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현장 브리핑] 50cm 넘어왔다고 '변상금 부과'

<앵커>

잘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도로를 무단 침범하고 있다면서 거액의 변상금을 내라는 통보가 날아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서울 성동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사회부 한세현 기자에게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세요.) 이게 하루 이틀 산 게 아니고 주민들은 40년 넘게 잘 살아왔다고 하는데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기자> 

네, 성동구는 지난달 주민들에게 변상금 통지서를 발부했는데요, 주민들이 도로를 무단으로 침범하고 있어 변상금을 내라고 통보했단 겁니다.

화면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성동구 송정길 주택가입니다.

지어진 지 3, 40년 된 오래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요, 성동구는 이 동네 35가구에 변상금 고지서를 발부했습니다.

집과 건물이 국공유지인 도로를 무단으로 침범하고 있어, 5년간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을 내라고 한 겁니다.

이 변상금 액수는 건물의 공시지가에 따라 가구마다 다르게 매겨졌는데요, 하지만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1천만 원까지 거액의 변상금이 부과됐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소득이 변변치 않은 서민들이어서 구청의 이런 조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35가구 얘기를 했습니다마는 이런 통지서 받은 데가 35가구 외에도 여러 군데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변상금 통지서를 받은 가구는 송정길 가구를 포함해서 188가구에 이르는 데요, 주민들은 구청이 무리하게 법 집행을 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민 얘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윤기은/서울 성동구 : 법이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막무가내로, (도로를) 점유했으니 돈을 내라고 하는 거는 기가 찬 얘기예요. 40년 된 집을 가지고요.]

윤 씨는 지난 1971년, 현재 거주하는 집을 직접 지어 43년째 살고 있는데요, 윤 씨는 구청이 40년 넘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변상금 450만 원을 내라고 통보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발합니다.

윤 씨는 그나마 변상금이 적게 부과된 편인데요, 세탁소를 운영하는 최창호 씨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분 같은 경우는 무려 900만 원이 넘는 변상금이 부과되기도 했는데요.

<앵커>

얼마나 침법 했느냐에 따라서 액수가 좀 달라지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부과한 변상금을 모두 더하면 4억 2천만 원이 넘습니다.

구청은 건물을 원상 복구하지 않으면 매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점용료를 별도로 부과하겠단 방침이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게 집을 일부러 허물지 않으면 무단 점유한 부분을 원상 복구하기가 어려울 텐데, 그렇지만 구청도 이렇게 거액의 변상금 내라고 할 때는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이유입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당한 법 집행을 했을 뿐이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정한 국공유지 관리 지침에 따라 변상금을 부과했을 뿐이란 겁니다. 화면 보시겠습니다.

성동구는 지난 2012년 정부의 국공유지 관리방침이 변경되면서 그동안 측량 대상이 아니었던 국가 소유의 도로와 하천도 추가 측량하게 됐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이 과정에서 주민 소유의 건물들이 도로를 침범한 사실을 새로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세수를 더 거두기 위한 조치는 아니란 건데요, 특히 옛날과 달리 최근엔 위성 GPS로 정밀하게 측정하면서 과거엔 확인하지 못했던 침범 사례를 추가로 확인하게 됐고, 방대한 재산과 건물을 모두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위반 사례를 확인할 때마다 변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성동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금 전체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요, 2012년부터 정부가 새로운 관리 규정을 도입했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이런 정책은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럼 역시 다른 지자체에서도 논란이 많겠군요, 어쨌든 주민하고 구청 측의 입자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전문가들 의견이 있을 것 아니에요? 어떻습니까, 뭐라고 그럽니까?

<기자>

제가 부동산학, 행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봤는데요,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구청의 법 집행에 무리한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 얘기부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심교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 : 과거엔 A가 측량하면 왼쪽으로 한 10cm, B가 하면 오른쪽 10cm로 왔다 갔다 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제 정확하게 됐다고 다 무시하고 처벌하면 너무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지적 불일치 문제는 이렇게 변상금을 일괄부과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단 얘기인데요,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건물을 많이 짓게 되면서 전 국토의 15%가 이렇게 '지적'이 맞지 않은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괄적으로 변상금을 부여하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점을 반영해 관련 도로법은 지난 7월, '고의나 과실로 국공유지를 침범하지 않은 경우엔 변상금을 징수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 지적 불일치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민원이 발생하거나 재개발, 재건축 때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앵커>

그런데 방금 얘기가 도로법에서 '고의나 과실로 국공유지를 침범하지 않은 경우에는 변상금을 징수할 수 없다.' 이렇게 법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성동구는 왜 이렇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성동구는 고의나 과실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주민들이 직접 집을 지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 알고도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겁니다.

<앵커>

침범하는 것을 알고서 이렇게 지었다. 지금 이렇게 설명을 하는 거군요, 이건 굉장히 논란거리가 많을 것 같은데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문제가 많이 생길 것 같은데, 그렇다면 홍보 과정을 거친다든지 어떤 객관적인 절차를 만들어야 되겠군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