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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삼성 사장 "우리는 오늘부터 한화맨"…직원들 '황당'

<앵커>

친절한 경제 뉴스 오늘(27일)은 삼성그룹이 화학계열사들을 한꺼번에 묶어서 한화그룹에 팔았다는 소식 그 뒷얘기들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범주 기사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첫 번째는 무슨 외환 위기도 아닌데 잘나가는 삼성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회사를 팔아치운 건 깜짝 놀랐고요, 두 번째는 저도 직장인입니다마는 직장인들은 또 갑자기 회사가 바뀌잖아요,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 생각도 들더라고요.

< 기자>

그러니까요, 경제 기사를 보시면 대부분 경영하는 입장에서 쓰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보면 안에 또 회사 직원들이 있잖아요, 거기에 초점을 맞추는 기사가 별로 없는데, 그래서 그 얘기를 좀 해드리자면, 이게 어제 넘어간 회사가 모두 4곳입니다.

4곳 이렇게만 얘기하는데 사실 그 안에 직원이 7천 명이 넘게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그제 퇴근할 때는 삼성 직원이었는데, 어제 출근해보니까 한화 직원이 된 거죠.

< 앵커>

모르고 출근한 직원들도 많았겠네요?

< 기자>

몇몇 직원들하고 얘기를 해봤는데, 그 전날까지 전혀 얘기가 없었다고 그래요, 퇴근할 때, 혹은 그 이후에 한화가 어쩌고 그러는데 "무슨 얘기야?" 이러고 퇴근했는데 아침에 나와 보니까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허탈하다, 헛헛하다. 이런 반응이 대부분 이었는데, 4개 하면 적지만, 이게 7천 명의 인생과 또 그 가족들까지 치면 많은 거죠.

< 앵커>

회사 안에서 차곡차곡 경력도 쌓아 나갔을 거고 앞으로 계획도 세워났을 텐데 하루아침에 바뀌면 정말 허탈했겠어요.

< 기자>

특히 또 한가지는 두 회사가 분위기가 정말 극과 극입니다.

극과 극인 회사인데, 삼성이 좀 꼼꼼하고 정교한 느낌이라면 한화는 좋게 말하면 선이 굵고 우직한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 사훈이 뭐였냐면, 진짜입니다. '신용과 의리'입니다.

김승연 회장이 직접 지었다고 그래요, 그만큼 옮겨간 직원들이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겁니다.

한화가 받았으니까 어떻게 잘해서 시너지를 낼 거냐 고민을 해야 될 건데, 그만큼 더 아쉬운 점은 보내는 삼성이든 받는 한화든 직원들이 일을 하니까 직원들 마음을 헤아려서,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보듬어 주는 그런 모습이 있었어야 했는데 어제 하루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어떤 일이 있었는 줄 아세요?

< 앵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되나요? 아니면 이걸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사실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어쨌든 그동안 많이 고생했다. 이런 격려의 얘기도 있고, 앞으로 비전도 제시해 주고 그럴 것 같은데 전혀 반대의 상황이었나 봐요?

< 기자>

어제 회사 그중에 한 곳에서 아침에 사장이 사내 방송 마이크를 잡고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되잖아요, 마이크를 잡았는데 위로하는 말, 이렇게 됐다. 자초지종을 설명할 줄 알았데요, 직원들은.

그런데 대뜸 꺼낸 말이 "오늘부터 우리는 한화맨이 됐으니까 거기 맞춰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런 얘기를 했단 겁니다.

직원들 당황했다가 이 소리 듣고 정말 황당했다고 그러는데 어제 아마 약주 밤에 많이 했을 거예요, 그런데 회사를 팔 수는 있는데 심지어는 청춘 때부터 들어와서 몇십 년 동안 삼성에서 입사해서 일해온 그런 직원들이 수두룩하거든요, 받는 한화야 그렇다고 치고 보내면서 삼성 그룹 쪽에서 누가 됐든, 이게 어제 아침에 사장단을 입장하는 모습인데, 책임 있는 사람이 "그동안 참 수고 많이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돼서 지금은 헤어지지만, 너무 아쉽고 더 좋은 날이 오길 빈다." 이메일 하나라도 보냈어야 됐던 게 아닌가, 그런데 이제 요새 경영계에서 화두가 사람 마음을 잡는 감성경영 이런 얘기들 많이 하거든요, 결국 말은 그랬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어제 취재하면서 씁쓸했습니다.

[취재파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메일 한 통이 그렇게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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