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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설'은 박지만 먼 친척의 빈말서 싹 터

'미행설'은 박지만 먼 친척의 빈말서 싹 터
지난해 정치권을 뒤숭숭하게 했던 '박지만 미행설'은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취지의 말이 와전되면서 언론 지면에 오르고, 또다시 부풀려져 정보 담당 공직자의 문건에까지 담겨 사실처럼 떠돌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오늘(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지만 미행설'의 전말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박지만 EG 회장을 정윤회씨가 미행한다는 설은 박 회장의 먼 친척인 김 모 씨의 입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김 씨는 정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다룬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동향보고 문건에도 등장합니다.

김 씨는 어린이회관 관장을 지낸 박 회장의 외당숙인 고 송 모 씨의 처조카입니다.

김 씨는 동향보고 문건에서 "내가 정윤회 씨를 잘 아는데 그를 만나려면 7억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는 인물입니다.

김 씨는 2013년 말 박 회장에게 미행설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정 씨가 미행한다는 취지의 말이었던 것으로 박 회장은 기억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박 회장에게 "정 씨가 약점을 잡기 위해 미행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작년 1월 박 회장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의 동향 정보를 다루는 박관천 경정으로부터 김 씨의 말보다 살이 더 붙은 미행설을 들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카페 운영자가 정 씨의 사주를 받고 (박 회장을) 미행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박 회장은 미행설이 사실인 것처럼 믿게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박 회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미행설이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 무렵 박 회장은 사석에서 다른 친한 지인들에게 자신이 미행당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 이것이 미행설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박 회장으로부터 미행설을 들은 지인 중 한 명이 시사저널 측에 그 내용을 발설했고, 작년 3월 '오토바이 미행설'이 지면에 실렸습니다.

시사저널 보도가 나온 뒤 박 회장은 김기춘 실장으로부터 "미행 관련 자료가 있으면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같은 달 박 회장은 측근 전 모 씨를 시켜 박 경정에게 자료를 달라고 했습니다.

청와대를 나와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근무하던 박 경정은 A4 4쪽 분량의 문건을 작성합니다.

'회장님 미행관련 건'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미행자의 신원과 당시 정황 등 매우 구체적인 정보가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문건에는 정 씨가 작년 10월 청와대 비서진을 만나 "만약을 대비해 박지만의 약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박 회장에 대한) 동향 관찰을 지시했고 동향 보고가 미미하자 직접 미행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 정 씨와 친분이 깊은 남양주 카페 주인 B씨의 아들이 오토바이로 몇 번 박 회장을 추적했는데 꼬리를 잡지 못했다는 내용도 실려 있습니다.

검찰 조사결과 이런 내용은 모두 박 경정이 가공한 허구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B씨와 그의 아들은 검찰에서 "정 씨를 전혀 모르고 오토바이를 보유한 적도 없으며 누군가를 미행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박 경정마저도 검찰 조사에서 "문건 내용은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박 경정은 작년 3월28일 박 회장 측에 이런 허구의 첩보 문건을 건넸습니다.

박 회장은 이 문건을 청와대에 넘겨주려 했지만 박 경정이 이를 적극 만류하면서 전달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미행설은 김 씨→박 회장→박 회장 지인→시사저널로 전달된 근거 없는 풍문에 불과했다"며 "그 과정에서 박 경정이 마치 미행설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허위 내용을 문건으로 꾸며 박 회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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