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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선진화법의 위력…12년 만에 예산안 시한 내 처리 합의

[취재파일] 선진화법의 위력…12년 만에 예산안 시한 내 처리 합의
정치부 국회 출입 기자라고 하면, 주변에서 “바쁘겠네, 건강은 괜찮니?” 하고 인사들을 건넵니다. 여야의 투쟁 상황 쫓아다니다 보면 건강 챙기기 힘들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새해는 또 국회에서 맞겠구나...”하고 위로합니다. 11년간 계속된 국회의 오랜 전통이,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계속 하다 12월 31일을 넘겨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를 떠올려봐도 보신각 종소리를 TV로나마 들을 여유도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여야 지도부가 합의할듯 말듯 줄다리기를 하고, 또 당론으로 추인받기 위해 의원총회를 하고, 또 다시 지도부가 추가 협상을 하고 계속해서 뛰어다니다가, 자정이 거의 다 되어서야 이른바 외촉법, 외국인투자촉진법 이슈가 불거져 밤을 꼴딱 새야 했습니다.

뉴스에서 밤사이 시간대별 재구성만 봐도 파란만장했습니다. 이런 전통이 이제는 사라진다고 하긴 했지만, 아직은 믿기 어려웠는데 여야가 12월 2일 예산안 처리에 극적 합의를 이뤘으니, 이번에는 정말 새해를 가족들과 함께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국회가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는 건 지난 2002년 이후 12년 만입니다.
여야 예산안 캡쳐_

● 국회 선진화법의 위력…"12월 2일 예산안 처리" 합의

이번 예산안 심사에는 국회 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됩니다. 즉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못 마치면 12월 1일에 정부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됩니다.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기지 말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입니다.

야당은 그래도, 누리과정 예산 확보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며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까지 처리해도 된다고 외쳤었는데 극적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협상을 마친 뒤 "야당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예산안 관련 파행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 야당 '누리과정', 여당 '시한내 처리' 얻었다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나흘 앞둔 어제, 여야가 핵심 쟁점을 일괄 타결했습니다. 논란을 빚었던 영유아 보육료 지원, 즉 누리과정 예산은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고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3살에서 5살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은 그대로 정부 지원 받아 무상 보육 혜택 받을 수 있게 겁니다.

지방 교육청 부담을 덜어주자는 야당 요구대로, 내년에 추가 투입이 필요한 누리 과정 예산 5천 2백억원 전액을 국고에서 우회 지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여당은 국고로 누리과정을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는 실익을 얻는 선에서 우회 지원이라는 절충점을 찾아낸 겁니다.

우회지원에 대해서는 25일에 합의를 하고서도 구체적인 금액을 둘러싸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계속하면서 가뜩이나 빠듯한 일정에 야당이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사흘간 혼선을 거듭한 끝에 여당이 결국은 야당 요구를 수용한 대신, 새누리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처리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여당 입장에선 선진화법 덕을 톡톡히 본 셈입니다.
담배 캡쳐_640
● 여당 '담뱃값 인상' , 야당 '실질적 법인세 인상' 이뤘다

여기에 담뱃값은 지금보다 2천 원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여당이 제시한 안이 그대로 수용됐는데 지난 2004년 5백 원 오른 뒤 변함없던 담뱃값이 11년 만에 인상되는 겁니다.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매년 2조 8천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히게 되는데, 다만 담뱃세에 포함될 개별소비세액의 20%를 지방에 나눠주는 소방안전교부세가 신설됩니다. 담뱃값 인상분 가운데 일부를 지역 안전을 위해 쓰자는 야당 의견이 반영된 겁니다.

담뱃세 인상을 서민 증세로 비판하던 야당이 반대급부로 요구해온 법인세 인상 문제는 세율을 그대로 두는 대신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해 세수를 확충하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대기업의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의 기본 공제를 없애고, 연구개발 세액공제 폭도 줄이는 등 재벌 대기업 특혜 감면제도를 고쳐서 세입 예산 5천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게 야당의 설명입니다.

담뱃값은 야당이, 법인세는 여당이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아낸 건데,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은 안된다“는 원칙을 지켰고, 새정치연합은 담뱃세 인상은 서민 증세이니 대기업 부담도 늘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법인세를 실질적으로 인상하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 '사자방' 국정조사, 공무원연금개혁 처리는 덤?

여야의 합의문에는 사자방 국정조사와 공무원 연금개혁 연계 가능성도 담겼습니다. 야당이 만들어낸 신조어인데 이른바 '사자방', 4대강과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와 공무원 연금 개혁같은 현안은 다음달 9일 끝나는 정기국회이후 여야간에 다시 협의하자는 문구를 담았습니다.

야당이 강하게 요구해온 사자방 국정조사,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생각할 만큼 시급한 처리를 요구하는 공무원 연금 개혁, 그동안 계속해서 ‘빅딜’ 가능성이 제기돼 왔었는데, 이미 여야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가 흘러 나옵니다.

● 막바지 벼락치기 졸속심사 해도…심사연장 거론

여야는 주말에도 법정시한 맞추기 위해 막바지 심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벽까지 하루 10시간씩 심사해도 남은 시간은 불과 하루, 처리해야 할 내년 예산은 무려 376조원에 달합니다. 감액심사만 해도 불과 일주일만에 서둘러 마치다보니 하루에 60조원 넘게 날치기 통과를 하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예결위 예산조정소위의 소소위는 오늘 오전 그동안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교문위에서 파행을 빚었던 교육부 예산에 대한 감액심사를 가까스로 마쳤는데요.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예결위는 심사 법정 시한인 내일 예산조정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예산안을 의결하고 본회의로 넘길 예정인데, 그래도 너무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이 쏟아집니다. 따질 것들 제대로 따져봐야 하는데 잠깐 언급하고 지나갈 1분의 시간도 부족한 겁니다.

이런 이유에서 여야 합의로 수정안을 내 심의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수정안을 제시해도 여야가 합의한 2일 까지는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가까스로 시한은 맞춰내더라도 소중한 예산 졸속 심사가 걱정입니다.

[정가위클리] 새해 예산안 처리 핵심 쟁점 일괄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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