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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기성용이 '헤딩 머신' 캐롤을 만났을 때

[한범연의 썸풋볼] 기성용이 '헤딩 머신' 캐롤을 만났을 때
지난 주말 웨스트햄과의 경기는 스완지에게 큰 고비였다. 8일 사이 세 번째 경기를 갖는 험난한 일정임과 동시에 스완지에게 웨스트햄은 상위권 도약을 위해 꼭 잡아야 하는 상대이기도 했다. 당연히 한국 팬들의 시선은 기성용이 맞상대해야 하는 웨스트햄의 중원에 쏠렸고, 케빈 놀란을 의식하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사실 웨스트햄 중원의 핵도, 비교할만한 대상도 모두 알렉스 송이었다. 선수 소개 순서에서도 기타 선수들과는 압도적으로 다른 환호성을 받는 알렉스 송은 그라운드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응원의 이유를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기성용은 활동 영역을 주로 그라운드의 좌측 절반에 한정 짓는 모습이었다. 가끔 레온 브리튼과 자리바꿈을 하며 오른쪽을 거들기도 했지만, 주로 왼쪽에 머물며 스완지가 안정된 공격진행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집중했다.

 
하지만 케빈 놀란도, 알렉스 송도 어찌 되었건 상관없었다. 이 경기에서 기성용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안긴 것은 ‘헤딩 머신’ 앤디 캐롤이었다. 기성용은 이 경기에서 일곱 번의 공중 경합을 벌였는데, 많은 수가 앤디 캐롤과의 격돌이었으며 기성용은 일곱 번 중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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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완지의 숨통을 끊은 웨스트햄의 세 번째 득점은 기성용의 견제를 가볍게 떨쳐낸 앤디 캐롤의 헤딩 연결에 의한 것이었고, 실점 직후 기성용은 허탈한 듯 쪼그려 앉아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만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자신감 하나만큼은 어딜 내어놓아도 뒤질 것 없어 보였던 기성용에게 올 시즌 이정도로 큰 심리적 타격을 입한 상대가 또 있었을까.


193cm의 거구를 자랑하는 앤디 캐롤의 헤딩은 압도적이다. 한때 프리미어 리그의 공중전을 장악했던 케빈 데이비스와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속된 말로 “머리 메시”라 불릴 정도로 공중전 경합 시 동료들에게 연결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 그 자체가 하나의 전술이나 다름없을 정도였던 선수인 케빈 데이비스였다. 축구 기록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http://www.whoscored.com/)에 따르면 볼턴에서의 마지막 3년 동안 케빈 데이비스는 공중볼 경합에서 54%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렇다면 앤디 캐롤은? 무려 61%가 넘는 공중 경합 승리 비율을 보인다.
공중전도 엄연한 축구의 전술 중 하나이다. 그러나 헤딩 스페셜리스트는 패스와 드리블, 태클과 슈팅의 스페셜리스트와 비교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울분을 털어내듯 타점 높은 공중전을 통해 자신을 증명한 앤디 캐롤에게 기성용을 필두로 한 스완지가 무너져 내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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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드 파트너가 단신 브리튼인 까닭에 앤디 캐롤과의 공중 경합을 도맡아 한 기성용을 탓할 수는 없다. 상대가 앤디 캐롤쯤 되면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어주고 제 갈 길을 가야만 한다. 대등한 높이를 보일 수 있는 선수를 투입하거나, 헤딩 이후의 공의 흐름을 대비하는 것은 감독의 몫일 터이다.


기성용을 보러 갔다 되려 앤디 캐롤만 보고 온 셈이 되었다. 사실 롱볼 축구는 재미없다는 비판을 받기 쉽지만, 이쯤 되면 그의 이마를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요소가 된다. 그리고 기성용은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주저앉힌 상대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본다면, 그에게도 앤디 캐롤을 만난 기억이 재미있는 시간이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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