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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통영함 참모총장' 지키기 총력전…"거짓까지 동원"

[취재파일] '통영함 참모총장' 지키기 총력전…"거짓까지 동원"
“유명세로만 치면 거북선의 이순신 장군과 통영함의 황기철 장군이 동급”이라는 농담이 군에서 나돌 정도로 통영함과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을 둘러싼 잡음이 몇 달째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엉터리 장비를 부착한 탓에 세월호 구조작업에 투입되지 못한 통영함은 통영시에서 배 이름을 바꿔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오욕의 함정이 된 지 오래고, 이 함정을 만들 당시 방위사업청의 사업 책임자였던 황기철 현 해군 참모총장은 숱한 책임론에도 우직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혼자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해군 조직이 동원돼 총장 수호 작전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참모총장이 억울한 모함을 받고 있다면 모를까 책임 질 일을 한데 대한 책임을 묻는데도 해군 조직은 잘못된 정보를 담은 공문서까지 유포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총장을 지키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이런 열정을 우리 영해 지키는데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인데 엉뚱한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참모총장이 해군의 짐이 돼버렸습니다.

● 5년 전 황기철 참모총장은 어떤 일을 했나?

2009년 방사청이 통영함 사업을 할 때 황기철 참모총장은 방사청의 함정사업부장이었습니다. 모든 해군 함정을 도입하는 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 아래에는 상륙함 사업팀이 있었고 이번 통영함 사태로 구속된 인물들이 포진했었습니다.

상륙함 사업팀의 해군 영관급 장교들은 엉터리 음파탐지기와 수중 탐사 로봇을 도입하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했습니다. 서류를 오리고 붙이는 수법으로 가짜 서류를 만들었고 어떤 중령은 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엉터리 서류들에 결재한 장본인이 바로 황기철 총장입니다. 결재할 서류가 산더미 같아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고 해명하지만 엉터리 장비 도입을 승인한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황 총장은 또 장비 구매 여부를 결정한 통영함 사업관리위원회 위원장도 맡았습니다. 그 위원회는 납품업체가 필수 서류들을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장비 구매를 의결했습니다. 두고두고 욕먹는 음파탐지기와 수중 탐사로봇을 구입하는 최종 결정을 내린 이 역시 황 총장입니다. 책임 질 일을 했습니다.

황 총장은 그러나 지난 10월 해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 공세에 “모르고 결재했다”고만 대답했습니다. 사업 책임자로서 저간에 어떤 일이 진행됐는지 몰랐다는 것은 무능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 역시 책임질 일입니다. 황 총장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책임을 안 집니다. “책임이 있다”고 말은 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황기철 연합

● 해군 조직의 '총장 지키기' 몸부림

우두머리를 보호하고 싶은 것은 조직의 본능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는 군 조직은 우두머리를 보호하더라도 팩트를 가지고 의연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군이 최근에 황 총장을 보호하기 위해 낸 자료들을 보면 가관입니다.

먼저 지난 9월 29일 해군 입장자료를 보겠습니다. “모 매체의 기사 중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도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돼있습니다. 검찰이 통영함 비리를 수사하는데 사업 책임자인 황 총장도 수사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해군이 낸 자료입니다.

기자들은 이 자료를 받고 해군이 아니라 검찰의 입장 자료인줄 알았습니다. 해군이 대한민국 검찰을 지휘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렇지도 않게 검찰 행세를 했습니다. 검찰이 통영함 사업 책임자를 들여다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해군은 마치 검찰인 것처럼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해군의 다급한 속마음이 그대로 읽혔습니다.

10월 15일 해군 입장 자료는 “내용이 바뀐 통영함의 제안요청서는 당시 사업관리본부장이었던 황기철 총장에게 보고된 뒤 확정됐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라고 했습니다. 제안요청서는 황 총장에게 보고된 뒤 확정됐습니다. 기사는 사실입니다. 해군의 입장 자료가 사실과 다릅니다. 해군은 공식 자료를 통해 거짓말을 했거나 총장을 지키기 위해 모르면서도 아는 척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11월 15일엔 모 매체가 ‘황기철 해군 총장이 성능 미달 장비 구매 사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자 또 자료를 냅니다. 내용은 “기종결정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위원장(황기철)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으며 관련 서류에 서명 후 사업관리본부장에게 보고하는 것은 위원회 결과에 따른 절차임”입니다. 풀어 쓰면 “잘못된 결정이지만 각종 위원회와 결재 행위가 관례적으로 법적으로 요식행위이니 황 총장이 개입했지만 잘못은 없다”입니다. 잘잘못은 해군이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 총장이 짐이 돼버린 해군

해군은 이렇게 총장을 수호하기 위해 방사청으로 변신해 각종 엉뚱한 자료들을 생산해 왔습니다. 해군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보도에 신중을 기하라고 언론을 압박하면서도 자신들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가짜 정보들을 공식 유포했습니다. 대언론 입장자료만이 아니라 여러 고급 장교들을 동원해 언론사에, 국회에, 국방부에 온갖 설명을 해 왔습니다.

괜한 노력 같습니다. 책임 질 사람이 책임지는 당당한 모습을 제때 보여줬으면 이런 전력 낭비는 없었습니다. 세월호를 버린 통영함, 그 함정을 만든 방사청 함정사업부장. 어떻게 책임을 면하겠습니까. 감사원이 황기철 참모총장의 인사조치를 국방부에 요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해군을 위한 장군의 품위일 것입니다. 이렇게 참모총장이 해당 군에 짐이 되는 사태, 이전에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감사원, '통영함 비리' 해군 총장 문책 요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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