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은 먼저 베이징에서 실험했습니다. 슈퍼카를 모는 남성이 모두 7명의 여성들을 유혹해 탑승을 권했더니 이 가운데 5명이 차에 올라탔고, 두 명은 탑승을 거절했습니다. 제작진은 중국 대륙 여성을 상대로 한 슈퍼카 유혹 성공률은 71.4% 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이어 제작진은 다른 나라 여성들도 실험해 보겠다며 4개의 도시를 선정했습니다. 한국 서울, 미국 LA, 독일 베를린, 홍콩이 꼽혔습니다. 베이징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빨간색 페라리 스포츠카를 탄 남성이 신사동 일대로 보이는 유흥가에서 길 가는 여성에게 접근해 차에 타라고 유혹해 봤습니다. 지나는 여성에게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제안하자 망설임 없이 넙쭉 올라타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차에 탑승한 여성과 운전하는 남성 사이의 대화도 자세히 들려줬습니다. 밤인데 어떻게 의심 없이 차에 탔느냐고 묻자 여성들은 “겉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 “그냥 좋은 차라서 끌렸다.” 뭐 이런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차 가격을 물어 본 한 여성은 “내 차가 아니라 아는 형 차다”라는 답변에 실망한 나머지 곧바로 내려 달라면서 진짜 차 주인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떼쓰기도 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가 강남이 아니라 종로로 가자는 소리에 “강남 아니면 싫으니 내려 달라”고 말하는 여성도 있었습니다.
전체 제작 과정을 지켜보지 못한 상황에서 제작진이 실시했다는 실험 카메라가 의도에 따라 편집됐는지 단정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겨우 7~8명을 모 집단 삼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일반화하는 전개 방식이 무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이웃나라 여성들을 상대로 그런 실험을 해 놓고 그 결과를 갖고 이웃나라 여성들 전체를 비하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무례하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제작진의 프로그램 제작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지만 사려 깊은 제작 감수가 이뤄지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믿고자 합니다.
1992년 한중 국교 재개 이후 최고의 밀월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요즘이지만 언제고 사소한 오해와 뜻하지 않은 사고로도 양국 우호관계는 깊은 갈등의 골로 곤두박질쳐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살얼음판 밟 듯 조심조심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게 국제 관계입니다. 인접국으로서 수많은 질곡의 역사를 공유해 온 한중 두 나라의 관계는 더욱 그러합니다. 중국 소식과 한중 관계를 다루는 한 사람의 기자로서 저 역시 보다 사려 깊은 자세로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겠다는 새해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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