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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김 군을 8천㎞ 떨어진 IS로 향하게 했나

무엇이 김 군을 8천㎞ 떨어진 IS로 향하게 했나
'초등학교 이후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외톨이 18세 청소년이 무려 8천㎞를 날아가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국제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로 향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를 봤을 때 터키·시리아 접경지에서 실종된 김 모(18)군은 스스로 IS에 투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김군을 국제테러조직으로 향하도록 한 것일까? 경찰의 수사 결과와 주위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군은 전국에 7만여 명에 달하는 학업중단자 중 한 명입니다.

다른 또래가 학교에 가는 동안 김 군은 두문불출했고, 부모와의 관계도 깊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 군의 부모가 다녔던 교회 한 관계자는 "김 군의 부모와 동생만 교회에 나왔다"면서 "수십 년 동안 가족을 봤지만 김 군은 5살 때 한 번 봤던 것이 다였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의 통신 분석 결과에서도 김 군의 통화는 거의 대부분 동생과 주고받은 것뿐이었습니다.

사실상 김 군이 소통하는 사람은 동생 이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김 군은 공동체에서 소외된 채 사회적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고, 이런 환경이 극단적인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삶에서 무엇을 결정할 때 중요한 것은 소속된 공동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라면서 "만약 김 군이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소속감을 느꼈다면 IS를 마음속으로 지지할 수는 있어도 조직에 합류하려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김 군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와 가족을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글을 올려 가족과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김 군의 성향은 인터넷이라는 유일한 세상의 창에서 증폭됐고 결국에는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김 군은 인터넷을 통해 일부 10~20대 남성에서 나타나는 여성혐오적 성향이나 폭력적이며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쌓아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 군은 트위터를 통해 "이 시대는 남성이 성차별을 받는 시대"라면서 "그리고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나는 ISIS(IS의 전 명칭,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를 좋아한다"며 여성 혐오 성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김 군의 행동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극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나타나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과 유사하다는 분석입니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현실의 불만이 정당한 해소 창구를 찾지 못할 때 일베와 같은 '배설'의 모습으로 분출된다"면서 "자기의 울분을 표출하기 위해 힘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 성향 등 극단주의로 흐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했을 때 김 군은 인터넷을 통해 폭력성과 가부장적인 사고를 키워왔고, 그런 자신의 성향에 부합하는 곳으로 IS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이 분석한 김 군의 컴퓨터에는 IS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65개 등록돼 있었으며 지난 1년간 IS와 관련한 검색어를 517회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호기 교수는 "다른 지역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환경에서 IS를 있어서는 안 될 테러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김군은 혼란스러운 세계를 구원하는 조직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김 군을 막기 위해서는 토론이나 교육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호기 교수는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는 어느 시대나 늘 있었던 문제"라면서 "더 중요한 것은 IS 같은 극단적인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과 계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경태 교수도 "주입식 교육에 염증을 느끼는 젊은이들은 오히려 일탈된 시각에 환호해 극단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면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라도 토론할 수 있는 열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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