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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탓이오" 포연 가득한 '문건 정국'

"네탓이오" 포연 가득한 '문건 정국'
이른바 '비선 실세'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박근혜 정부 전·현직 최고위직들이 이전투구성 폭로전을 이어가며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습까지 연출돼 파장이 가라앉기는 커녕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건의 진위와 유출경위, 이른바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겠지만, 장외에서는 '비선 실세'의 외압 의혹 등을 놓고 과열된 공방전이 전개되고, 여기에 청와대까지 적극 반박에 나섬에 따라 매우 혼돈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유출된 문건을 '루머'라며 부인하고 유출행위를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청와대 1기 참모출신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문건은 60% 이상이 사실"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검찰 수사를 앞둔 그가 박 대통령의 발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공개하며 사실상 반기를 든 셈이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최근까지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으나 지금은 정부내 직함이 없는 정윤회 씨와 접촉했다는 직무 중 취득사실까지 밝혔다.

정 씨와 청와대 간 모종의 관계를 흘림으로써 유출된 문건이 허위가 아니라며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 한 것이다.

그러자 비선 실세 몸통으로 지목된 정윤회 씨 또한 "민정수석실이 모든 것을 조작했다"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렀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은 정 씨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안봉근·이재만·정호성 비서관과 수시로 만났다는 내용을 담았고, 항간에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친동생 지만 씨와 가깝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 때문에 지금 이 사태가 마치 정윤회계와 박지만계의 한바탕 싸움을 그린 정치 대하드라마를 시청하는 듯한 지경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초대 내각의 멤버였던 류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5일 가세하면서 청와대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정씨 문제를 담당했던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이 박 대통령의 지시로 경질된 것이라는 취지의 언론보도에 대해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데리고 있던 김종 차관이 이재만 비서관과 친분을 들어 '호가호위' 한 것처럼 묘사하며 폭로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잠시나마 유 전 장관을 모셨던 김 차관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있으면 추후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수로 맞받았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이 체육계 비리의 적폐해소를 유 전 장관에게 지시했고 이에 따라 유 전 장관이 적임자로 인사조치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유 전 장관의 행동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진위를 떠나 정권운용 세력들간의 이전투구가 격화, 이른바 '궁중암투'의 속살이 민낯으로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합심해 연말까지 국회에서 처리하려했던 공무원연금개혁 및 공기업 개혁, 규제혁파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한 민생법안의 처리는 이미 물건너간게 아니냐는 전망도 팽배하다.

그렇게되면 집권 3년차를 앞두고 국정동력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씨와 권력암투설을 벌였다는 말이 돌고있는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까지 사태전개에 따라 폭로전에 가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일각의 관측까지 제기된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에서 "입들의 난투장이 되는 것 같아 민망스럽고, 마우스 게이트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전현직 공직자들이 언론을 통해 한 발언은 사안을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으로서 사태의 확산을 막자는 바람에서 나온 것이지만 벌써 여권 내부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청와대 시스템이 투명하지 않고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리는 쪽이 일방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면서 "이 정부는 투명성이나 힘의 편중성 문제가 너무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역대 정권에서 보기 힘든 일이 자꾸만 벌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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