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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한국과 닮아 보이는 일본의 어두운 현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불평등 사회, 일본' 번역 출간

일본과 한국의 유사점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를 추구했고 분단국도 아니었지만, 2차대전 이후 짧은 시간 안에 이뤄낸 경제성장과 이어 찾아온 불황,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 등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참고할 만한 구석이 많다.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古市憲壽)가 쓴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민음사)은 한일 양국에 큰 '골칫거리'인 젊은 세대 문제를 다룬 책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많은 현실은 '일본'을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과 비슷하다.

제목만으로는 마치 일본의 젊은이들이 절망적 상황에서도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고 행복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은 '자기계발서'류의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이 말하는 바는 그와 정반대다.

일본에서 책을 낼 당시 26세(1985년생)였던 저자는 자신 또래의 일본 젊은이들이 '행복한'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행복하다'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소박하게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저 '끝나지 않는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134~137쪽) 이같은 저자의 주장이 막연한 관념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국민 생활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20대의 비율은 남성이 65.9%, 여성은 75.2%에 달했다.

거품경제가 붕괴하고 일본 경제가 악화일로에 접어든 상황에서 20대의 70%가 '행복하다'라고 말했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수치가 정말 주변 상황이 좋아서 나왔을 리는 없다.

같은 설문조사의 다른 항목을 보면 '생활하면서 고민이나 불안을 느끼고 있다'라는 응답이 1980년대 후반부터 계속 상승해 2010년 63.1%에 달했다.

저자는 일본 젊은이들의 자국 사회에 대한 만족도가 199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한다.

말하자면 이처럼 '불안하지만 행복하다'라는 모순적인 태도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없는 데서 비롯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반면 고도성장기나 거품경제 시기에는 오히려 젊은이들의 생활 만족도가 낮았는데, 이는 '더 나은 내일'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거품경제 붕괴와 불황 장기화의 책임을 젊은이들에게 돌릴 수는 없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기성세대가 내놓는 '젊은이론(論)'도 비판한다.

'요즘 젊은이들' 운운하며 불행의 책임을 그들에게 떠넘기는 태도, '젊은이에게 희망이 있다'는 식으로 찬양하는 것 모두 그들을 타자화(他者化)하는 담론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젊은이'라는 개념 자체가 국민을 동원하려는 근대 국가의 산물이라는 논리를 펴며 젊은이에 대한 기성세대의 시각을 해부한다.

'1억 중산층'이라는 자본주의 신화가 깨진 지 오래인 일본에서 젊은이들이 혁명 대신 현실 안주를 택하는 현상은 자연히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불안함'을 느끼는 한국 젊은이들은 많으나 동시에 행복을 느끼는 이는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겨주는 책이다.

이언숙 옮김.

385쪽.

1만9천500원.

사토 도시키(佐藤俊樹) 도쿄대 교수가 쓴 '불평등 사회, 일본'은 '행복한 젊은이들'보다는 학술서적 분위기가 강하다.

일본 사회에서 평등이라는 신화가 무너졌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이 책은 사회과학 서적임에도 일본에서 22쇄를 찍고 13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책은 일본에서 '중류의 붕괴' '격차사회' 등의 표현이 회자되던 2000년 출간됐다.

전후 고도성장기 일본은 전쟁 이전보다는 '노력하면 어떻게든 되는', 즉 '열린 사회'의 성격이 강했으나 지금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자녀에게 이어지는 경향이 강해져 '노력해도 별수 없는', 말하자면 '닫힌 사회'가 됐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은 현실이다.

저자는 줄여서 'SSM 조사'로 불리는 '사회계층과 사회이동의 전국 조사' 결과를 분석, 관념론이 아닌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면서 전후 일본의 계층사회를 둘러싼 여러 문제와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한다.

책에서 강조되는 개념은 '실적'이다.

마치 '노력만의 결과'로 여겨지는 실적이 사실은 노력 외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지만, 현실에서는 엘리트들의 '계층 상속'을 공고히 다지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현실을 책은 냉정하게 지적한다.

이어 엘리트 계층을 재생산하는 사회적 '선발 시스템'의 실체를 해부하고, 기회의 평등이 한층 더 담보될 수 있는 사회의 출현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양대학교출판부.

이경희 옮김.

220쪽.

1만2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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