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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경남 신학기 무상급식 중단 현실화되나

지자체 지원 예산 삭감…21만 9천명 급식비 학부모 부담<br>"시·도지사와 교육감들이 전국 무상급식 범위 통일시켜야"

2015 경남 신학기 무상급식 중단 현실화되나
내년 신학기 경남지역 각급 학교현장에서는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혼란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경남도가 도교육청에 지원하는 무상급식 보조금에 대한 특정 감사 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촉발된 무상급식 논란이 결국 '유상급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도내 전체 학생 44만 6천여명 중 그동안 28만 5천명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았으나 경남도와 시·군의 관련 예산 삭감으로 21만 9천명은 급식비를 내거나 도시락을 싸와야 할 처지에 몰린 셈이다.

일부에서는 경남도와 도교육청이 학생을 볼모로 한 갈등을 접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재로서는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 무상급식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논란 촉발

무상급식 논란은 지난 10월 21일 경남도가 도교육청에 지원하는 무상급식 보조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특정 감사 방침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감사반 12명을 투입해 도내 90개 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비 사용 및 계약 실태 등 지원된 급식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지도 감독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도교육청은 경남도의 감사 방침을 '월권행위'로 규정하고 감사를 거부했다.

도교육청은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교육감 소속 일선 학교를 감사하는 것은 지방행정조직 체계에서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고 반발했다.

양측이 무상급식 감사 논란을 벌이다가 결국 홍준표 도지사는 지난달 3일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는 원칙을 천명하며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경남도는 대신 무상급식 보조금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독자적인 교육 지원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도내 시장·군수들도 홍 지사의 뜻에 동조했다.

홍 지사는 "예산에는 반드시 결산과 감사가 따른다는 것은 현대 행정국가의 기본 원칙"이라며 "연간 수백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민간단체도 예외 없이 감사를 받는데 하물며 4년간 3천40억원의 막대한 도민 세금을 지원받고도 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도민과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도교육청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종훈 교육감은 "홍 지사가 '감사 없이 예산 없다'고 했으나 감사는 급식비 지원 중단을 위한 핑계다"며 "아이들의 급식문제를 자신의 정략적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져온 홍 지사가 무상급식 감사 수용 여부와 무관하게 학교급식을 지원하지 않으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 논란 확산 속 예산 삭감…급식비 학부모 부담

무상급식비 보조금 지원 중단으로 말미암은 무상급식 논란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울산 동구와 부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오히려 무상급식 대상을 축소해 예산을 편성하는 등 무상급식 확대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홍 지사는 시사 프로그램과 페이스북 등에서 "국고가 거덜나고 있는데 지금 무상파티만 하고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무상급식 논란을 무상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어갔다.

그는 "무상급식과 무상의료 등 무상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비판은 이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는 학교 무상급식 보조금 예산 257억원을 편성하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교육청은 그러나 경남도 지원분 257억원과 시·군 지원분 386억원, 도교육청 부담분 482억원 등 1천125억원의 무상급식비를 편성한 예산안을 도의회에 넘겨 심의 의결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의회는 도교육청이 올린 무상급식비 1천125억원 가운데 경남도 지원분 257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경남도가 도교육청이 무상급식 보조금 감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이 돈을 '전출금'으로 편성하지 않아 세입으로 잡을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댔다.

오히려 도의회는 경남도가 예비비로 편성한 257억원을 무상급식비로 사용할 수 없도록 '서민 자녀 교육지원'이라는 항목을 신설해 편성했다.

386억원을 지원할 시·군들도 경남도 눈치를 봐야 할 처지여서 대부분 이 돈을 서민 자녀 교육지원사업비 명목으로 돌렸다.

사실상 경남도와 일선 시·군에서 무상급식 보조금을 받을 길이 막혀 버린 셈이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내년 무상급식은 도교육청 부담분 482억원으로 버텨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우선지원 대상자만 뺀 나머지 학생에 대해서는 내년 3월까지만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학부모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44만 6천700여명의 도내 학생 중 무상급식을 지원받는 28만 5천여명의 77% 수준인 21만 9천여명이 1인당 한달에 4만∼6만 2천원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도교육청이 전교생 50명 미만의 소규모 학교에 대해서는 무상급식을 계속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학교에서는 내년 신학기를 시작하자마자 급식비를 내거나 도시락을 싸야 할 판이다.

◇ 학부모 반발 현실화·도의회 행정사무조사 추진

도내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를 구성해 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일에는 창원 도심에서 3천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우리 아이들의 밥상을 지켜주세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친환경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남도는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도록 하루속히 2015년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경남도와 도교육청은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위해 서로 성의있게 대화하고 협력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말 도내 1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를 창립했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철회를 위해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단 면담 추진, 18개 시·군 항의 방문에 이어 주민 소환운동과 주민세 납부 거부운동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상급식 지키기 1만인 선언과 무상급식 보조금 예산을 삭감한 도의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조직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도의회는 내년에 학교 무상급식 실태를 행정사무 조사하겠다고 밝혀 무상급식 논란이 새해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김윤근 도의회 의장은 "내년 상반기 준비를 거쳐 하반기에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학교와 업체 간 계약, 식자재 공급 및 조리, 잔반 처리 등 무상급식 업무 전반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무상급식 갈등 해결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경남도와 시·군이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밝힌 데 대해 도교육청이 급식 차질을 우려하며 지원을 계속 촉구해 무상급식 갈등이 계속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 심의 의결 과정에서 경남도의 뜻대로 무상급식 보조금 예산을 삭감한 도의회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행정사무조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인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논란은 쉽지 않은 문제다"며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받아야 할 혜택이 차이가 나면 안되므로 경남에서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무상급식 범위를 통일시키는 등의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육 예산은 사실상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전국 시·도지사와 교육감들이 협의해서 무상급식을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지를 통일해야 한다"며 "무상급식이 지역 간 격차 없이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국가재정을 고려해 시행하려면 전국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이를 명분으로 갈등상황을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창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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