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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수능출제 '대수술' 예고…얼마나 달라지나

교육당국 수능출제 '대수술' 예고…얼마나 달라지나
박근혜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방식을 재검토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수능 체제의 변화 폭과 강도가 어느 정도가 될지 주목됩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수능시험에서 한 번도 아니고 연이어 이렇게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출제오류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현재 수능 출제 방식의 문제점으로 크게 ▲ 짧은 출제 기간 ▲ 출제진 구성의 특정대학 편향성 ▲ 낮은 교사 참여 비율 ▲ EBS 70% 연계정책 등 네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은 모처에 한 달 남짓 합숙을 하면서 7개 영역, 35개 과목에 걸쳐 1천25문항을 개발합니다.

하지만 출제된 문제를 인쇄하고 학교에 배포하는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문항개발에 쏟는 시간은 보름밖에 되지 않습니다.오류가 없는 문항을 만들고 검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열린 수능체제 개선 토론회에서 "현재와 같은 합숙형 출제방식은 늘 어디선가 문제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며 "내년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출제구조여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제기간 연장의 필요성은 제기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습니다.

출제·검토위원으로 들어가는 대학교수와 일선학교 교사가 장기간 학교 현장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최근엔 출제위원 자리가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조용기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수능 정답을 확정·발표하는 자리에서 "우수한 출제위원들이 장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학 측의 지원과 고교 측의 인력 할애가 현재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출제기간의 대안으로 문제은행 출제 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문항의 유출 가능성, 출제 문항의 암기식 교육 등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정 대학 출신, 또는 특정 학과 출신이 다수 출제진으로 참여해 제대로 된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평가원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올해 수능에서 동일학부 출신을 50% 이하로 한다는 규정을 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해 특정대학 출신 비율을 20% 가량으로 낮춘 바 있습니다.

출제진에 포함된 교사가 적어 고교 '눈높이'에서 문항개발이 어렵고, 출제위원은 교수, 검토위원은 교사로 구성된 탓에 출제 담당 교수가 검토 담당 교사의 이의제기를 묵살하기 쉬운 구조도 개선 대상입니다.

실제 이번에 복수정답 처리가 된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의 경우 검토위원이 오류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검토위원과 출제위원 간 논의 끝에 '오류 없음'으로 결론나 그대로 출제됐습니다.

평가원 측은 문제제기를 한 검토위원이 동의를 해 이같이 결론이 났다고 해명했지만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더 동등한 관계에서 열린 토론을 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습니다.

EBS 수능 연계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번에 출제 오류로 판명된 두 문항이 공교롭게 EBS 연계 문항이어서 EBS 수능 연계가 논란의 초점이 됐습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습니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EBS 수능연계 70% 정책이 2010년 도입된 이후 EBS가 '고 3 교실의 교과서'가 되면서 학교 교육이 파행되고 있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EBS 영어 교재의 한글 번역문을 달달 외워 시험에 대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EBS 수능 연계를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어 EBS 수능 연계가 유지될지 미지수입니다.

교육부는 외부 전문가가 대거 참여하는 가칭 '수능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 위원회'를 구성해 수능 체제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문제로 지적된 출제·검토 위원의 인적 구성, 교수·교사 비율 및 역할, 문항 출제·검토 절차 등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해 내년 3월 발표할 계획입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내년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 부총리는 그러나 "시험 제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해 수능 시험 자체의 성격이 완전히 뒤바뀔 가능성은 낮게 봤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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