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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금지 사흘 앞…"생계형 차명도 처벌되나" 혼란

차명금지 사흘 앞…"생계형 차명도 처벌되나" 혼란
차명거래를 차단하겠다는 개정 금융실명제법 시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 현장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선에서는 '생계형 차명'도 처벌받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입법 취지와 달리 '지하경제로의 도피'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차명계좌를 통한 세금 회피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 자산가들은 보험·펀드 등 비과세 상품이나 금 현물거래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내년 초 외아들 결혼을 앞둔 주부 A(57)씨는 최근 은행 창구를 찾았습니다.

A 씨는 아들이 전셋집을 마련하는 데 보태라고 7천여만 원을 아들 명의의 계좌에 모아뒀습니다.

남편의 돈이지만, 아들 이름으로 된 통장에 적금으로 넣었습니다.

물론 차명거래입니다.

가뜩이나 결혼 준비에 예민할 대로 예민한 A 씨는 우려와 불만을 섞어 은행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수억, 수십억 굴리는 부잣집도 아닌데 이런 거래도 차명거래로 잡히면 교도소에 가야 하느냐" 오는 29일 개정 금융실명제법 시행을 앞두고 일선 은행 창구에선 자산가보다 오히려 서민·중산층의 차명거래 관련 문의가 주로 이뤄진다고 각 은행 담당자들은 전했습니다.

김근수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차장은 "A 씨 사례는 일종의 '생계형 차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런 식의 거래는 광범위하게 관행적으로 이뤄져 일반 고객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회사원 B(34)씨는 부모님 용돈에 보태려고 부인 몰래 1억 원 짜리 정기예금을 차명으로 넣어뒀습니다.

그는 실명제법 시행을 앞두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만 구르고 있습니다.

B 씨는 "아내 눈치 때문에 한 달에 20만 원씩이라도 더 드리려면 차명 예금이 불가피했다"며 "주위에서는 비과세 보험으로 바꾸라는데, 아직 만기 전이어서 고민된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의 혼선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지난 21일 각 은행 실무자들은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금융위원회에 명확한 '실명제 가이드라인'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은행권에선 '면세 한도 이하는 문제가 없고, 그 이상은 실명제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내용과 '만기 이후 (본인 계좌로) 되돌릴 목적은 예외'라는 내용이 모호해 금융위가 대통령령으로 해석을 정확히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최근 C 저축은행의 시내 지점에는 '5만 원 권 지급 제한' 안내문이 창구마다 붙었습니다.

시재(고객 지급 목적으로 점포에 비축해두는 현금)로 확보한 5만 원 권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변의 한 시중은행과 주거래 계약을 맺어 5만 원 권을 공급받는데, 하루 2천만 원으로 공급량이 제한됐기 때문"이라며 "5만 원 권으로 예금을 빼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못하다 보니 거센 항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찍어내는 5만 원 권은 많지만, 시중에는 5만 원 권이 동났습니다.

2012년 61.7%에 이르던 한은의 5만 원 권 환수율은 올해 1~9월 24.4%로 뚝 떨어졌습니다.

한은 금고에서 빠져나와 시중에 풀린 5만 원 권이 1천장이라면, 한은에 돌아온 5만 원 권은 244장에 불과했다는 뜻입니다.

최근의 5만 원 권 품귀 현상을 금융실명제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차명거래 금지가 기존 차명계좌를 해지하고 아예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수요를 자극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세무사는 "차명거래 때문에 불안해하는 고액 자산가에게는 '차라리 현금으로 보유하라'는 조언도 한다"며 "이들은 앞으로도 세원이 잘 노출되지 않는 현금으로 '금고째' 증여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차명거래의 '실명 원상복구'로 2천만 원 이상 금융소득을 합산 과세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경우 비과세 보험, 펀드, 금·은 현물에 대한 투자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천651억 원, 9월 2천823억 원, 10월 3천526억 원으로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하루 평균 3.84㎏이던 금 거래는 지난달 하루 평균 8.48㎏으로 약 2.2배가 됐습니다.

금 현물이나 현금을 은행 대여금고나 개인 금고에 넣어두는 경향도 짙어지는 것 같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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