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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응천, 실패한 쿠데타인가?

[취재파일] 조응천, 실패한 쿠데타인가?
● 조응천 전 비서관은 왜?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의 구속 여부가 (30일) 결정됩니다. 혐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정윤회 씨가 청와대 비서진들을 모아 비밀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퇴진을 논의했다는 내용의 문건,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보다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박지만 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조 전 비서관의 혐의가 더 무겁다고 밝혔습니다. 더군다나 문건의 내용 모두 허위사실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검찰 수사는 문건의 진위 여부와 문건 유출을 누가했는지를 밝히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검찰의 역할은 여기까집니다.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사법처리 되더라도 궁금증은 여전히 남습니다. '허위'로 규정된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정윤회 문건'을 박지만씨에게 유출하라고 지시한.... 청와대 문건 사건의 배후 조응천 전 비서관은 도데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감행한 것일까요?

● 조응천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검찰에 출석할 때마다 기자들에게 했던 얘기가 있습니다.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검찰 수사결과만 놓고 보면 조 전 비서관은 대통령기록물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공무상 알게된 정보를 외부로 누설한 인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박근혜 행정부의 핵심요직에 있던 인물이 하루 아침에 피의자로 전락했습니다. 현 정부의 프레임에 조 전 비서관을 가둬놓고 일방적으로 불리한 전쟁을 강요한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뭔가 다른 관점에서 '청와대 문건' 사건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 '조응천-靑 3인방 갈등'이 발단…조응천 "이렇게 하다간 안 되겠다"

청와대 문건에서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는 이달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문제의 본질이 조응천 전 비서관과 청와대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과의 갈등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조 전 비서관도 청와대 3인방과의 갈등설을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 전 비서관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 사이 청와대로 파견될 경찰관 1명을 검증하다 부담스럽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후 안봉근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책임질 수 있느냐'고 으름장을 놨다고 합니다.

이후 조 전 비서관이 소속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 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올해 7월에는 조 전 비서관 밑에 있던 직원들이 각자 기관으로 돌아갔는데 한직으로 발령이 났다고 합니다. 이 같은 인사전횡은 안봉근 비서관의 작품이라는 게 조 전 비서관의 주장입니다.

조 전 비서관의 주장에는 청와대 3인방에 대한 불신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습니다. 자신이 결국 반대해 무마는 됐지만 청와대에 새로 들어올 경찰관 10여 명의 전력은 전 정부에서 보안유출로 쫓겨난 사람에 정무직 공무원 출신 부인과 동거하는 인물에 하자가 많은 사람들이었고 이렇게 하다간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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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응천 "정윤회 전화 받지 않자 다음 주 경질 통보"

정윤회 씨는 조 전 비서관이 자신을 청와대 3인방을 움직이는 '비선 실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 비서관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렇게 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 씨의 전화를 받지 않자 이재만 청와대 비서관이 '정 씨의 전화를 받으라'고 연락이 왔었고, 그래도 전화를 받지 않자 다음주 경질 통보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조 전 비서관과 청와대 3인방 간의 인사와 업무를 둘러싼 갈등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청와대 내부를 비롯해 국정원 인사까지 실체적 진실과 오해 여부를 떠나 가장 확실한 건 양측의 관계가 대단히 껄끄러웠던 건 맞는 것 같습니다.

● 조응천, 3인방 권력의 힘에 밀렸나(?)

 조 전 비서관의 주장을 토대로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청와대 공직기강실에 있었던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3인방이 문제가 있는 인물들을 천거해 본인이 제지했다. 이후 청와대 3인방과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본인 휘하의 직원들이 기관에 원대복귀 했는데 요직은 커녕 한직으로 좌천됐다. 청와대 3인방이 인사에 개입한 것 같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로 '김기춘 사퇴설'의 진앙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이 작성됐는데 정윤회씨의 전화를 받지 않자 다음주 경질됐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말하는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았다는 얘기는 결국 문제가 있는 공무원들은 청와대 근무를 반대했고, 상사의 지시로 '비선 실세' 의혹을 조사했을 뿐인데 청와대에 힘있는 이른바 3인방들이 조 전 비서관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는데 심지어 3인방이 어려워하는 정윤회씨까지 건드리자 자신을 모함해 경질했다는 주장입니다. 조 전 비서관은 현 상황을 조응천은 강직한 공직자이고 청와대 3인방은 인사전횡을 휘두르는 문제적 인물이라는 구도로 바라보고 있고 결국 자신은 권력이 더 강한 3인방의 힘에 눌려 경질당하고 사법처리 위기에 몰린 처지가 됐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조응천, '정윤회 문건' 박지만에게 왜 전달했나?

그런데 조 전 비서관의 행동 가운데 석연치 않은 부분은 남아 있습니다.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는 조 전 비서관이 왜 박지만 씨를 만났는지, 그리고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 문건'을 박지만 씨에게 넘기라고 지시를 했다는데... 왜 하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냐는 것입니다.

● 박지만 vs 정윤회…부채질한 갈등

'2인자간의 권력암투설'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만 아무튼 박지만 씨의 검찰에서 진술을 보면 예전부터 정윤회 씨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랬던 박지만 씨에게 조응천 전 비서관은 '정윤회 문건'을 넘기라고 지시했고 박관천 경정은 '박지만 미행설' 문건을 넘겼습니다. 박지만 씨는 문건을 보고 정윤회 씨가 시킨 인물에게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박지만 씨와 정윤회 씨의 갈등을 '조응천-박관천' 라인이 부채질한 부분이 상당 부분 있다는 취지로도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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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응천 쿠데타를 꿈꿨나(?)

마지막 의문입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왜 박지만 씨를 만났고, 정윤회 문건을 건넸을까요? 일각에서는 조응천 전 비서관이 청와대 내부에서 3인방과의 권력싸움에서 힘에 부치자 정윤회 씨에 버금가는 인물로 대통령의 친인척인 박지만 씨를 통해 청와대 3인방과의 권력투쟁을 벌이려고 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박지만 씨를 앞세워 청와대 내부를 정리하려고 했다는 분석입니다. 아직까지는 소설에 불과한 얘깁니다만 가정컨데 사실이라면 조응천 전 비서관은 권력투쟁에 나서기 위해 가만히 있던 박지만 씨를 함께 엮으려고 창작물인 '청와대 문건'을 들고 무모한, 그리고 위험한 도박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청렴하고 강직한 공직자 였는지 또는 청와대의 권력투쟁을 하려다 실패한 야심가였는지, 조응천 전 비서관에 대한 평가는 훗날 역사가 하게 될 겁니다.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려면 앞서 언급한대로 조응천 전 비서관이 왜 박지만 씨와 접촉을 하려고 했는지가 규명돼야 합니다. 규명의 단초는 검찰이 쥐고 있습니다. 부패와 싸워야 할 검찰이 어느새 역사의 한 장면을 서술하게 될 '사관'의 역할도 떠앉게 됐습니다. 검찰도 입장이 여간 곤란하지 않을 겁니다.
  

▶ "박지만에 전달"…조응천 '문건 유출' 배후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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