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한수진의 SBS 전망대] "아저씨가 뭔데? 하던 아이, 10년 만에 귤 한 상자 들고…"

* 대담 : 서울 도봉파출소 박종규 경위

▷ 한수진/사회자:
듬직한 군인이 귤 한 상자를 들고 서울의 한 파출소를 찾았다고 합니다. 근무 중이던 경찰관은 그 청년을 한참 바라보다가 10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하는데요. 이 청년이 10년 만에 경찰관을 찾은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서울 도봉구 도봉 파출소에 계시는 박종규 경위에게 직접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 경위님. 안녕하세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아,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네, 아주 반가운 얼굴을 만나셨다고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네. 약 10년 전에 알고 있던 꼬마가 성인이 돼서 찾아왔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네, 이제는 군인 아저씨가 돼서 찾아온 거예요? 10년 전의 어떤 인연으로 알게 되신 거예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제가 2004년, 초등학교 3학년 다니는 10살 정도 (아이) 였어요.
그 당시 노원 경찰서 하계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어느 때보다도 전화벨 소리의 느낌이 다르게 들리는 거였어요. 받고 보니 한 아주머니 하소연이었죠. 이혼 후 혼자 살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본인은 시각장애인 1급 엄마래요. 근데 아들이 도벽도 심하고, 아이를 나무라면 반성하는 기미도 없이 오히려 가출도 하고 학교도 잘 안 나가고 한다는 거예요. 어머니가 막 울면서 “아예 우리 아들을 경찰서 철창에 넣으면 안 되냐”고 그러면서 도움을 줄 수 없냐는 내용이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네네. 어머니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10살 정도 됐다는 거죠. 홀어머니가 아들 문제로 얼마나 힘들면 이렇게 파출소까지 전화를 했겠어요, 그렇게 도움을 청하신 거예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아이가 어느 정도였어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이 아이를 처음에 봤을 때, 정말 저도 ‘바른 길로 인도하기는 참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만나보시니까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동네 형들과 어울리면서
동네 형들과 어울리면서 나쁜 짓, 물건 훔치기, 그 다음에 가출도 자주하고 또 반항심도 있고, 불만에 가득 찬, 순수한 아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처음에 아이에게 다가가기도 쉽지 않으셨겠어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네. 이 아이가 어린 아이들처럼 눈빛이 초롱초롱한 게 아니고
(눈치를) 살핀다고 그럴까요? 눈길을 마주치질 않아요, 그래서 그 아이의 가득한 불만과 반항심을 잠재우고 싶어서 제가 이 아이를 맡아서 한번 바른 길로 인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 한수진/사회자:
아유, 그렇게 마음을 먹게 되셨다고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네.

▷ 한수진/사회자:
사실 감당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셨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셨다는 거군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그래서 이 어머니에게 아이의 권한을 다 일임해줄 수 있냐고 물어 본 바 어머니는 흔쾌히 승낙하면서 꼭 바른 길로 좀 인도 해주십사 하고 어머니가 저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그 다음엔 아이를 특별하게 보살피기 시작하신 거군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비번 날 한 번 만나기로 하고 집을 방문했는데, 여느 때처럼 아이는 집에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에게 아이의 동선을 물어보고 인근 두 바퀴 정도를 돌아서 겨우 찾아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더니 “아저씨가 뭔데요?” 하면서 반항이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인내를 갖고 달래서 아이와 집에 오게 됐어요. 그래서 어머니 앞에서 그 아이의 성격을 좀 더 파악하고자 제가 늘 사용하는 그림을 통해 심리를 알아보는 HTP검사를 진행해서 그 아이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파악했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심리검사도 하시고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웃음) 전문가는 아니지만 먼저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아이의 성격을 알아야지만 빠른 시간 내에 아이를 좋은 길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랬어요.

▷ 한수진/사회자:
또 일기쓰기도 함께하시고 그랬다면서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 먼저 아이들에게는 매보다는 사랑으로 다가가고 또한 그 아이에게 하루 일과를 써서 오후 4-5시 정도로 저에게 제출, 아니면 제가 또 방문해서 일기장을 받아가지고 한 5-6개월 정도 모아놓고 그 아이의 방향을 멘토 식으로 제가 이끌었죠.

▷ 한수진/사회자:
아. 그럼 매일매일 만나셨던 건가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한 7개월 동안은 거의 매일 만난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대단하신데요? 경찰 업무도 하시면서 매일 집을 찾아서 아이를 만나셨단 말씀이세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네. 다행히도 그 아이가 사는 데가 제가 근무하는 관할이라 근무 날에 방문하기 편했고 또 쉬는 날에도 저희 집에서 얼마 안 떨어져서 관심을 갖고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정말 마음을 많이 쏟으신 것 같은데요. 근데 앞서도 말씀하셨지만 가장 큰 문제가 아마 ‘도벽’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가장 어떻게 보면 이게 고치기 어려운 버릇인데, 어떻게 고치게 한 건가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세 살 버릇 여든 살까지 간다’ 고 하는데 이 아이의 도벽은 참 힘들었어요. 저도 어느 때에는 ‘내가 왜 맡았지’ 하는 그런 후회감도 밀려왔거든요. 근데 그걸 관두면 이 아이에게 제가 지는 것이기 때문에, HTP검사로 인해서 보니까 좀 시간을 갖고 그 아이에게 사랑도 못 받고 외롭고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고 사랑으로 다가가고 하니까 아이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 한수진/사회자:
네, 그렇군요. 근데 사실 또 이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뭐 좀 아이들은 선물도 해주고 그래야 되잖아요. 그런 것도 좀 하셨어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웃음) 네, 이렇게 만나다 보니까 5월 5일 날 무슨 날인지 아시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네, 어린이날.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네. 그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를 제가 데리고 나와서 외식도 하고 그 다음에 첫 번째 책을 선물해주고 나서 아울렛에 가서 아이가 맘에 드는 옷과 점퍼 등의 선물을 사줬어요. 선물을 사주니까 이 아이는 저를 빙그레 쳐다보면서 “왜 사주냐” 반문을 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저씨가 나에게 왜 선물을 주냐?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 그래서 “오늘은 너의 날이잖아. 어린이날. 어린이들처럼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야 할 것 아냐.” 하면서 선물을 준 적이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유, 그래서 언제까지 아이와 만나셨나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아이와 만난 건 한 3년 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할 때까지요.

▷ 한수진/사회자:
네, 그 이후로는 못 보시고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어머니도 생활고 때문에 그렇고 또 이 아이를 외할머니 댁으로 보냈던 이유는, 지금까지 바른 길로 왔는데 또 동네 형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 또 빠지기 쉬워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다음부터는 못 만나게 되신 거군요, 근데 그 꼬마아이가 10년이 지나서 최근에 경위님을 찾은 거고요. 근데 그냥 경위님 생각이 나서 왔다 라기 보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경위님을 찾았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약속 하셨던 거예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 제가 그 아이를 만나서 많은 변화가 있을 때 쯤 제가 아이에게 농담 식으로 한번 던져봤어요. “네가 첫 월급을 타면 아저씨에게 자장면을 사줄 수 있느냐?” 그리고 또 “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는 아저씨는 자장면을 안 먹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탕수육을 먹겠다.” (웃음) 이렇게 던진 걸 기억하고 그 아이가 약속을 지키러 온 거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아, 그래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왔다는 거고요. 근데 그 첫 월급이 군대에서 받은 첫 월급이었어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아 네네. 저도 정말 기쁘고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이 아이가 저에게 자장면을 사려고 왔지만 저는 그 뒤에, ‘정말 이 아이가 바른 길로 가고 있구나. 또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많이 기뻤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얼마나 뿌듯하셨겠어요. 그런데 정말 빨리 찾아뵙고 싶어서 그런지 군대에서 받은 첫 월급을 가지고 왔던 거군요, 근데 자장면 진짜 드셨어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아, 그 날은 또 제가 근무 날이라서요. 근무 여건 상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우리 사무실에서 그 아이가 사온 귤을 먹으면서 군 생활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그렇군요. 그 귤 참 맛있었을 것 같고요. 이 청년은 지금 군대 복귀를 한 상태겠네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러네요. 이 청년 꿈이 있다면서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 그 대화 나누다 보니까 “너의 진로를 앞으로 뭐로 하고 싶니?” 저도 이제 걱정이 되잖아요, 바른 길로 갔는데. 그런데 어우 뜻밖의 대답을 받았어요.

▷ 한수진/사회자:
뭔데요?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청소년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무엇을 하든 간에 박종규 경위같이 이렇게 따뜻한 인연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인연 잘 이어가길 바라고요, 오늘 이렇게 훈훈한 소식,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경위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종규 경위/ 서울 도봉파출소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도봉파출소 박종규 경위였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