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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적대 주도 피델 카스트로는 어디에…침묵 눈길

88세 고령 따른 건강 악화로 나서지 않고 있는 듯<br>14살 때 루스벨트 대통령에 재선 축하하며 10 달러 지폐 요청도

대미 적대 주도 피델 카스트로는 어디에…침묵 눈길
미국과 쿠바가 53년 만에 역사적인 국교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정작 양국 간 적대관계를 주도했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양국 관계 정상화 합의를 발표한 이후 쿠바 언론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8년 전인 지난 2006년 장 출혈로 건강이 급속히 악화하자 라울에게 권좌를 넘겼지만 그동안 관영 언론에 미국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고 각국 정상들을 잇따라 접견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해왔다.

정치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은 AFP통신에 카스트로 전 의장의 침묵에 대해 미국과의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한 동생의 결정을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고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 때문에 당분간 나서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지난 8월로 88세를 맞았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2001년 미국에서 간첩죄로 투옥된 쿠바 정보요원 3명을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고국으로 데려오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번 합의에 이들의 석방도 포함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방의 한 외교관은 따라서 이들의 석방이 포함된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합의는 "라울은 물론 피델의 승리"라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불행히도 피델이 건강 때문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의 편집장을 지낸 베테랑 언론인 가브리엘 몰리나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면서 "피델은 모습을 나타낼 수 없을 뿐 이번 합의는 그가 직접 관여한 외교적 노력의 성공적인 결말을 의미하며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동생인 라울에게 영구히 권력을 넘겨준 후 카스트로 전 의장은 정치 일선에서 후퇴했고 그가 관영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도 줄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집으로 초대해 만났지만 당시 TV카메라맨은 접견장에 없었으며 몇 장의 사진만이 공개됐다.

그 이후 관영 언론에 실린 그의 칼럼은 미묘한 논조의 변화를 보였다 그는 10월 14일자 칼럼에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를 촉구한 미국 뉴욕타임스의 사설을 칭찬했으며 4일 후에는 에볼라 퇴치를 위해 미국과의 협력 의향을 피력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카스트로 전 의장이 작년 6월 시작된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비밀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쿠바의 관측통들은 라울이 카리스마 넘치는 형을 대신하겠다는 신호를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만큼 카스트로 전 의장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승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라울 의장은 2006년 형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으면서 "피델은 대체가 불가능하다"면서 "모든 중요한 결정은 그와의 조정을 거쳐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라울 의장은 17일 미국과의 합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쿠바인 3명을 데려오겠다고 말한 카스트로 전 의장의 2001년 약속을 회상하며 형을 여러 차례 인용했다.

하지만 쿠바 수도 아바나의 많은 전문가와 외교관들은 카스트로 전 의장이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를 기치로 정치적 정체성을 구축해온 만큼 그의 체제가 계속됐다면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방의 한 외교관은 "피델은 철저히 반미주의자인 반면 라울은 좀 더 실용적인 생각을 갖고 국가에 유익한 것들을 우선시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CNN방송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 노력 합의에 따라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 중인 일부 기밀해제 문서들을 공개했다.

이들 문서 중에는 카스트로 전 의장이 14살 때인 1940년 백악관에 보낸 편지를 통해 당시 대통령이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재선 성공을 축하하며 10 달러짜리 미국 지폐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내용도 있어 흥미를 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서툰 영어로 쓴 이 편지에서 "친애하는 친구 루스벨트여, 나는 라디오를 즐겨듣는다. 나는 당신이 새로운 (임기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어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한 번도 10 달러짜리 미국 지폐를 본 적이 없다며 자신의 수집품에 10 달러짜리 미국 지폐를 추가할 수 있도록 "괜찮다면 편지로 10 달러짜리 미국 지폐를 보내주세요"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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