 상임감사마저 검은 돈의 유혹에 넘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공공기관 납품업체의 금품로비는 경쟁질서를 왜곡하고 납품단가를 상승시켜 결국 공공요금 상승요인이 된다"며 "국가재정 손실을 가져오는 중대범죄여서 지속적으로 엄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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