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며칠 전 대구 도심에서 1천만 원 가까운 현금이 길거리에 뿌려졌습니다. 행인들이 순식간에 다 주워갔는데 이 소동의 배경에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을 돌려주는 사람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습니다.
TBC 이세영 기자입니다.
<기자>
새해를 하루 앞둔 세밑에 한 30대 남성이 대구 송현지구대를 찾았습니다.
지구대에 내놓은 건 5만 원짜리 20장, 100만 원이었습니다.
한 시간쯤 뒤에는 부부가 함께 찾아와 돈을 내놨습니다.
어머니가 횡단보도에서 주웠다는 15만 원이었습니다.
[주운 돈 돌려준 시민 : 사정이 딱하더라고요 (기사를) 읽어보니까…써서는 안 될 돈을 갖고 온 것 같아서 (돌려줬습니다.)]
지난달 29일 대구 서부정류장 부근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28살 안 모 씨가 5만 원짜리 지폐 190장, 900여만 원을 뿌렸습니다.
알고 보니 안 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안 씨가 뿌린 돈은 평생 고물 수집을 해온 할아버지가 아픈 손자를 위해 남긴 유산의 일부였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횡재로만 여기고 돈을 주워간 사람들이 하나둘 돈을 들고 나타난 겁니다.
[이성영/대구경찰청 송현지구대 팀장 : 부모님들은 돈을 돌려받을 줄 몰랐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돌려받아서 고맙게 생각하고.]
아직도 700만 원이 넘는 돈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할아버지와 손자에게 귀한 돈인 데다 이번 경우에는 주운 사람이 형사 처벌도 받지 않는다며 돌려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명수 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