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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시신 옆에서 흉기 위협은 계속되고…악몽의 23시간

동생 시신 옆에서 흉기 위협은 계속되고…악몽의 23시간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40대 남성이 의붓딸 등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다가 2명을 살해했습니다.

어른들간의 삐뚤어진 집착에 채 피어보지도 못한 10대 여고생과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던 40대 가장은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동생의 시신 옆에서 5시간여 동안 흉기에 위협당한 한살 위 언니는 정신적인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3시 30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 다세대주택 3층에서 이성을 잃은 김 모(47) 씨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 집은 부인 A(44)씨의 전남편 B(49)씨가 사는 집입니다.

김 씨는 2007년 네 번째 결혼한 뒤 지난해 8월부터 별거 중인 부인 A씨가 휴대전화를 받지 않자 B씨와 살고 있는 A씨의 친딸들을 볼모로 A씨를 만나려는 속셈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집 안에는 B씨의 동거녀 C(32)씨가 혼자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B씨 동생이다'고 속인 김 씨는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밀고 들어가 부엌에서 흉기를 챙겨 C씨를 위협한 뒤 결박해 작은방에 가뒀습니다.

"오늘 B씨는 집에 오지 않는 날이다"는 C씨의 말을 믿고 의붓딸들이 집에 오길 기다렸습니다.

오후 9시 갑자기 B씨가 집에 들어오자 김 씨는 당황했고, B씨도 "왜 내 집에 있느냐"며 따지다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 밖으로 도주하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김 씨는 B씨를 붙잡아 안으로 잡아 끌어당긴 뒤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습니다.

시신은 욕실에 방치했습니다.

이후 막내딸(16)이 집에 들어왔고, 오후 11시 큰딸(17)도 들어왔습니다.

이들은 바로 두손이 묶여 작은방에 감금됐습니다.

밤을 꼬박 새운 김 씨는 어제(13일) 오전 9시 20분 처음 A씨와 전화가 연결되자 인질극 사실을 알렸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습니다.

큰딸 전화로 김 씨와 수차례 통화를 이어가던 A씨는 고성으로 말다툼을 했습니다.

그 사이 큰딸과 막내딸은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결박을 풀고 김씨에게 저항한 것입니다.

하지만 흉기를 지닌 중년 남성인 김씨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두 딸은 다시 제압됐습니다.

김 씨는 아이들을 다시 묶고 오전 9시 38분 자신의 휴대전화로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거부'돼 있었던 터라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김 씨는 9시 38분에서 52분 사이 14분간 막내딸을 흉기로 찌른 뒤 목 졸라 살해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와 큰딸의 진술, 통화내역 등을 근거로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시신은 그냥 작은방에 뒀습니다.

숨진 여고생의 언니는 무려 5시간여 동안 동생의 시신 옆에서 흉기로 위협당한 채 인질극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오전 10시 15분 경찰이 개입해 협상에 나서면서 김 씨는 흥분해 욕설하다가, 자수의사를 밝혔다가를 반복하던 중 낮 12시 45분 영상통화로 자신이 살해한 막내딸의 모습을 3초간 A씨에게 보여줬습니다.

경찰은 이때 처음 인명피해 사실을 확인했고, 두 딸 외에 다른 여자 목소리가 감지된 것을 근거로 인질이 더 있다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이후 자수하겠다던 김 씨가 A씨와의 연락을 끊자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 강제 집입해 김 씨를 검거했습니다.

동생 시신을 옆에 두고 5시간 동안 흉기로 위협받은 큰딸과 무려 23시간에 걸친 인질극을 겪은 C씨는 정신적인 충격에 아직도 간간이 실어증세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인질극 당시 내부에 어떤 인질들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맞다"며 "큰딸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게 작전의 가장 큰 목표였는데 다행히 인질 2명을 무사히 구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존자 2명은 아직 제대로 대화를 못할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수사보다는 보호와 치료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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