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권고를 받은 지 20일 가까이 됐지만 해당 경기 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여전히 현직 국회의원 단체장의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이들 8명 가운데 당장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언제까지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사람은 1명도 없다고 합니다. 이들의 입장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법 개정 이전에 취임한 의원은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현 임기까지는 마치겠다는 것입니다. 법 개정 이후에 취임한 의원은 ‘사퇴 권고’가 강제적 조항이 아니라 말 그대로 ‘권고’이기 때문에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국회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사직권고 처분을 받은 의원들은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사직권고를 받은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법 29조의 겸직금지 조항이 개정되기 전에 단체장이나 이사 등으로 취임한 사례"라며 "갑자기 물러날 경우 혼선을 빚을 수 있어 되도록 빨리 겸직을 정리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자발적으로 되도록 빨리 물러날 의원은 거의 없을 거 같습니니다.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사퇴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작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대한체육회입니다. 사퇴 권고를 받은 단체장은 이미 권위가 약해진데다 어차피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협회 행정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 고위관계자는 “하계 종목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 나름대로 협회 시스템과 인적 자원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의원 출신 회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하지만 동계 종목은 다르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유망주 발굴과 국가대표 지원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현 회장의 거취가 빨리 결정돼야 힘 있는 새로운 회장을 선임할 수 있는데 자칫 시간만 끌 가능성이 높아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김재원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의 임기는 2017년 1월까지이고 염동열 대한바이애슬론회장은 2016년 12월말까지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고작 1년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회장이 취임하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에서도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이런 사정을 해당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한국적 현실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밉보일 경우 곤욕을 치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